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도 드디어 시립미술관이 생기게 되었다. 울산시가 중구 북정공원 일원에 시립미술관을 건립하는 것으로 오는 29일 확정 발표예정이라는 소식이다. 당초엔 2011년부터 시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하여 2017년 완공계획이었다. 추진과정에서 문화재로 보존가치가 인정되는 울산객사 발굴을 비롯한 부지선정 논란 등 저간의 사정으로 조금 늦춰지긴 했으나 2020년 완공을 목표로 734억 원의 예산을 들이는 큰 사업으로 기대를 모의고 있다.
전국 7대 특별시, 광역시 중 시립미술관이 없는 곳은 울산과 인천이었다. 울산보다 2년여 빨리 추진위가 구성되었던 인천도 조만간 시립미술관 부지를 마련하여 건립하게 될 것이라는 문화계 소식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 6월 울산시립박물관 개관에 이은 시립미술관의 건립으로 시민들의 문화갈증이 조금은 해소 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게 되어 환영할 일임에 분명하다. 그동안 인천은 상대적으로 문화 인프라가 풍부한 서울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갑갑함은 덜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울산의 입장이다. 울산은 지리적인 여건과 비용은 물론 인근 부산으로의 문화쏠림 현상에 더해 안타까움이 컸다. 문화 향유의 욕구를 충분히 달래 주지 못했었다.
한편, 우리나라는 요즘 조선업에서 시작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전체 산업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여파는 앞으로 문화예술 부문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절벽과 소득감소 그리고 인구감소에 뒤이은 저성장의 터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80년대식 관주도의 개발도상국 시절의 문화정책을 답습하며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내 고장에 하나쯤 있어야한다는 자존심만 내세우다가는 뒷감당을 할 수 없는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선 아니 될 것이다.
물론 적자에도 불구하고 있어야 할 것은 마땅히 유지해야 한다. 우리나라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잘못된 관행이나 현실을 냉철하게 가려내어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지혜가 수반되어야 할 일이다. 전국 시 도의 국공립박물관이 벌싸 2000억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건립자체에 의미를 두는 정도의 일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 어떻게 미술관의 정체성을 담아낼지 더 많은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문화예술을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평범한 것은 구색 갖추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야기가 살아있는 콘텐츠 개발과 다양한 전시 장르를 접목할 수 있는 설계를 위해 지금 가장 많은 공부가 필요해 보인다.
요즘 제주도로 이주하는 젊은 문화예술인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이주’가 아니라 ‘이민’이라는 우스개도 있다. 이미 살고 있는 문화예술인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이미 제주에 터를 잡은 몇몇 유명한 대중가수를 비롯한 순수 예술가들이 저지예술인마을과 애월읍을 비롯한 각지에 정착하여 둥지를 틀고 있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제주로 이민을 선택했을까? 이국적이며 온화한 날씨와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 덕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성노동이 필요한 문화예술인들이 팍팍한 도시생활과 인간의 이기심으로 채워져 속박당하는 굴레를 벗어나 살고 싶은 자유로운 마음이 이민(?)을 자극한 연유일 것이다. 이러한 문화예술인들의 열망을 알아차린 제주특별자치도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소살리토 처럼 제주도를 ‘예술의 섬’으로 발전시키겠다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소살리토’는 예술가와 음악가들이 많이 살고 있어 예술마을과 휴양마을로 유명한 곳이 아닌가. 필자는 제주도의 이러한 문화예술인 지원 노력이 성공 할 수 있으리라는 예감이 든다.
이 대목에서 요즘 가장 핫한 인기어가 떠오른다. ‘뭣이 중헌디’영화 곡성에 등장하는 어린 여자 주인공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명대사다. 장면은 외지인이 들어온 후 시작된 의문의 사건과 기이한 소문으로 미스터리하게 엮여있는 사건피해자들, 소녀 주인공의 아버지가 그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보기 위해 주인공에게 중요한 속사정을 묻는 대목에서 주인공이 내뱉는 말이다. 중요한 것을 모르면서 중요하다며 묻는 아버지 종구에게 쏘아붙였던 ‘뭣이 중헌디’사투리가 암시하는 그것...?
시립미술관의 성공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작가들의 좋은 작품 전시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그에 앞서 많은 사람들이 가보고 싶고,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드는 것이 더 확실한 성공의 열쇠를 쥘 수 있지 않을까? 울산은 동해에 푸른바다 서쪽에 영남알프스가 펼쳐져 있는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유한 도시이다. 한편으론 안타깝게도 남쪽에 고리원전과 동북쪽에 월성원전에 둘러 쌓여있다. 무엇이 중요한지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기사입력: 2016/06/27 [14:21] 최종편집: ⓒ 광역매일 http://www.kyilbo.com/sub_read.html?uid=180268§ion=sc30§i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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