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타(123) 제3권 일본 민족이 아닌 타민족은 모두가 마루타였다.
제11장. 요시다. 비밀 작전 명령받고 중국 만호성으로 투입
3절. 요시다 대위 다시 이시이 중장 만남
오오다(大田) 대좌가 손을 내밀어 요시다를 보고 웃었다.
"저는 대좌님이 전선으로 떠나신 줄 알았습니다. 여기서 만나 뵙다니 뜻밖입니다."
"뜻밖일 것은 없네. 여기도 전선이니까."
오오다(大田) 대좌의 말에 옆에 있던 다무라(田村) 대좌가 히죽 웃었다.
두 사람은 가까운 친구 사이였다.
"자네 같은 우수한 정보장교를 다시 얻게 되어 기쁘네." 하고 오오다 대좌는 말했다.
"여기는 계속 머무는 곳이 아닐세. 우리는 731부대의 요원과 100부대의 요원을 합류시켜 작품을 만들어내야 하네. 우리의 전선은 총알이 날아오는 그런 전선을 말하는게 아니야."
"그럼 어떤 전선입니까?"
“함께 일하게 된 것이 언짢아서 내뱉았다."
"우리가 가는 전선은 아침이면 닭이 울고, 밤이면 개가 짖는 마을이고, 상인들이 물건을 팔기 위해 외치는 저잣거리이고, 댄서들이 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 유흥가이며, 여자가 옷을 벗고 타락하는 유곽이네."
오오다(大田) 대좌의 말에 사무실 안에 있던 장교들과 중사가 웃었다.
요시다는 웃지 않았다.
"그곳도 전선입니까?"
"그렇다. 일본이 아닌 곳은 모두 전선이라고 보아야 한다."
오오다는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요시다는 오오다 대좌의 말뜻을 알 수 있었다.
점령지역이든 아니든 민간인을 상대로 세균전을 하는 것이었다.
요시다는 그 작전 요원으로 자신이 차출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요시다 대위는 당혹감을 느꼈다.
"왜 그렇게 얼굴을 찌푸리나, 요시다 대위?" 하고 오오다 대좌는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유곽이나 댄스홀에서만 작전을 한다면 편하겠지. 그러나 우리는 적진 속에 깊숙이 들어가야 하네.
그렇고 떠나기 전에 우리 작전을 총지휘하시는 이시이 각하께서 특별 만찬에 초대하였으니 그곳으로 가세."
이시이(石井) 각하라는 말에 요시다 대위는 긴장하였다.
731부대장이었던 이시이 중장이 실전을 위해 전선으로 배치된 것은 알고 있었으나 다시 그의 지휘권 안에 속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내가 자네를 빨리 오도록 부른 것은 이왕이면 만찬에 참석하라는 의도였네."
오오다는 히죽 웃으며 말하자 그의 옆에 서 있는 다무라 대좌가 싱글싱글 웃었다.
그들의 태도를 보니 만찬이라는 것이 단순한 저녁식사는 아닌 듯했다.
그들은 즐거운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카하시 중위." 하고 다무라 대좌는 부관을 불렀다.
"신경으로 나갈 것이니 차를 대기시켜라."
군용 짚차를 타고 100부대 제1부장 다무라(田村) 대좌와 오오다(大田) 대좌, 그리고 요시다 대위는 신경(新京)으로 향했다.
신경으로 향하는 짚차 안에서 오오다 대좌는 전에 없이 수다를 떨었다.
평소 그렇게 말을 많이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환경이 바뀌면 성격도 변하는 모양이다.
군용 짚차는 신경 시내를 가로질러 동북 방향의 외곽으로 나갔다.
시가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언덕의 버드나무 숲에서 차는 멈추었다.
뒤로 산을 등지고 있는 그곳에서는 신경의 시가지가 내려다보였다.
그들은 하루에(春江)라는 요정으로 이시이(石井) 중장의 애첩 마사코(正子)가 만든 일본군 장교용 요정이었다.
이시이 시로(石井四郞) 중장이 이미 하루에에 와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에게 안내되어 넓은 방으로 들어간 일행은 병풍 앞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이시이 중장을 봤다.
요시다 대위는 이시이 중장을 보자 움찔하였다.
요시다가 이시이 중장을 보면서 긴장을 하자 이시이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요시다 군, 그렇게 놀랄 것은 없네. 자네가 육군성 참모들과 손을 잡고 나를 몰아내는데 공을 세웠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 그런데 재수 없게 또 다시 내 밑으로 와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험한 작전에 투입하게 되어 안 됐네. 그러나 이런 게 다 인연이 아닌가?"
이시이 중장의 몸을 주무르는 여자는 나이가 들어 보이는 일본인이었다.
처녀를 좋아한다는 이시이 중장으로서는 특이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안마를 잘하는 일본 여자를 불러 다만 안마만을 즐기고 있었다.
"며칠 후에 우리는 곧 작전에 들어갈 것이다." 하고 이시이 중장은 지껄였다.
그는 윗옷을 거의 벗고 있었다.
가슴에 잔털이 솟아 있었다.
