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념론
철학의 근본 문제에 있어서, 궁극적으로 의식이 물질에 비해 일차적이며 규정적인 것이라는 세계관. 실재론·유물론·현실주의에 대립한다. 의 역어(譯語)로서 ① 객관적 실재로서의 형상, 즉 이데아 ② 주관적 표상(表象)으로서의 상념·개념·생각, 즉 아이디어 또는 관념 ③ 이성(理性)이 파악할 수 있는 개념, 즉 이데아 또는 이념 ④ 현실에 대한 아이디얼, 즉 이상(理想) 등을 포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념론도 객관적 관념론·주관적 관념론·이상주의로 대별할 수 있다. 서양에서는 실재론·실념론(實念論)에 비해 관념론은 새로운 용어로서 17세기 이후에 성립했다. 당초에는 감성적(感牲的) 자료를 수호하는 자료주의자나 유물론자에 대해, 형상(形相)을 원리로 하는 형상주의자를 관념론자로 보았다.
이 형의 관념론은 형상주의·이데아주의로서의 객관적 관념론이며, 실재론이라고 말할 수 있으나, 이데아의 인식에 관해서는 주관 없이는 있을 수 없다. 한편, 17세기 이래의 영국·프랑스 철학에서는 주관 또는 마음의 표상, 의식내용으로서의 아이디어와 이데아가 관념이라고 불렸으며, <존재한다는 것은 지각되는 일이고 마음은 지각의 다발이다>고 말한 G. 버클리의 주관적 관념론이 성립했다. 이러한 관념론은 주관 내의 관념 외부의 사물을 다루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실재론이나 유물론의 비난의 대상이 된다.
I. 칸트는 이론적 인식을 현상계에 제한하여 경험적 실재론을 역설한 반면, 인식을 가능케 하는 조건을 주관의 형식, 즉 주관에 있어서의 객관적 형상의 분석에서 구하고 형식적 관념론 또는 선험적 관념론을 주장하여 H. 리케르트나 E. 라스크의 객관주의적 관념론의 선구자가 된다. 또 이데아는 희구와 원망(願望)의 이상이며, 근세적으로는 이성개념, 즉 이념으로서 감성계에 실현되어야 할 목표가 된다. 여기에 이상의 추구 및 이념의 실현을 지향하는 이상주의가 근세 관념론의 한 형태로 되며, J.G. 피히테의 윤리적 관념론을 대표로 한다.
〔인도의 관념론〕인도 사상은 대개 어떠한 종교적 체험에 의거하여 전개되는 점이 특징인데, 인도사상의 태반이 관념론의 결과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예컨대, 《우파니샤드》 문헌에서 발단하는 베단타바다 학파 및 삼캬 학파의 생각에 따르면, 우리가 경험하는 이 세계는 자기의 본체가 무엇인가를 모른다는 것(無知·無明)이 계기가 되어 전개되었으며, 우리의 일상적 인식(분별·迷妄)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한다.
이는 불교에서도 기본적으로는 동일하며, 《화엄경》의 <삼계유심(三界唯心)>, 유가행파(瑜伽行派)의 <유식무경(唯識無境)> 등도 일상생활에서의 주객대립의 견해인 <허망분별(虛妄分別)>의 심적 작용이 이 세계를 형성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는 <관념>의 소산이며, 따라서 자기에 대한 진실을 깨달았을 때 우리는 이 괴로운 경험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는데, 바로 이것이 해탈(解脫)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