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찾은 진안고원
임두환
진안고원 운장산에도 봄은 찾아왔다.
얼마 전만 해도 꽃샘추위가 심술을 부리더니 오늘은 포근하기 그지없다.
쉽사리 물러설 줄 몰라 했던 동장군도 봄기운에는 어쩔 수 없었던지
서서히 꼬리를 내리고 있지 않는가.
자연이 내려준 최고의 선물! 제14회 진안고원 운장산 고로쇠축제장을 찾았다.
매년 이맘때면 진안군 주천면 대불리 삼거광장에서 고로쇠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3월10일부터 이틀 동안이었다. 봄기운을 오롯이 담은 고로쇠
수액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축제장에 들어서니 관광객들이 발 디딜 틈 없이 초만원이었다.
이번 고로쇠축제는 중장년층만 즐기는 게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하는 행사였다.
축제장 메인무대에는 기념식이 한창이었고, 주변 부스(booth)에는
오감만족五感滿足을 나눌 수 있는 다양한 체험놀이와 먹을거리가 널려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고로쇠 증산기원제를 시작으로 풍물패의 열림길놀이,
고로쇠수액 빨리마시기, 고로쇠수액 채취체험, 팔딱팔딱 송어잡기,
목공예체험, 연날리기, 초청가수 공연 등으로 발길을 멈추게 했다.
우리나라에 수많은 지방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년초年初에 가장 먼저 열리는
행사가 있다면, 진안고원 운장산 고로쇠축제가 아닐까 싶다.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고로쇠 수액은 ‘뼈에 이로운 물’이라 하여
골리수骨利水라고 불리기도 한다. 새봄을 맞아 가지 끝에 싹을 틔우고
푸르름을 덧입히기 위하여 뿌리로부터 깊게 빨아올리는 게 바로, 고로쇠수액이리라.
고로쇠수액은 아무 때나 채취하는 게 아니다.
밤에는 섭씨 영하 3도, 낮에는 10도 이상으로 밤과 낮의 일교차가 커야한다.
진안고원에서는 2월 말에서 3월 중순이 최적기라 할 수 있다.
고로쇠수액의 효능은 예전부터 생명의 영약이라 불릴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칼슘과 마그네슘, 미네랄 함유량이 많아 위장병과 관절염? 신장염?
이뇨작용에 그만이고, 일반 물에 비하여 고로쇠수액은 칼슘 40배,
마그네슘 30배가 들어있다. 그래서인지 고로쇠수액을 가리켜
‘자연이 준 보약’이라고 하지 않던가?
고로쇠수액 채취는 나무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지상 1m 높이에서
드릴로 2-3개의 구멍을 뚫는다.
구멍마다 파이프를 집어넣고는 비닐주머니를 매달아 놓고, 물이 차면
플라스틱 용기에 부어 짊어지고 내려왔다.
요즘은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다.
나무마다 호수를 연결하여 중앙 집하장으로 수액을 끌어 모은 뒤,
걸러내면 끝이다.
내가 고로쇠수액을 처음 맛 본 것은 전주전매지청 진안전매서에
근무할 때였다.
돌이켜 보면 1983년도쯤으로 기억된다.
직장동료들과 함께 운장산 단골집에 예약을 해놓으면, 온돌방에 불을 지피고서
화투판과 고로쇠수액을 준비해 놓았다.
동료들 네댓 명이 짭짤한 음식을 준비하여 수액을 마시기 시작하면
한도 끝이 없었다.
고스톱을 치다보면 한판이 끝나기도 전에 갈 곳이 바빠진다.
일반 물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지만, 고로쇠수액은 달짝지근하여
배불리 실컷 마셔도 질리지 않는 게 특징이다.
내 고향 진안은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한마디로 천혜의 청정고장이라 할 수 있다.
진안에서 제일 아름다운 경관을 꼽으라면 단연코, 마이산, 용담호,
운일암반일암이다.
특산물로는 인삼? 표고? 고추? 흑돼지? 민물고기매운탕이 유명하여 많은
이들이 진안을 찾고 있다.
고로쇠축제가 열리는 운일암반일암은 운장산(1,126m)을 기점으로
명덕봉과 명도봉 사이의 5km에 이르는 골짜기로 맑은 물과
기암괴석이 절묘하다.
한여름에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휴양지로 많은 피서객들이
몸과 마음을 달래는 곳이다.
깎아지른 절벽에 하늘과 물과 나무와 오가는 구름뿐이라 해서
운일암雲日巖, 심산유곡深山幽谷으로 햇빛을 하루에 반나절 밖에 볼 수 없다하여
반일암(半日巖)이라고 했는데, 지금에 와서는 모두들 운일암반일암이라고
부르고 있다.
고로쇠 축제장을 빠져나오니 진안방향으로 왼쪽에는 용담호龍潭湖,
오른쪽으로는 구봉산九峰山이 보였다.
용담호는 진안군의 1읍 5개 면 일대를 수몰시켜 만들어진 담수호이다.
용담호는 전라북도민의 젖줄이면서 주변경관이 아름답기로 이름나있다.
그 뿐만 아니다.
용담호는 소양호? 충주호? 대청호? 안동호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저수량低水量 5위를 자랑하는 거대한 호수이기도 하다.
눈에 들어오는 구봉산(1,002m)은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 하나이다.
기암괴석으로 뾰족하게 솟아있는 아홉 개의 봉우리가 오묘하기 그지없다.
스릴(thrill) 넘치는 구름다리와 1봉에서 9봉까지 이어진 등산코스는
등산객들의 지상천국이다.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짜릿함에 날이 갈수록 몰려드는 곳,
구봉산이라 할 수 있다.
모처럼의 나들이에 자연이 준 선물! 고로쇠수액을 실컷 마시고 돌아오니,
보약을 마신 듯 몸과 마음이 가뿐하다.
내년에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온가족이 진안고원을 찾아, 봄의 전령사!
운장산고로쇠수액을 실컷 마시고 와야겠다.
첫댓글 이 글을 보니 운장산이 생각 납니다,
글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