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484
천자문101
동봉
0345모두 제諸
0346할미 고姑
0347맏이 백伯
0348아재 숙叔
영어로 '시어머니'를 표기할 때
Husband's side Mother-in-law라 합니다
Wife's side로 바꾸면 장모님이고
Mother를 Father로 바꾸면
시아버지, 장인어른이 되겠지요
시아버지 시어머니
장인어른 장모님은
나를 낳고 기르신 부모님이 아니라
지아비男便를 낳아 기르고
아내를 낳아 기른 법적 부모님입니다
우리는 법적in-law이란 표기 없이
아예 처음부터 아버님 어머님
장인어른 장모님이라 부르는데
그런 면에서 덜 딱딱해 보이기는 합니다
영어 표기가 딱딱해 보이기는 하지만
직접적 호칭은 영어에서도
시댁 어른이시든
또는 장인어른 장모님이든
'아버님' '어머님'으로 부릅니다
이런 영향을 받아서인지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결혼하기 전부터
며느릿감은 장래 시부모님에게
아버님 어머님이라 부름은 말할 것도 없고
사윗감도 장래 장인어른 장모님에게
아버님 어머님으로 부릅니다
당연한 것이고 또 좋은 생각이지요
젊은이들의 이런 현상을 두고
일부 가부장적 견해를 갖고 있는 분들은
젊은이들을 못마땅해 하기도 합니다
아들을 둔 일부 어머니들도
더러는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에이그 못난 녀석, 장가도 들기 전
색씨감 부모에게 아버님 어머님이라니."
누군가 내게 견해를 묻는다면
나는 어떤 답을 할 것 같은가요?
오늘의 주제는 '아빠' '엄마'라는
직계 가족 외의 친척들에 대한 얘기입니다
고모 백부 숙부를 예로 들었는데
이들은 이 글의 주인공에게는
모두 삼촌三寸이 되는 이들입니다
촌수로 따져 삼촌일 뿐이지
호칭은 고모 큰아버지 작은아버지입니다
0345모두 제諸
한자어로 된 이름씨 앞에 쓰이며
'여럿' '모두'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입니다
나는 늘 얘기합니다
"노인은 움직이는 철학자십니다."
왜냐하면 많은 시간을 살아오면서
삶의 철학을 다진 분이 노인인 까닭입니다
2~30대 젊은이들이 대학에서 받은
박사 학위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나이 드신 어른들의
삶의 경험과 깊이에는
도저히 미칠 수가 없습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耂들은
삶에 있어서 누구보다 으뜸白이십니다
이는 놈 자者자가 지니고있는 뜻이지요
그리고 적어도 친한 젊은이들에게
'놈者' 이나 '녀석漢'으로 부를言 수 있는 이는
어르신들이 아니고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모두 제諸자에 담긴 뜻을 파자하면
위에서처럼 풀이할 수 있지만
실제 요즘 어르신들은 잘 쓰지 않습니다
아주 친한 사이라 여기더라도
지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이를 수긍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있으니까요
따라서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기에
'놈'이나 '녀석'이란 말을 잘 쓰지 않습니다
모두 제諸자의 파자가 그렇기는 하나
'여럿'이라고 하는 의미도 있듯이
각양각색各樣各色이지요
각양각색에 담긴 뜻은 이미 알다시피
모양도 빛깔도 갖가지입니다
갖가지 모양은 겉모습이기에
보이는대로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갖가지 빛깔은 해석을 달리할 수 있습니다
빛깔은 외형의 빛깔을 뜻하기도 하고
사상과 이념을 표현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 모든, 무릇, 여러, 기타, 다른
만약 ~한다면, 대명사 이, 저 따위와
맏이 이외의 자식들 지차之次
말 잘하다, 논평, 논의, 논쟁, 토론, 설득
토의, 말다툼, 반대하다, 저항하다
심사, 숙고, 다양하게 등이 있으며
이름씨로는 김치, 장아찌, 절임
양서류 중의 두꺼비 등이 있습니다
어조사 ~에, ~에서 따위도 있는데
이름씨와 어조사일 경우 '저'로 발음합니다
0346할미 고姑
보통 '할미 고'라고 새깁니다만
'시어머니 고' '고모 고'로 새기기도 합니다
고모 시어머니 할머니 등의 뜻은
구태여 설명할 필요까지는 없겠지요?
