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에 살기 시작한 지 언 1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제주로 넘어와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있다.
극복하는 과정에서 제주와 사랑에 빠졌고
3개월의 시간을 넘어 1년 아니 2년 혹은 평생을
제주와 함께 하고자 한다.
나는 현재 제주에서 미래를 그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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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엔 특별한 장소가 많다.
그중 '붉은오름 자연휴양림'은
내 이야기를 가장 잘 들어준 숲이다.
고민이 있을 때 혼자 숲을 걷노라면
친구처럼 함께 걷는 느낌을 주는 숲
오늘은 그 숲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제주도엔 여러 붉은오름이 있다. 아마 화산송이의 영향이 커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화산송이의 붉은빛이 오름의 이름에 붙으며 붉은오름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듯싶다. 이름이 쉬워서일까. 제주에 붉은오름은 5개가 넘는다. 그중 내가 사랑하고 많은 사람들이 사랑한 가장 대표적인 붉은오름에 대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 바로 서귀포 표선면에 위치한 붉은오름이 그 오름이다.


이 붉은오름은 둥그런 분화구가 있는 원뿔 모양의 산으로 붉은오름 북쪽 봉우리를 경계로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와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가 나뉜다. 어쩌면 이 오름은 제주시일 수도, 서귀포시일 수도 있는 그런 오름인 셈이다. 또 이 오름 주변엔 제주에 유명한 관광지 사려니 숲길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사려니 숲길을 위해 붉은오름으로 향한다.


이 오름의 유래는 위에 언급했다시피 화산 폭발로 인해 오름을 덮고 있는 돌과 흙이 유난히 붉은빛을 띠고 있기 때문에 붉은오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으며 한자 차용 표기는 '적악'이라 표기했다. 또 이름에 관한 재미난 전설이 있는데 고려 시대 삼별초와 여. 몽 연합군의 싸움에서 많은 병사들이 죽어 흘린 피로 인해 붉은 오름이 되었다는 전설이 남았다. 하지만 이 전설은 민간 어원설로 본디 불렸던 붉은 오름과 관계는 사실 없다. 하지만, 이런 스토리가 있어 더욱 붉은오름은 가치가 있는 듯싶다.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붉은오름 자연휴양림은 자연을 전혀 훼손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휴양림으로 서귀포와 제주 경계 지점 남조로변에 위치한다. 광활한 면적 아래 50년은 된 곰솔과 삼나무가 숲을 빽빽이 채워 멋을 더한다. 또 여러 숲길 코스는 고사리류를 비롯해 활엽수림대의 곶자왈이 널리 분포되어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곳엔 여러 제주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 동식물이 존재하는데 노루, 꿩을 보는 일은 어렵지 않고, 가을엔 단풍이 멋을 더한다.


붉은오름 자연휴양림에 대해 조금 더 설명을 보태자면 광활한 크기 때문에 여러 코스로 나뉜다. 그중 대표적인 숲길 코스가 상잣성 숲길 코스이고, 내가 가장 많이 찾는 코스기도 하다. 상잣성 숲길은 해맞이 숲길 코스보단 짧다. 3.2km의 코스로 대략 한 시간이면 왕복이 가능하고, 대부분이 평지라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코스다. 그다음으론 해맞이 숲길 코스가 있는데 이 코스는 무려 6.7km의 긴 코스라 조금의 마음 준비가 필요하며 대략 2시간이 넘는 코스로 말찾오름에서 일출을 보기 좋은 코스기도 하다.


그 외에 등산 코스도 있는데 붉은오름 건강 등반로가 그 코스다. 길이는 길지 않지만 등산에 가깝기에 산책으로 가는 여행자에겐 맞지 않은 코스다. 또 붉은오름 자연휴양림엔 무장애 나눔 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사실 우리나라 여행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장애 코스가 아닌가 싶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무장애 코스가 잘 조성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게 부족하다. 그 누구도 여행에 불편함을 느껴선 안된다. 그렇기에 무장애 코스가 있는 붉은오름 자연휴양림은 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숲이었다.


붉은오름 자연휴양림을 혼자 가는 이유
제주에 여름이 찾아왔다. 뜨거운 태양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계절, 뙤얗볕을 피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또 요새 무슨 일인지 스트레스가 꽤 많이 쌓여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도 모르게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쪽으로 눈길이 갔다. 매번 생각을 정리할 때마다 찾는 곳이라 고민 없이 이동했다.


붉은오름 자연휴양림엔 꽤 많은 여행자들이 자기 방식대로 이 숲을 즐기고 있었다. 누군가는 데크에 누워 피서를 즐기기도 했고, 누구는 텐트를 치고 캠핑을 즐겼다. 또 몇 명은 나처럼 숲길을 걸으며 힐링을 하는 듯 보였다. 제주에 살면서 초록빛을 더 사랑하게 된 나는 역시 이번에도 숲을 찾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머릿속에 생각을 조금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의 숲사랑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이 같이 숲길을 걷자고 제안을 많이 보낸다. 하지만 대부분을 정중히 거절한다. 숲은 혼자 찾고 싶다. 사실 숲에 들어서는 순간 혼자가 아니다. 나는 친구인 숲을 만나러 가는 것이고, 숲은 생각보다 좋은 친구라 나의 생각 정리, 푸념 모든 것을 들어준다. 또 숲은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준다. 내 생각을 숲에게 털어놓으면, 숲을 나올 때 즈음이면 결론이 난다. 어떤 방향으로, 또 어떤 생각으로 행동을 해야 할지.

숲과 나누는 이야기는 대부분 옳다. 그렇기에 문제와 고민이 해결이 안 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면 숲을 찾는다. 숲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면 숲은 늘 묵묵히 답을 한다. 숲은 내게 좋은 친구이고, 좋은 선생님이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풀리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면 숲을 찾아가자. 숲에는 수많은 정답이 존재한다. 또 그 정답 중 가장 와닿는 이야기를 숲은 들려준다. 숲에 안 좋은 고민과 문제를 두고 오자. 그리고 일상에서 다시 한번 숲이 들려준 정답을 곱씹어 보자. 그러면 조금 홀가분한 일상이 당신에게 찾아올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