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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늦은 시간,
둘레길을 동행하는 지인으로부터
강원도 인제군 자작나무 숲을 배경으로 찍으신 사진 한 컷과 함께
주말을 그 곳에서 보내신다는 메세지가 카톡으로 왔다.
직접화법은 아니나 간접화법으로
현재 멀리 강원도 땅에 와 있으니
이번 주말 둘레길 걷기는 어려우니 스킵 하자는 메시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워낙 Social이 강하시고
또한 공사다망 하신 분이기 때문에
특히 주말에 여러 약속이 많으신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연속 3주를 계속 걸으신 적이 없으신 것 같다.
느낌상 전체 구간 중 한 반 정도를 지난 것 같아서
한번 중간 정산을 해보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지난 8월 27일 2구간인 아차산-용마산 구간부터 시작하여
대략 9주가 지난 오늘까지 걸은 거리는 대략 85km 정도다.
사실 생각보다 진도가 많이 더디다.
빼먹은 주까지 감안하여 주당 평균 거리를 계산하면 약 9.2km로 10km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일단 다행이다 싶은 점은
첫 번째로 전체 구간의 반은 넘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둘레길 중에 그래도 고봉준령 – 등산인들이 들으면 뭐랄지도 모르지만 – 이라는
북한산, 수락산, 불암산 구간은 끝마쳤고
세 번째는 구간 중에서 약간 까탈스러운 봉산-앵봉산 구간도 마쳤다는 점이다.
이 통계치를 그대로 프로젝션 시키면
157km 완주에는 총 17번이 필요하여 앞으로도 8주씩이나
더 필요하다는 결론이고, 그렇다면 12월 중순
눈이 펄펄 내릴지도 모르는 시점에 마친다는 이야기이다.
이래서야 어찌 서울둘레길을 완주하고
또한 북한산 둘레길의 북쪽 구간을 걷을 수 있을까 심히 걱정된다.
가뜩이나 추위에도 무지 약하신 분 같은데 말이다.
동행이 아닌 싱글(솔로)로는 보통 4번의 길나섬과 조금 더 플러스 하는 정도로
둘레길을 마칠 수 있음과 비교해보면 효율 측면에서는 엄청 좋지 않은 사례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완주라는 목표 기준 하나로 보면
이 지인은 별로 좋은 파트너는 아니지 싶다.
지난주 봉상-앵봉산을 산행을 마무리하고 불광천으로 진입하기 직전
증산역 근처 공원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무슨 이야기 끝에 이 지인께서 조심스럽게 물으신다.
아마도 같이 걷는 것이 좀 민폐스럽다고 생각하심인지
혹시 같이 걸어서 좋은 점이 있는지 하고 조심스럽게 물으신다.
사실 동행하여 걸을 때 그 반대의 경우만 언뜻 생각나고
좋은 점에 대해서 특별하게 해본 적이 없는데
그렇다고 국민 정서상 “없는데요” 하고 바로 이야기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임기 응변으로 적당히 머리를 굴려 대답을 했다.
“아~. 혼자 걸을 때는 길만 생각하고 걸어서
힘들고 다리 아픈 기억만 있는데
같이 걸으니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걷는 것을 잊어버리고 이야기에[만 골몰하게 되요.
그래서 걷는 것은 대화를 위한 단순 수단에 불과해져
먼 거리도 별로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어요”
순발력인지 아니면 내면에 있던 잠재 의식의 발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틀린 말도 그렇다도 맞는 말도 아닌 말도 대충 “위기”의 순간을 넘겼다.
사실 서울 둘레길의 현재 프로모션 자체가
낙천적으로 걷기를 강조한 길은 아닌 것 같다.
“157km” 이니 “완주”, “인증” 등
정량적 목표 및 또는 이에 준하는 키워드를 내세우기 때문에
사람의 특성상 자연히 목표 완수에 방점을 두기 쉽기 때문이다.
특히 목표 지향적인 남자들이 더 그렇다.
일설에 의하면 긍정과 낙천은 전혀 다른 개념이며
긍정은 어려움도 적극적으로 이겨내려는 힘이며
낙천은 현재보다 못한 상황과 비교하여
스스로를 너그럽게 생각하는 자신의 합리화라고 한다.
과연 누가 더 행복하게 잘 살까?