우리말에 고모姑母를 비롯하여
시어머니媤母, 할머니祖母와
이모姨母, 숙모叔母, 계모繼母가 있습니다
그리고 장모丈母, 빙모聘母 등에도
죄다 어미 모母자가 들어가는데
한자로 표기한다면 고姑자가 기본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빙장聘丈이니 빙모聘母니 하는 호칭은
남의 장인어른 장모님에게 붙입니다
마치 남의 아버지를 부를 때
춘부장椿府丈이라 하듯이 말입니다
할미 고姑
고모 고姑
시어머니 고姑
시누이 고姑
장모 고姑
첩 고姑
여자 고姑
부녀자 고姑
아직 시집 안 간 아가씨 고姑 등이
모두 고姑자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고姑자는 계집 녀女 변에 옛 고古자입니다
계집 녀女자가 부수이니 의미값이고
옛 고古자가 소릿값에 해당합니다
이 고姑자에는 시어머니 고모 여자 부녀자
할머니 시집 안 간 처녀 등 외에도
'잠시 잠깐'과 '짧은 시간'을 비롯하여
'빨아먹다' 등의 뜻도 들어 있습니다
0347맏이 백伯
'맏이 백'외에 같은 뜻의 '맏 백伯'
'우두머리 패' '길 맥'으로 새기기도 합니다
우두머리 패伯는 으레 발음이 '패'고
길 맥伯은 곧 '논밭 사잇길'을 의미합니다
이 때는 '논밭 사잇길 맥'이라 새기지요
의미는 맏이 백伯, 첫 백伯 남편 백伯
큰아버지 백伯, 백작 백伯爵, 일백 백伯,
귀신 백伯, 뛰어날 백伯, 드러날 백伯
큰 백伯 따위가 있습니다
맏이라는 말 속에는 다음 뜻이 있습니다
맏이伯는 사람亻으로는 첫째白입니다
사람亻으로서 첫째白는
해日보다 높은丶사람으로 보았습니다
하늘보다 높은 곳에 해가 있고
그 해日 높은 곳에 있다丶고 하면
으레 존경받아 마땅한 것입니다
임금王 중에서 맏이白가 누구입니까
맏白 임금王, 곧 황제皇帝입니다
따라서 황제는 곧 천자天子이고
천자는 다름 아닌 하늘天의 아들子이지요
그런데 임금 황皇자 위에 놓인 백白 자는
맏 백伯자가 아니라 흰 백白자라고요?
백伯은 사람亻 중 맏이白이지만
백白은 사람을 떠나 모든 것의 맏이입니다
그러므로 황제요 천자는
하늘 아래에서는 모든 것의 최상입니다
일반적으로 백伯은
같은 항렬일 경우 큰형, 큰오빠이고
아버지 항렬일 경우 첫 큰아버지입니다
형제를 호칭할 때
백중숙계伯仲叔季라고 하지요
같은 항렬일 경우
맏이를 백씨伯씨
둘째를 중씨仲氏
셋째를 숙씨叔氏
막내를 계씨季氏라 일컫습니다
아버지 형제의 경우에는
큰아버지를 백부伯父
둘째 큰아버지를 중부仲父
셋째 작은아버지를 숙부叔父
막내 작은아버지를 계부季父로
낱낱이 차등差等하여 부르고 있습니다
0348아재 숙叔
강원도 지방어(사투리)에서 '아재'는
아저씨의 낮춤말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결혼전 아저씨입니다
곧 혼전에는 '아재' '아재비'라 부르다
결혼하면 곧 '아저씨'라 호칭이 바뀌지요
아버지의 친형제는
큰아버지 작은아버지로서
결혼하기 전에는 그냥 삼촌입니다
아버지의 형님이기는 하지만
아직 결혼하지 않았으니까요
아버지 형님인데 어떻게 삼촌이냐고요?
어머니의 오빠나 남동생을
모두 '외삼촌外叔'이라 부르듯
아버지 형님과 남동생을
모두 삼촌이라 불러도 무방합니다
"아버지가 되어본 적이 전혀 없으신데
큰아버지라 부르면 우리는 괜찮지만
큰아버지께서는 좀 그렇지 않을까요?"
"듣고보니 그렇기는 하네
하지만 그냥 '아버지'도 아니고
큰아버지인데 그게 뭐 문제겠어?"
우리나라 호칭 중에서 가장 편한 게
다름 아닌 삼촌이고 이모입니다
아빠와 형 동생 하는 사이는 다 삼촌이고
엄마와 언니 동생하는 사이라면
나이를 떠나 모두 이모로 부르니까요
그런데 이런 호칭도 머잖아 사라질 것입니다
나는 이미 앞에서
남편의 부모님인 시아버지 시어머니와
아내의 부모님인 장인어른 장모님을
영어의 기록 따라 법적 부모라 했습니다
그래도 이는 법적으로 올라있으니
이름과 실제가 다 부모님이 맞습니다
그러나 삼촌이니 이모니 하는 호칭은
법적 삼촌이나 법적 이모를 떠나
살아가면서 살갑게 오가는 정으로서의 호칭,
언어로서의 호칭만 남아있을 뿐
실제 삼촌, 실제 이모는 없어질 것입니다
비혼非婚인구가 늘어나면서
아이 낳을 일이 없어지기도 하지만
결혼하더라도 하나 밖에 낳지 않으니까요
어쩌면 언어 사전 <사라진 언어> 편에
고어古語로 올라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빠 옛날에는 고모가 있었다면서요?"
"으음! 고모라고? 그런 말도 있었니?"
"네, 아빠 인터넷에 고어로 되어 있던데요."
"인터넷? 인터넷이라니, 그런 말도 있었니?"
"네, 아빠. 아빤 그것도 모르셨어요?
인터넷Internet이라고 역시 옛날 말인데
오래 전에 유행했던 소통체계였나 봐요."
"~?!"
04/28/2016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