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
Nature 天性
천성(天性)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질이다. 다른 말로 본성(本性), 성(性), 천품(天稟), 본연지성(本然之性), 천지지성(天地之性)으로 칭하기도 한다. 천성은 천과 성이 결합한 명사다. 하늘 천(天)은 자연과학에서는 하늘(sky), 철학에서는 최종의 궁극자(窮極者), 종교에서는 신(神) 등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한자문화권에서 천은 하늘, 하나님, 이치, 우주 자연, 도, 운명, 신, 절대자 등의 의미로 쓰인다. 성(性)은 사물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자질과 바탕이다. 원래의 성질이나 본질이라는 뜻에서 천성(天性), 본성(本性)이라고 한다. 성의 어원은 마음(心)과 날 생(生)이 결합한 것으로, 태어날 때 가지고 있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천성은 하늘이 내려주고 인간이 이어받은 우주 자연의 본체와 이치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천성의 유래는 [중용]의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 장재의 천지지성(天地之性), 주희의 본연지성이다.
첫째, 천명지위성을 줄인 것이 천성이다. 천성은 하늘의 명령인 천명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인간과 사물의 천성은 스스로 얻은 것이 아니라 우주 자연의 이치인 천리를 하늘로부터 받은 것이다. 천성은 하늘의 이치와 원리인 천리(天理), 하늘의 뜻인 천의(天意), 하늘이 운행하는 법칙인 천도(天道), 하늘의 명령인 천명(天命)을 어어받아[繼之] 본성으로 지닌 것이다. 천명과 천리를 이어받은 다음 기르고, 수양하여 이루는[成之] 것이 천성이다. 그런데 천명은 태극 – 음양 – 오행 – 만물의 과정을 거치면서 생성, 변화, 운동, 소멸한다. 이것이 천명유행이다. 천명유행(天命流行)은 우주 자연의 본체인 태극과 이(理)가 생성 – 변화 – 운동 – 소멸 - 생성하는 순환이다. ‘천명은 곧 성(天命之謂性)’이므로, 천명에 따라서 본성은 변화한다. 천명의 변화를 이은 것은 선이고(繼之者善也) 천명을 이어받아 이룬 것이 성(成之者性也)이다.
둘째, 천지지성을 줄인 것이 천성이다. 천지지성(天地之性)은 우주 자연의 본성을 의미하는 횡거 장재(張載, 1020~1077)의 개념이다. 우주 자연의 본성인 태허가 곧 천지지성이다. 태허는 지선하고 무형(無形)인 형이상의 존재다. 따라서 천성은 우주 자연의 본성을 말한다. 이런 천성 개념은 태허(太虛)와 기(氣)를 토대로 하는 기일원론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천지지성에는 기가 잠재해 있는데, 기가 형을 얻어 기화(氣化)하면 기질지성으로 바뀐다. 따라서 기질지성은 천지지성의 일시적 현상이다. 보편자 천지지성은 변함이 없고 개별자 기질지성은 변함이 있다. 그러므로 천지지성은 태극과 같고 기질지성은 음양오행과 같다. 그래서 장재는 기가 잠재한 일기(一氣)를 태허라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저 사람은 천성이 착하다’에서 천성은 개별자의 기질지성을 말한다. 왜냐하면, 장재철학에서 기질지성의 본체와 원리가 천지지성이기 때문이다.
셋째, 천성은 본연지성을 말한다. 주희는 [중용]의 천명지위성과 맹자의 성선설에 근거하여 본연지성과 기질지성을 나누었다. 본연지성(本然之性)은 인간과 사물이 공통으로 가진 본래의 보편적인 성이고, 기질지성(氣質之性)은 인간을 포함한 개체가 가진 우연하고 개별적인 성질이다. 주희에 의하면, 천성은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다. 맹자는 ‘사람은 선하지 않은 경우가 없고 물은 아래로 흐르지 않는 경우가 없다.(人性之善也. 猶水之就下也. 人無有不善水無有不下)’라고 하면서 사람의 선한 천성을 물에 비유했다. 이것이 우주 자연의 물리적 성질을 선으로 간주한 성선(性善)이다. 장재의 기철학(氣哲學)을 받아들인 주희는 ‘천지지성을 말하는 것은 오로지 이(理)를 가리키는 것이고 기질지성을 말하는 것은 이와 기가 섞인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故論天地之性則專指理言 論氣質之性則以理與氣雜而言之)’라고 보았다. 따라서 기질에도 천성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을 주희는 미발의 성(性)과 이발의 정(情)으로 정리했다.
맹자는 ‘형색은 천성이니 오로지 성인이 된 후에야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孟子曰 形色 天性也 惟聖人然後 可以踐形)’라고 말했다. 이때 형색의 형(形)은 무형인 상(象)과 달리 실체가 있는 모양이고 색(色)은 무의 공(空)과 달리 실체가 있는 존재다. 그러므로 천성은 우주 자연에서 나온 실체와 존재가 가지고 있는 원래의 성이다. 그렇다면 우물가의 아이를 측은하게 여기는 인의(仁義)도 천성이고 떼쓰는 아이를 미워하는 것도 천성인 셈이다. 인간의 천성은 첫째, 보편자 개념에서는 인간 종이 가진 종적(種的) 특성이고 둘째, 개별자 개념에서는 한 개인이 가진 특성이다. 그러므로 천성은 상대적 개념이다. 결론적으로 천성은 천리(天理)가 형체에 깃든 우주 자연의 보편적 특성, 천리가 개체에 깃든 개별적 특성, 하늘의 명령으로 지니게 된 하늘의 품성[天稟], 우주 자연 자체의 물리적 특질 등 여러 가지 의미로 볼 수 있다.★(김승환)
*참고문헌 『孟子』.
*참조 <기>, <미발이발설>, <본연지성>, <본연지성과 기질지성>, <성리학>, <성선설>, <성즉기>, <성즉리>, <심통성정[장재]>, <이[성리학]>, <천리>, <천명>, <천지지성>, <태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