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일시: 2019년 11월 16일 (토)
o 날씨: 흐림
o 산행경로: 비홍재 - 십자봉 - 응봉 - 풍악산 - 노적봉 - 질매재 - 닭벼슬봉 - 혼불문학관
o 산행거리: 13.7km
o 소요시간: 4시간 반
o 지역: 전북 순창, 남원
o 일행: 온라인산악회
o 산행정보: 풍악산, 응봉, 노적봉, 닭벼슬봉, 호성암, 혼불문학관
o 트랙:
▼ 산행지도
오늘 산행은 전북 순창에 있는 풍악산이다. 단풍처럼 아름다운 산이라서 '단풍나무산'이라고도 불리며, 산림청 선정 '숨겨진 우리산 250'에 포함되어 있다. 인근에 있는 고리봉과 연계하여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마침 온라인산악회의 산행일정과 맞아 동참하게 되었다. 11월 중순, 계절도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고 있지만 아직 가을이 남아 있는 남도를 찾아가는 행락객들로 인해 고속도로는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장장 4시간을 달려 도착한 들머리 비홍재에는 가을햇살이 내리쬐고 있다. 비홍재는 북쪽의 풍악산과 남쪽의 고리봉 중간에 위치하고 있으며, 남원과 순창을 이어주는 고개이다...
▼ 비홍재(들머리)
솔잎이 수북히 쌓여있는 등로는 여느 산길과는 다른 느낌이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13번 국도가 동서를 가르고 그 뒤로는 순창지역의 산군들이 하나씩 얼굴을 내민다. 높은 습도때문에 시정이 깨끗하지 못하지만 수묵화 같은 옅은 터치도 볼만하다...
▼ 용궐산, 회문산 방향
등로는 비교적 큰 등락없이 조용히 전진한다. 등로의 서쪽사면은 많은 면적이 벌목을 한 모습이다. 산불이 난것 같지는 않은데 간벌이라고 하기는 좀 규모가 커 보인다...
▼ 사리재(?)
예상외로 날씨가 포근하다. 추울까봐 겨울 등산복을 껴 입었더니 벌써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멋진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잘 살펴보면 송이를 발견하는 행운도 생길 것 같다. 실제로 9월에서 11월까지 송이가 많이 생산된다고 한다. 트랭글에서 뱃지 발급 알람을 울린다. '십자산' 이라는데 아무런 표식은 보이지 않고...
▼ 십자산
계속되는 소나무 숲길... 십자산에 이어 422.4봉을 지나간다...
▼ 422.4봉
풍악산 산행은 마애석불이 있는 신계리에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비홍재에서 풍악산을 잇는 등로는 천황지맥 구간이다. 우리는 지금 천황지맥을 걷고 있는 것이다. 천황지맥은 금남호남정맥 상의 팔공산(1147.6m)에서 서쪽 마령재로 내려서서 서쪽 오수천의 북쪽 산줄기인 성수지맥을 내보내고 요천과 오수천의 경계를 이루며, 개동산, 천황산, 약산, 노적봉, 팡악산과 응봉을 지나 문덕봉, 삿갓봉, 고리봉을 거쳐 섬진강 신기철교 앞까지 이르는 약 65km의 산줄기를 말한다. 예전에는 개동지맥이라고 불렸다...
▼ 상의령 갈림길
▼ 진행방향으로 바라본 응봉(좌)
사각사각 낙엽 밞히는 소리... "시몬 너는 아느냐..."
▼ 486.8봉
등락도 크지 않고 등로가 선명하여 부담없는 산행길이다...
능선에 올라서니 남원방향의 조망이 열린다. 벌판 중간에 중절모처럼 솟아있는 곳이 남원의 진산 교룡산이다. 그 우측으로 지리산 서북능선과 주능선이 보여야 하는데 박무 때문에 상상만 하게 된다...
▼ 남원 교룡산
▼ 지리산 방향
응봉을 앞두고 벌목을 한 듯한 절개지를 지나간다. 잘리고 쓰러진 나무를 피해 등로는 비탈을 타고 오른다. 뒤를 돌아보면 비홍재를 지난 천황지맥의 氣가 문덕봉과 고리봉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고, 좌우를 둘러보면 무등산과 내장산으로 이어지는 남도의 금수강산이 수묵화처럼 다가온다. 습도가 조금 더 낮았더라면...
▼ 뒤돌아본 문덕산~고리봉~동악산 방향
▼ 체계산(중앙 우측)과 순창, 담양 방향
▼ 내장산(우측 뒤) 방향
절개지를 올라서면 응봉이다. 응봉(鷹峰)은 매를 닮은 형상 때문에 얻은 이름으로 매봉이라고도 불린다. 정상은 헬기장이며, 사방이 나무에 가려있어 조망은 별로 없다...
▼ 응봉
응봉을 지나면 신계리 갈림길과 577.2봉을 지나고 다시 운교리 갈림길을 넘어 풍악산으로 접근한다. 오늘 일행중 B팀은 신계리에서 신계리 갈림길 코스를 이용하여 풍악산으로 향했다...
▼ 신계리 갈림길
▼ 577.2봉
초록의 소나무 숲위로 하얀 눈이 쌓이면...
▼ 정읍 방향 (우측맨뒤가 회문산?)
▼ 운교리 갈림길
운교리 갈림길을 지나 짧게 언덕을 올라서면 풍악산 정상이다. 금강산(金剛山)처럼 경관이 아름다워 풍악산(楓岳山)이라 하며 '단풍나무산'이라고도 하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풍악산'에는 단풍나무가 거의 없고 송림이 울창한 산이다. 높이는 600m...
