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내려와 살면서 남들과 다른 독특하고 운치 있는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원생활의 분위기를돋우어줄 참신한 아이템을 소개합니다.
전원 생활자의 대다수가 자연환경과 어울리는 아름답고 깨끗한 집을 짓고 살고 싶어하는 것은
전원생활의 확산과 함께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그러나 살펴보면 이런 전원 생활자의 주류 주거 패턴에서 벗어나 전원에서만 즐길 수 있는
목가적인 멋을 자기 방식대로 마음껏 누리고 싶어하는 매니아 수준의 개성 있는 전원생활자들도 눈에 띕니다.
멋을 아는 전원주택
몇 년 전 봄에 호남의 한 해변에 갔다가 정말 한국 그림 동화의 한 장면에서나 나올 만한
예쁜 초가집형 전원주택을 본 적이 있습니다.
방 세 개와 대청과 부엌이 ㄱ자형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호남식 농가였습니다.
낡고 누추했을 이 농가를 주인은 솜씨를 부려 한국 농가의 미를 최대한 살려내고도
살기에 전혀 불편 없는 전원주택으로 개조한 것입니다.
슬레이트 지붕을 짚으로 바꾸고 벽을 본래의 황토 색깔을 살린
석회로 바른 것 외에 별다른 외견적 개조는 없었습니다.
서까래나 기둥, 마루나 방문 등은 원래의 것을 깨끗하게 보이도록
화학 약품으로 처리를 한 것일 뿐 원래의 자재는 그대로 놔두었습니다.
단지 부엌문을 열어보니 안은 현대식 입식부엌으로 바꾸었고 방은 보일러 온돌로 바꾸어 살기에
불편함이 없게 만든 내부 개량이 있었으나 한국형 초가의 아름다움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구도에 방에 넣은 극히 소수의 한국형 고가구가 집의 간결한 운치를 더해주었습니다.
또한 마당에는 냇가에서 주워온 둥근 돌로 만든 화단에 옛날 우리 토종의 꽃들을 심었고
울타리는 대나무를 엮어서 둘러쌌습니다.
전체적인 인상은 앞에서 말한 대로 한국화로 그린 동화의 삽화 그것이었습니다.
한국적인 미학으로 보아 그 집은 몇 배의 건축비를 들여 지은 최고급 전원주택보다도 더 아름답고 마음에 들었습니다.
정말로 전원생활의 풍류를 아는 멋쟁이라고 탄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본 전 수상의 전원생활
일본의 전 수상 나카소네 야스히로는 능히 비싼 별장을 살 재력도 있었을 텐데도 도쿄에서 50km쯤 떨어진
풍광 좋은 산간 마을의 허름한 농가를 사서 자신의 전원주택으로 삼았습니다.
그는 이 농가에 책을 넣을 작은 창고를 덧붙여 지었을 뿐, 별다른 개조를 하지 않고 자신의 별장으로 썼습니다.
이 소박한 농가에서 역사적인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나카소네 총리가 일본을 방문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 부부를 초청해서 차를 대접하는 다도회를 가진 것입니다.
세계의 언론들이 일본의 수상이 미국의 대통령에게 직접 차를 끓여
대접한 이 이색적인 다모임을 떠들썩하게 다루었습니다.
레이건 부부도 나중에 이 다모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술회했습니다.
미국 매니아들에게 인기 있는 몽골 게르
이런 목가적인 주거형태를 좋아하는 미국의 매니아들 중에 몽골의 고유 주거형태인 게르를 수입해서
전원주택이나 보조주택으로 쓰는 사람이 있는 것은 우리 상식으로 보면 놀라운 일입니다.
몽골의 게르(Ger)는 러시아에서는 유르트, 중국에서는 파오 등의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몽골족의 사촌인 우리 눈에도 별로 낯설지 않은 것이고,
남양주시 수동에 여러 개의 게르로 만들어진 몽골촌이 있으니 가본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엄청나게 넓은 국토 면적에도 불구하고 몽골의 인구는 300만 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국에 와 있는 이만여명의 몽골인들의 송금이
그 나라의 주요 외화 수입원의 하나라니 산업의 빈약함이 짐작이 갑니다.
수출품이라는 것이 양고기, 양털 등의 축산물과 임산물 등의 일차상품 수준입니다.
그러나 이 나라만의 외국 수출 경공업 제품이 있습니다. 바로 게르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국가로 이 게르를 수출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전원생활 매니아들은 게르를 수입해서 설치해놓고 목가적인 멋을 듬뿍 맛봅니다.
이와 같은 천막형 전원주택으로 미국에도 미국 고유의 모델이 있기는 있습니다.
여러 개의 나무 기둥을 세워 끝을 맞대게 해서 원추형을 만들고
거기에 들소 가죽을 둘러씌운 인디언들의 주거텐트인 테피(tepee)가 그것입니다.