이런 물음에 조사를 해보니
낙천적인 사람보다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긍정적인 사람이 더 오래 건강하게 잘 산다고 한다.
둘레길 길나섬도 걷기 자체를 즐기면서
동시에 살짝 긍정에 대한 동기를 줄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발굴도 고려해봄 직하다
그냥 뜬금 없이 생각해보면
예를 들면 전 구간의 완주에 대한 인증도 있지만
또 다른 차별화된 스토리로 걷기를 진행 중이거나,
또는 단 하나의 구간을 걸었더라도
완주 이상의 의미를 줄 수 있는 success 스토리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는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걸었던 행복했던 길, 감동스러웠던 길도 예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여
또 이번 주에는 나만의 싱글 길나섬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옆지기가 한동안 조용했더니
문득 코스를 물어 본다. 왠?
결국에는 예상대로 아니 기대 밖으로
하산 길에 코스트코 들려 뭐 몇가지를 사오라고 주문 아닌 “오더”를 내린다.
쩝~
그러하니 코스는 또 뻔해진다.
왜냐면 도착 지점이 양재로 붙박이가 되고
출발 지점은 자연스럽게 그 좌 또는 우 구간이 된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천연적인 전제 조건이 붙게 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요즘의 동트는 시간이다.
집에 가까운 거점 몇 지점을 제외하면
아무리 먼 곳이라도
보통 6시쯤 출발 지점에 도착 하여 바로 길나섬을 시작하는데
요즘 해 뜨는 시간이 점점 늦어져서
어두운 시간에 산행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분들은 광부처럼 헤드램프를 하라고 추천하는데
솔직히 둘레길을 걸으면서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
당연히 짐보따리도 줄이고 싶다.
또한 대략 거리가 35~45 킬로 내외로 설정하려고 보니
정답은 안양천 구간 딱 하나 밖에 없어진다.
비록 한달 전에 같은 코스, 같은 거리를 지났지만
한달 뒤의 변화분을 보는 것으로 self-motivation을 하였다.
“그래 단풍이 들지 않았음을 보자” ~~ 동기 치고는 참으로 이상한 동기다..
원래 하나를 정하면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들이 줄줄이 붙게 되어 있다.
일단 서울이 남북으로 직선 거리가 30km 정도이니
위도 상으로 서울의 가장 북쪽인 북한산이 가장 남쪽의 우면산, 관악산 쪽 보다는
당연히 단풍이 먼저 들것이며 그런데 아직 북한산에 대한 화려한 단풍 소식은 없으니
북한산은 한 주 또는 두 주 정도 나중에 가도 좋을 때 같고…
또한 이를 위한 들러리 차원에서 서울의 가장 남쪽에 있어서
단풍에 가장 덜 들어서 가장 덜 화려할 것 같은 곳을 선택하자…
그래서 나중에 최종판으로 북한산에서 즐겁게 눈호강을 한다..
모~ 대략 이러한 전략이다.
보통 집을 구하러 다닐 때
부동산에서는 두 집 정도를 보여주는데
첫 번째는 좀 그런 그런 집,
그렇지만 두 번째는 깨끗하고 부동산이 밀고 싶은 집
이렇게 두 서너집을 조합을 해서 집을 찾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집을 찾는 사람은
자신이 눈 앞에 펼쳐진 몇 개 되지 않는 샘플 간 비교를 통해서
당연히 비교 우위에 놓인 후자를 고르게 되는 원리이다.
간단히 말하면 후자의 임팩트를 크게 하려고 스스로 열악한 전자를 고르자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지난번 동행 길나섬에서 구일역까지 마무리 하지 못하고
뜬금 없는 목동교로 마무리를 지었는데
그것에 대한 보상 차원도 있다.
그렇게 이제는 “장보기 코스”로 표제화 해도 좋을 정도로 익숙한
가양역 – 양재 시민의 숲 구간에 대한 길나섬을 하였다.
다만 약간의 변화라면
첫째 안양천에서는 기존의 벚꽃 길이나 또는 영등포 수변길 대신에
자전거길 바로 옆의 인도길을 따라서 안양천 전체 구간을 소위 “올킬” 했다.
사실 안양천 길은 전체 구간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인도가 3개, 자전차 길이 한 개나 되는
자동차 도로로 따지면 4차선 길이다.
