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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피앗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mica
가난한 이들에게 벌금 빌려주는 ‘장발장은행’ 출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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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장발장'들을 위한 은행이 희망의 문을 열었다. 교회 안팎 선의의 그리스도인들로 이뤄진 장발장위원회는 2월 25일 오전 서울 장충동 만해엔지오(NGO)교육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발장은행' 출범을 알렸다. '장발장은행'은 가난 때문에 벌금을 감당하지 못해 노역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는 소년소녀가장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무이자로 벌금을 대출해주는 곳이다. 가난 때문에 자유를 포기해야만 하는 이들을 위한 신용대출기관이 만들어지기는 전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장발장위원회는 공동책임을 바탕으로 하는 조직이라 위원장을 따로 두지 않기로 했다. 은행 명칭은 굶주린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쳤다가 징역살이를 해야 했던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이름에서 따왔다. 장발장위원회는 "우리 사회에서 가난은 그 자체로 형벌이다. 장발장은행은 사회적 모성을 품은 따뜻한 은행으로서 돈이 자유를 빼앗아가는 세상을 한 뼘이라도 밀어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은행 고문은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가 은행장은 홍세화 '협동조합 가장자리' 이사장이 맡았다. 은행 운영은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장 임용환 신부 안규리(아기 예수의 데레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고광헌 전 한겨레신문사 사장 등 10여명으로 이뤄진 운영위원회에서 맡는다. 대출심사는 서춘배 신부(의정부교구 광릉본당 주임) 인권연대 오창익(루카) 사무국장 등 7명으로 구성된 대출심사위원회에서 담당하기로 했다. 가벼운 잘못으로 벌금형을 선고 받으면 30일 안에 금액 전부를 한꺼번에 현금으로 내야 한다. 하지만 가난 때문에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들어가는(환형유치) 이들이 해마다 4만 명이 넘는다. 장발장은행은 이런 이들을 위해 무이자로 최대 300만원까지 대출해준다. 6개월 거치 1년간 균등상환 방식이다. 단 살인·강도·성폭력·뇌물 사건과 상습범 등은 대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은행 대출금은 뜻있는 시민들의 모금으로 충당된다. 모금을 시작한 지 이틀 만에 2000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강우일 주교 등 선의의 그리스도인들의 동참이 잇따르고 있다. 장발장은행의 거래내역은 홈페이지(www.jeanvaljeanbank.com)에 게시된다. 한편 유럽 국가들처럼 같은 범죄라도 소득이 많을수록 벌금을 높게 매기는 방식(일수벌금제 소득누진벌금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지난해 일당 5억 원에 이르는 '황제 노역' 논란이 있었지만 대다수 서민은 일당 5만 원짜리 노역을 하는 게 현실이다. 장발장은행 대출심사위원인 인권연대 오창익(루카) 사무국장은 "죄질이 나빠서나 또는 위험해서 교도소에 가는 게 아니라 오로지 돈에 없어서 교도소에 갇히는 사람이 매년 4만 명이 넘는다.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가난한 이들의 아픔에 조금이나마 함께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
가톨릭 신문 3월 25일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