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야곱 DNA를 읽고.... 하나님과 함께한 야곱과 나의 성장 로드무비
올해 1,2월에 창세기를 묵상하며 새벽을 열었다. 우연찮게 야곱이라는 인물이 가장 눈에 밟혔다. 그가 나를 괴롭혔다. 그에 대해서 묵상하고 설교하려면 불편했다. 거짓말쟁이, 욕심쟁이, 사기꾼, 잔꾀의 대가가 왜 그 큰 복을 누리며 아브라함과 이삭의 반열에까지 서게 되었는지... 대담한 것 같다가도 소심하고, 충성스럽고 성실한 것 같다가도 시류를 따라 가볍고 제멋대로이며, 믿음이 좋은 것 같으면서도 결정적일 때는 인간의 속물 근성을 적나라하게 보이는 이 이중 인격자를 왜 하나님은 그렇게 감싸고 도시며 편애하시는지...도통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가 하나님의 복을 독차지 하는데 동의할 수 없었다. 내게는 성경의 미스테리요 난제 중에 하나였다. 나는 과연야곱과 ‘같은 과’의 사람은 아니라서?
성경에 인생의 부침과 고락을 그 처럼 드라마틱하게 한 몸에 겪은 자가 있을까?
야곱, 그가 인생 말년에 애굽의 바로왕 앞에서 고백한 것처럼 ‘130여년 여정 험악한 세월(창 47:10)을 보낸 사람이다. 그래도 버나드 쇼의 묘비에 있다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소리 보다는 나은 삶이랄까.
물론 아담, 노아, 아브라함, 모세, 삼손, 다윗, 베드로, 바울...성경에는 순탄치 않으며 극적인 요소를 가진 히어로 같은 수많은 인물들은 있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출생부터 죽음 직전까지 줄곧 줄타기하듯 아슬아슬하게 영적 열망과 육적 욕망, 성속의 이중성을 내면에 지니면서 치열한 삶을 살아낸 이는 야곱이 최고 주연상 감이다.
수천년을 지나고서도 가장 현대인을 닮은듯 지극히 세속적 속물 근성으로 친근하게 다가온 인물이다. 성경에서 튀어나와 현대 우리내 삶의 현장에 던져놔도 잘 살아낼 것만 같은 그 잔머리와 적응력, 자신이 바라는 것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열함에 치밀함까지 갖춘 욕망의 화신,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가족도 자신도 눈하나 깜짝않고 기만하며 배신해 낼 수 있는 약삽한 인간 군상. 야곱은 차원이 다른 인간상이다.
오늘 내 옆 어딘가에서 내 자리를 탐내고 있다가도, 저녁 회식하면서 내 억울한 한탄과 속상함을 다 들어주고 진심 같이 맞장구치며 (악어)눈물로 다독여 줄 것같은 밉지만은 않은 직장동료 같은 인간이 그이다. 천사와 동물의 중간 쯤에서 변신을 거듭하는 헐리우드 마블 코믹스의 헐크같은 존재일까?
이 책은 비열함, 소심함, 속물성의 끝판왕 야곱에 대해 철저하게 해부한다. 그 야곱이라는 미스테리한 인간이 성경에 엑스트라가 아니고 어떻게 주인공이 될 수 있었는지 25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할해해 소개한다. 어쩌면 작가의 치열한 고민과 문제 의식으로 주연을 만든 것같기도 하다. 단순히 성경의 한 개인 야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님이 인간을 다루시고 구원해 복주시는 과정을 다룬 성경적 인간론 연구 논문이라 해도 좋겠다.
이 책은 야곱에 대해 챕터별로 나누어 출생부터 말년까지 각 인생의 중요한 모멘트, 단계마다 새로운 아이템(그러나 일맥 상통하는 중심 주제를 놓치지는 않는다)을 가지고 인물 설교를 하듯 쉽게 쓰여졌다. 신학자가 아닌 목회자요 성도 입장에서 글을 썼기에 어렵지 않다. 그러나 가볍지 않다. 한문장 한문장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맞추며 단순한 심리 상담이나 축복과 형통의 비법을 가르치는 자기개발서나 뻔한 설교집으로 가지 않으려고 치열하게 고민한 노력이 흔적으로 남아 있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운명을 타고난 야곱이 최후승리 얻기까지 그의 삶을 이해하는 열쇠가 되는 세단어 야망, 수단(방법), 은혜가 10장에 걸친 인생의 단계마다 어떻게 작동하고 상호 영향을 주었는지 야곱의 반응과 하나님의 개입의 역사로 그의 삶을 풀어서 로드무비처럼 보여준다.