다른 산 길 구간에 비하면 정말 최상의 고속도로급 구간인 것이다.
안양천 길을 무수히 다녔지만, 자전거 길을 따라가보기는 처음인 것이다.
둘째는 우면산 구간에서는
둘레길 중 일부분을 벗어나
정상인 소망탑으로 올라 하산을 하였다.
오전 6시에 가양역을 출발하여 오후 1시 반에
양재 시민의 숲 스탬프에 도착하여
총 38.6 킬로를 완주하였다.
예상대로 그리고 안양천과 삼성-관악산 구간 및 우면산에
단풍이 들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한 길나섬이었다.
특히 안양천 구간 벚꽃은 봄과 가을에 화려하기가 이를 데 없는데
아직은 청록 빛깔이었다. 조금씩 노란 기운이 들락말락 하다.
그나마 조금 진도가 나간
단풍을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산지가 아닌 평지인 양재 시민의 숲이었다.
그런데 가장 아이러니 했던 사실은
전 구간 중 상대적 비교에서 가장 단풍이 많이 든 장소는
다름 아니 바로 집 근처의 가로수들이었다.
연금술사 책에서 보면
결국 보물은 먼 곳이 아닌 바로 자신의 옆에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정답이 꼭 멀리, 그리고 복잡한 곳에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며칠 전 한일관 사장님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개에 물려
사망했다는 기사 때문에
반려견에 대한 이슈가 요즘 뜨거운데
그래서 그런 것 일까?
이전에는 둘레길 위에서의 동물에 대해서 거의 무신경하였는데
이번 길나섬에서는 길 위에 반려견이 참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안양천 구간에서 내가 개와 함께 가고 있는 어떤 가족을 앞서갈 때
사납게 짖은 얄궂은 개도 있지만
정말 사랑스러운 개들도 많았다.
주인이 운동하는데 심심해서 데리고 나온 것인지
아니면 반려견을 운동 시키기 위해서 주인이 더불어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다.
암튼 어느 날 둘레길 상에서 길나섬을 나선 보행인이
개에 물려서 어찌어찌 되었다는 뉴스는 절대 없었으면 좋겠다.
비 없이 푸르른 날, 그리고 미세 먼지도 없는 화창한 날이 계속되니
비 걱정 없고 크게 덥지도 않아서
갈증도 없이 걷기에 최상의 날이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한달 전 보다 30분이나 도착 시간이 앞당겨졌다.
크게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걷기 좋은 시즌이라는 방증이 아닐까?
사실 일년에 요즘 같은 계절의 날씨는 사실 며칠 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같은 날에 실내에만 있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기회손실일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가까운 산이나 가볼까?”의
그 가까운 산은 다름 아닌
바로 지척에 있는 둘레길이 있는 그 산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둘레길 곳곳에서 여러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낙성대에서는 강감찬 장군 관련 행사가, 그리고 둘레길 중간에서도
유아원 아이들의 숲속에서의 즐거운 체험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또한 전망대에서는 맑고 푸른 서울의 뷰를 보려는 탐방인들로 북적였다.
……..
동행하는 길나섬도 마무리 되고, 또한 솔로로 조금 더 걷게 되면
머지 않아 서울 둘레길 완주도 어느덧 두 자리 숫자로 진입하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계속 진행되는 어떤 일 또는 스토리에 대해서 이름을 붙이기를 좋아한다
기승전결도 이라고 하기도 하고, 서론 본론 결론이라기도 한다.
이런 거창한 이름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제는 간단하게라도 Phase Change, 즉 어떤 위상이 바뀌어야 할 단계 인 것 같다.
예를 들면 둘레길 길나섬에도 뭔가 다른 철학이 동력이 되어야 할 것 같고
또한 후기에도 길에 대한 단순 정보가 아닌 길에서의 상념이 담겨야 할 것 같다.
모~ 구체적인 것은 없고 단지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또 하나의 솔로의 행복한 길나섬을 마무리 하였다.
또 다른 아이러니로
아직은 초록의 나무 사진으로 사진 붙임을 하려다
그래도 가을 산행에 단풍이라는 이름으로 줄긋기가 되는 사진들로 모아 보았다.
이래야 앞으로 있을 후반부의 임팩트가
더 크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알량한 마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