지금은 들소 가죽 대신 천막천을 사용하고 기둥도 가벼운 플라스틱 등을
사용하는 현대판 테피가 미국 캠핑 시장에서 잘 팔리고 있습니다.
부언하자면 이 테피는 카누, 눈신(snowshoe)과 함께 인디언 문화가
미국 아웃도어 스포츠산업에 물려준 삼대 상품의 하나입니다.
만주의 오르촌 족들이 사냥할 때 이런 테피 비슷한 것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 이 테피도 아시아에서 인디언의 선조들을 따라 미 대륙으로 건너간 듯합니다.
그러나 테피는 낭만은 있지만 좁고 사용하기가 불편합니다.
그래서 미국의 전원 생활자들은 주거에 훨씬 편리한 몽골의 게르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몽골에 온 구미의 관광객들이 한번씩 이 게르에서 숙박해보고 맛을 들여
자기 나라로 사가지고 가기 시작한 것이 몽골 게르 수출 산업의 시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초보자도 간단하게 설치 가능
게르의 설치는 두시간이면 할 수가 있습니다.
우선 두 서너개의 기둥을 세우고 여기에 수레바퀴 같은 나무 구조물을 얹습니다.
둥근 이 틀이 이를테면 대들보 격입니다.
그리고 격자 모양으로 되어있어서 아코디언처럼 접었다 폈다 하는 벽으로
이 기둥 주변을 둥글게 둘러싸서 벽으로 삼고,
수레바퀴 모양의 들보와 둘러친 벽을 서까래 격의 나무로 우산살처럼 연결하면 지붕이 됩니다.
이기본적 나무 골격에 나무문을 달고 천막을 입히면 살기 편한 게르가 되는 것입니다.
단단한 시멘트 벽에 둘러싸여 사는 우리들에게 게르는 주택으로서 무척 엉성해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곳이 불세출의 영웅 칭기즈칸이 태어나 자랐고 살다가 죽은 곳이라는 것을 알면
게르의 숨겨진 내구성과 효율성이 설명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 게르의 나무 뼈대는 예상외로 튼튼해서 몽골에는 100년 이상 된 게르가 많다고 합니다.
몽골인들은 여름뿐만 아니라 영하 30도가 넘는 혹한에서도 게르에서 삽니다.
벽에 양털로 만든 펠트를 두르고 안에서 양의 배설물을 말린 땔감을 때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따뜻하고 아늑합니다.
90년대 초 혹한기의 몽골로 사냥을 가서 게르에서 여러 밤 자보고 경탄한 미국인들의 기행문을 읽어본 일이 있습니다.
그들은 게르를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텐트라고 불렀습니다.
또한 여름에는 천막 하단을 말아 올려서 공기가 들어와 위로 뚫린 천정으로 순환하게 하면 더없이 시원합니다.
한국적 정서에 어울리는 게르
목가적 분위기를 좋아하는 한국의 전원생활 애호가들에게 이 몽골 게르는 주목받을 값어치가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게르를 사랑하는 이유를 생각해봅시다.
온통 시멘트 벽에 둘러싸여 사는 현대 도시인이 숨 막히는 스트레스를 벗어나고자 찾는 것이 전원생활인데
자연의 공기와 하늘의 경관을 맛볼 수 있는 게르는 이런 현대인에게 한껏 숨통 트이는 자유를 맛보게 해줄 듯합니다.
지금은 얌전해졌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단아였던 리비아의 카다피 대통령은 틈만 나면
그 호사스러운 대통령 관저를 마다하고 사막에 설치한 천막에 나와 휴가를 즐겼었습니다.
서방세계에 삿대질을 일삼아 강대국들의 미움을 받아오던 그도 내면적으로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이었고
유목민의 아들인 그는 그 스트레스를 천막의 아늑함으로 털어냈을 듯합니다.
단지 한겹의 얇은 섬유벽뿐인 천막형 주택의 자연친화적인 매력을 말해주는 본보기적 실화라고 하겠습니다.
한국의 전원생활자들은 이 게르를 정원 한쪽에 설치해서 가끔 전원생활의 새로운 분위기를 맛보는
주거 수단으로 즐겨보거나 손님들을 많이 초청했을 때 보조 숙소로 사용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게르를 단지 전원생활의 무드 상품으로만 권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젊은 사람들이라면 전원주택 구입과 건축에 많은 자금을 투자할 것이 아니라 미국인들이 하듯
형편에 따라 일단 대지만 마련해놓고 이곳에 게르를 설치해서
주말 별장으로 쓰는 것도 한 방법이 될 듯합니다.
게르의 곡선형 지붕이 보기만 해도 푸근한 우리나라의 둥근 초가집 지붕을 닮은 것을 두고
한민족과 몽골 민족의 민족 문화적 연계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게르가 우리 정서에 더욱 맞는 점입니다.
출처: 전원주택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