▼ 풍악산
풍악산에는 백제 장군이 신라군과 대치하고 있는데 큰 고목나무 옆에서 도사가 알려 준 작전대로 싸워 승리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으며, 정상에는 자리잡고 있는 뫼산(山)자의 커다란 삼각형 바위는 풍악산을 대표한다. 풍악산은 섬진강 옆 평지에 우뚝 솟아있어 남원방향의 조망이 빼어난데 오늘은 박무때문에 시정이 흐릿한 것이 아쉽다. 정상을 인증하고 점심식사를 하면서 신선처럼 앉아 시간도 낚아보고...
▼ 풍악산 정상에서 바라본 남원 교룡산 방향
비홍재에서 풍악산까지가 육산이었다면 풍악산에서 노적봉까지는 암릉구간이 많다. 능선길이라 남원방향의 조망이 계속 따라 온다...
등로가 어렵지도 않고 그렇다고 쉬운 것도 아니다...
노적봉 정상석은 헬기장의 넓은 공터에 자리잡고 있다. 산봉우리가 높으며 모양새가 노적처럼 보여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며, 소설 <혼불>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항상 안개속에 묻혀 있고 송이버섯이 많이 생산된다고 한다...
▼ 노적봉
노적봉을 지나면 등로 곳곳에 소설 <혼불>의 문장들이 걸려있다...
우측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지만 우리는 혼불문학관 방향으로 직진한다...
다시 한번 언덕을 올라서면 닭벼슬봉을 마주하게 된다. 닭벼슬봉은 남원 사매면에 있는 높이 556m의 산이다. 깎아지른 듯한 바위봉우리들이 연이어져 있는 형상이 닭볏을 닮았다 하여 계관봉(鷄冠峰)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표지석은 물론 표지판도 보이지 않으며 등로는 위험한 암릉의 우측으로 우회한다...
▼ 닭벼슬봉
닭벼슬봉 주변도 조망이 열린다. 만행산을 중심으로 북으로는 팔공산, 그 뒤로는 장안산에서 지리산으로 백두대간이 뻗어 있는데... 오늘은 마음으로 그릴 수 밖에 없다...
▼ 만행산(중간 뽀족한 산봉우리)
▼ 청룡산(우)과 고남산(중간 우측 뒤)
닭벼슬봉을 지나면 등로는 혼불문학관을 향해 하강을 시작한다. 상당이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 하산길 등로
급경사길이 멈추면 4.5m의 거대한 자연암벽에 새겨진 노적봉 마애여래좌상이 보인다. 6.25동란때 소실된 호성사라는 절이 있었던 곳이며, 호성사는 한 도승이 호랑이에게 물려간 아이를 구해주어 아이의 부모로부터 시주를 받아 세운 절이라 한다. "호성암 중 떡 달 듯한다"라는 속담이 생긴 곳이다...
▼ 노적봉 마애여래좌상
[호성암 전설] 이 절의 중들은 해마다 5월 단오절이면 떡을 만들어 잔치를 하게 되었다. 떡을 만들면 먼저 불전에 올리고 불공을 드리기는 하나 그 떡은 결국 중들이 먹기 마련이다. 이 때 호성암은 규모가 컸음인지 승려가 무려 20~30명이나 되었다. 그런데 이 많은 중들이 서로 욕심이 많아서 떡을 한 개라도 더 먹으려고 수선 법석을 떠는 것이 탈이었다. 그리고 떡을 나누어 먹되 낮에 떡 잔치를 벌이면 절에 찾아오는 손님에게 나누어 주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렇게 되면 아까운 떡이 줄어져 중들의 차지가 적어질 것이 염려되므로 손님들이 한 사람도 없을 때에 떡 잔치를 벌일 필요가 있어 떡 잔치를 항상 밤중에 벌이도록 되어 있었다. 몇 해 동안은 비밀리에 떡 잔치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새어나갔는지 산 밑 마을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더구나 젊은 중들은 떡을 갈라 먹되 한 개라도 더 차지하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그리하여 중들은 똑같이 떡을 공평하게 나누어 먹을 수 있은 방법을 생각하였던 것이다. 방법을 생각한 나머지 떡을 저울로 달아 나누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농사철에 비가 오면 논에 물을 대기 위하여 물싸움이 일어나면 “우리도 호성암 중들 떡 달듯 할까?” 하는 말이 생기게 되었으며, 이러한 이야기들이 마을에 퍼지자 호성암 스님들도 깨달은 바가 있어 이후로는 단오날 잔치에 떡을 다는 노릇이 없어졌을 뿐 아니라 서로 의좋게 불경공부를 하게 되었다 (출처: 남원군지). 그래서 "호성암 중 떡 달듯 한다" 라는 말은 까닭없이 욕심을 부리는 사람을 가르키는 말이라고 한다...
마애여래좌상을 지나면 임도를 만나고 순천완주고속도로 하부터널을 지나 혼불문학관으로 이어진다. 혼불문학관 직전에 소실된 호성암이 새롭게 지어지고 있다...
▼ 호성암(신축중)
혼불문학관은 최명희 작가의 한국현대문학의 걸작『혼불』의 배경지인 노봉마을에 조성한 문학시설이다. 소설 <혼불>은 우리 역사에 있어서 가장 암울하고 불행했던 시기인 1930년대를 배경으로 국권을 잃고 일제의 탄압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청암부인'이라는 주인공의 주체적인 의지 속에 승화시킨 작품인데, 매안마을의 양반가를 지키려는 3대의 며느리들과 거망굴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 혼불문학관
가을은 깊어가고 해는 짧아지고 있다. 오후 5시를 넘기니 벌써 어둠이 밀려온다. 서울에서 내려온 만큼의 시간을 들여 다시 서울로... 내일은 함양 괘관산이 예정되어 있는데,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