"우리가 작전을 하려고 하는 지역은 중국 공산당 팔로군이 게릴라전을 쓰고 있는 산덕이다.
그곳 주민들이 팔로군에게 협조하고 있다.
중국 주민이니 당연한 일이겠지.
우리는 그곳에서 대대적인 작전을 감행할 것이다 그 전에 그대들에게 만찬을 베풀고 싶어 불렀네."
"감사합니다, 각하."
다무라 대좌가 고개를 숙이며 말을 받았다.
"어이, 왜 빨리 가져 오지 않는가? 음식과 여자를 들여보내라."
대기시켜 놓았던지 미다지 문이 활짝 열리고, 여러 명의 여자들이 음식상을 들고 들어와 방 안에 놓았다.
넓은 상 위에는 여러 가지 음식과 술이 놓여 있었다.
"오늘 여기 오는 여자들은 모두 조선 처녀들이네." 하고 이시이 중장은 으시대며 말했다.
"그 애들은 모두 애국봉사대로 반도에서 차출되어 전선으로 온 아이들인데, 내가 특별히 주문하여 모두 아다라시(숫처녀)로 불렀네. 그 애들은 장교들이 연습을 시킨 후 전선으로 보내지도록 되어 있는데, 내가 연습을 시키지 말라고 했지. 연습은 우리가 시키겠다고."
이시이 중장의 말에 장교들이 웃었다.
그러나 요시다 대위는 웃지 않고 굳은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는 방을 나가고 싶었으나, 그렇게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언짢은 기분으로 그대로 앉아 있었다.
다섯 명의 앳된 여자들이 고시마키를 입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들은 16세나 17세로 보이는 조선인으로 모두 목욕을 마친 후인지 살결이 깨끗하고 얼굴은 발그스레했다.
머리는 아직도 물기가 덜 마른채 뒤로 땋아서 올리거나 풀어헤치고 있었다.
옷은 모두 일본 옷이었으나, 무척 수줍어하면서 공포감으로 떨고 있는 조선인 처녀들이었다.
그녀들은 인솔자가 시켰는지 방 안으로 들어오자 한쪽에 나란히 섰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앉으면서 손으로 방바닥을 짚고 고개를 숙여 장교들에게 절을 하였다.
그녀들은 절을 하면서 차례로 자기를 소개했다.
"저는 기노시타 우메코(木下梅子)예요."
그녀는 얼굴이 둥그스름하고 키가 작달막했다.
그녀의 모습이 지난날 하얼빈 프자덴 거리의 댄스 홀에서 만났던 중국인 댄서 손지영과 닮아서 요시다 대위는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가 마루타로 들어가 희생되고 있는 것을 자신이 총을 쏘아 사살했던 얼마 전의 기억이 되살아나서 그는 몸이 떨렸다.
한국인 여자들을 대하자 한국인 기생 강숙희의 모습도 떠올랐다.
요시다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요시다 대위, 피하지 말게."
이시이 중장이 그를 제지시켰다. 요시다 대위는 일어섰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한 여자가 "저는 이치기 미요코(一木美代子)예요." 하며 말했다.
그녀는 코가 오똑하고 입술이 빨갛게 빛났는데 루즈를 바른 것이 아니고 혈색 때문이었다.
그녀는 가슴이 불룩했다.
"저는 기나이 레이코(金井麗子)예요."
그녀는 갸름한 얼굴에 창백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으며, 몹시 떨고 있었다.
방바닥을 짚은 손과 팔이 눈에 보일 정도로 떨고 있었다.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키가 크고, 머리카락을 뒤로 풀어헤쳐 치렁치렁한 아가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저는 가네다 하나코(金田花子)예요."
그녀는 눈이 총명하고 뺨이 발그스레했는데, 곧 울음이라도 터뜨릴 것만 같았다.
"저는 다야마 도미코 (田山富子)예요."
도미코라는 아가씨는 입술이 두툼하고 눈은 한참 겁먹은 듯한 모습이었다.
다섯 여자의 인사가 모두 끝나자 한 사람씩 유심히 살피던 이시이 중장이 입을 실룩거리며 말했다.
"많이 떨고 있는 너하고, 너 이리 와라."
이시이 중장이 지적한 여자는 레이코와 도미코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였다.
중장이 가까이 오라고 하자 두 여자는 그의 옆에 가서 앉았다.
훈련을 시켜 놓았는지 그녀들은 무릎을 꿇고 앉았다.
"우메코는 요시다 대위 옆에 가서 앉고, 미요코는 다무라 대좌에게 가라. 다무라는 가슴이 큰 여자를 좋아하니까 아무래도 네가 어울리겠다. 그리고 하나코는 오오다 대좌 옆으로 가라."
이시이는 마치 교통정리를 하는 교통순경처럼 손으로 여자와 장교들을 다섯 명의 여자들은 모두 제자리를 찾아 앉았다.
각자 장교들 옆에 자리잡은 그녀들은 떨리는 손으로 술을 따랐다.
이시이 중장 옆에 앉은 레이코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하하, 울고 있느냐? 진짜 아다라시로구나. 난 무서워서 우는 처녀를 무척 사랑한다. 너의 눈물을 보니 미칠 것만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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