[가난사랑]
알고싶은 의학상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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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결핵
권오정 성균관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유명 대학에 다니는 21세 된 여대생이 서너 달 전부터 기침과 가래가 나오고 피곤하여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먹었는데도 잘 낫지 않아 ‘이번 감기는 참 독하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가래에 피가 섞여 나와 깜짝 놀라서 병원을 찾게 되었다. 방사선 촬영과 가래검사를 하고 폐결핵으로 판명되어 환자에게 결핵이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이때 이 환자의 반응은 ‘아니 우리나라에 아직도 결핵이 있어요?’였다. 이같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결핵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사정은 그렇지 않다.
폐결핵의 원인
호흡기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에게 다니는 환자 중 약 30% 정도는 결핵과 관련된 질환을 가진 환자들일 정도로 아직 결핵은 문제가 되고 있다. 폐결핵은 마이코박테리아라는 결핵균에 의해 공기로 전염되는 질환이다. 성인의 경우 대개 어릴 때 결핵균에 한 번쯤은 감염되어 약하게 앓고 지나가기 때문에 면역을 가지고 있다. 새로 결핵균에 감염되어 질병이 발생하지만, 많은 경우에는 몸이 약해지거나, 당뇨 등 면역이 떨어지는 질환을 가진 환자의 몸에 잠재해 있던 결핵균이 다시 활동을 시작하면서 결핵이 발생하게 된다.
폐결핵 치료의 유의점
최근 좋은 치료제가 많이 나와 폐결핵의 치료는 쉽게 되는 편이다. 그러나 한가지 꼭 명심할 점은 의사가 지시한대로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핵약의 경우 적어도 3가지 이상의 약제를 복용하고 그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에 먹기가 힘들지만 의사와 상의해 가면서 꼭 먹어야 한다. 폐결핵의 치료는 적어도 6개월 이상 지속해야 되는데, 아직도 상당수가 중간에 자의로 그만두는 경우가 있다. 6개월만 약을 제대로 복용하면 완치될 것을 약을 먹다 말다 하다가 괜히 몇 년씩 약을 복용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결핵약의 부작용 중 중요한 것으로는 간독성이 있다. 결핵약 때문에 간염이 생기고 이 때문에 사망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보게 된다. 그러므로 의사들은 결핵약을 투여하면서 간기능 검사를 하게 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한약제의 복용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모든 약은 독극물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한약제를 같이 복용했다고 하여 폐결핵 치료가 더 잘되었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결핵치료제 내성의 위험성
더 무서운 것은 약제에 내성이 생기는 것이다. 쉬운 말로 표현을 하면 결핵약을 먹어도 몸 안에 있는 결핵균이 죽지 않고 계속 질병이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약을 먹다 말다 하고, 한 곳에서 치료받지 않고 이곳 저곳에서 마음대로 약을 먹다가 내성이 생기게 되면 그 때에는 치료가 쉽지 않다. 2차 약을 쓰게 되지만 2차 약이 부작용은 더 많고 결핵균에 대한 효과는 떨어지기 때문에 치료기간도 2년 정도로 길어지고 치료 실패의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이 경우 본인이 잘 낫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환자와 자주 접촉하는 사람에게 독한 균을 감염시키게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폐결핵과 전염
폐결핵 치료를 시작하고 2주 후면 대부분의 환자는 다른 사람에게 전염을 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결핵으로 진단받기 전에 벌써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을 시켰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가족들을 포함하여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은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필요하면 약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에는 면역성이 떨어지므로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폐결핵의 예방과 치료
아직도 폐결핵으로 사망하는 환자가 많을 정도로 폐결핵은 무서운 질병이므로 예방과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다. 예방법은 특별한 것은 없지만 전반적으로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몸을 혹사 한다든지 술을 많이 마신다든지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어릴 때 불주사라고 하는 BCG접종을 받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신생아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BCG접종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BCG접종 자체가 소수이지만 결핵성 임파선염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고 폐결핵의 발생을 줄일 수 없다는 보고도 있지만, 적어도 생명이 위험할 정도의 심한 폐결핵이나 결핵성 뇌막염을 예방할 수 있으므로 우리나라처럼 폐결핵이 흔한 곳에서는 BCG접종을 맞게 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폐결핵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이 되면 치료가 잘 되어 결핵균을 모두 죽이고 완치판정을 받았더라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폐기능이 떨어져 호흡곤란이 오고, 가래가 많으면서 각혈을 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곰팡이가 폐 안에서 자라 심한 각혈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조기에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감기증상이 오래가고 일반적인 감기치료에도 잘 낫지 않으면 가슴사진을 찍어보는 것이 좋다. 초기의 폐결핵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도 적어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가슴사진을 찍어 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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