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온의 마음정원 38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 암컷들!
<암컷들(BITCH)>을 읽었습니다. 생물학자 루시 쿡의 저서로, 상상을 뛰어넘는 암컷들의 다양한 생존양식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여성성과 남성성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궁극적으로는 여성이기도 하고, 남성이기도 한 경우까지 이르게 됩니다. 예를 들어, 귀상어의 경우 단성생식을 하는데, 즉 수컷과의 교미 없이 임신하고 출산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인간에게 여성다움은 ‘조신하게 정절을 지킴’을 의미하고, 모성은 ‘자식의 양육에 헌신’하는 모습을 은연중 각인시켰는데, 자연에서의 생물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바람피우느라 바쁜 새들과, 방탕한 랑구르 원숭이들이 그 예들입니다. 벌거숭이 두더지들의 경우, 권좌에 오르기 위해 경쟁자가 되는 딸들을 무자비하게 죽이기도 합니다.
또 암컷은 완경이 되어, 더 이상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없으면 퇴물이 되는 것이라 여겨왔는데, 범고래의 경우, 완경 이후에 오히려 훌륭한 견식을 갖춘 범고래족의 리더로서 존경받게 됩니다.
자연에서의 생물들의 실제 모습은, 인간의 상상과 인식을 뛰어넘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우리 인식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남자다움, 여자다움도 실은 허구라는 것을 일깨웁니다. 또 남성, 여성의 이분법을 넘어서서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줍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우리가 가진 생각이 얼마나 단편적인지, 우리가 붙들고 있는 신념과 가치들이 사상누각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다시 들여다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