그의 이중적인 욕망 때문에 겪어야 할 인생의 여정은 말그대로 험난하고 고단했지만 마지막까지 잘 싸웠다 말해 준다. 저자는 ‘이미’와 ‘아직’이라는 구원의 여정이 그의 삶가운데 잘 드러나도록 행간마다 핵심을 잘 짚어주고 있다. 그리고 그 ‘야곱이 나이며 내가 야곱’이라는 자기고백적 신앙고백을 후렴구처럼 덧붙여서 이것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삶의 이야기요 내 실존의 현실임을 뇌리에 남도록 전략적으로 기술하였다. 성경 말씀이 오늘 여기 내 삶 속에 임마누엘해야 함을, 그리고 오늘 이 시간 내가 살아내야 할 현실임을 자각시킨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축복을 빼앗아 자기 것만을 만들려한 인물이 남을 축복해주는 자가 되었다. 원수를 만들고 원수를 두려워하여 쫓기던 자가 원수의 얼굴에서 하나님 보는 자, 세상에 화평을 주는 자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5장 ‘사랑과 노동’, 8장 ‘하나님의 얼굴’은 이 책의 하이라이트요, 저자가 정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야곱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을 담은 챕터 인것같다. 벧엘(하나님의 집)을 체험한 사람, 브니엘(하나님의 얼굴)에서 하나님을 만난 사람은 합당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과 성실 축복의 사람, 평화의 사람으로... 물론 이때도 야곱은 성자가 된 것은 아니지만 변화된 사람의 삶의 모형을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마음 찔리게 하는 촌철살인의 문구들과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제시해 주는 따뜻한 신앙의 조언들이 페이지마다 묻어난다.
젊은이들 언어로 표현하자면, 미션 클리어, 단계적 업그레이드, 레벨업 되어가는 야곱 성장시키기 게임을 리얼로 보는 것도 같았다. 미션을 설정하고 득템해 가는 야곱, 술수와 속임으로 득템을 하는 반면 잃어버려야 할 소중한 것들도 있었다. 더 이상 나가지 못하고 주저앉을 때마다 게임 체인저 하나님이 있었다. 하나님은 하늘의 옵션으로 스페셜템으로 야곱의 캐릭터를 레벨업시켜 주신다. 심지어 캐릭터 네임도 야곱에서'이스라엘'로 업글시켜주셨다. 벧엘과 브니엘은 중요한 스테이지였다.
한편 이 책을 덮고나면 남의 발목잡는 자 ‘야곱’이 하나님의 왕자 ‘이스라엘’이 되어가는 성장 로드무비를 본 것 같았다. 벧엘에서 하란으로 하란에서 브니엘을 걸쳐 다시 벧엘로 이 책은 그 여정을 그린 지도를 매 챕터마다 앞에 삽입해 놓았다. 그리고 말한다. 인생은 시계가 아닌 나침반을 봐야한다고.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인생에 최고 가치가 무엇인지 잃지 말라며 우리에게 신앙의 네비게이션을 제시한다. 이 야곱의 로드 무비는 ‘델마와 루이스’처럼 마지막이 비극의 낭떠러지씬으로 결말나지 않아서 좋았다.
나를 돌아 본다. 야곱을 그렇게 불편해 하던 내가 바로 그 야곱이었다. 버러지, 천덕꾸러기, 변덕쟁이, 이중인격자, 구제 불능의 야곱과 같은 나를 다루시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랑으로 인도하시고 연단시켜 마침내 하나님의 사명을 이뤄가도록 복의 사람으로 삼아주신 눈물나는 그 하나님의 사랑(헤세드)이 감사하다.
오늘도 나는 순례자되어 하늘로 가는 로드무비를 완성해가는 야곱의 도상에 함께 서있다.
2020년 5월 광양글쓰기학교 사랑나무 정영석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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