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너스 인생 살기
2024년 4월 21일 최광옥(崔光玉) 성도에게 세례증서를 수여했다. 현재 노인병원에 입원 중이라서 그의 딸 배주희(裵周禧) 권사가 대신 받았다. 1929년생인 최광옥 성도는 작년까지 혼자 지낼 만큼 건강했으나 계속 그대로 있을 수 없어서 자녀들이 서둘러 어머니를 평창읍 다수리(多水里)에 있는 효원노인병원으로 모셨다. 배 권사는 어머니의 구원을 위하여 예수님을 전했다. 고령의 어머니가 자기 신앙을 자세하게 고백할 수 없었지만 구원받은 자로서 확신을 가지게 되어 세례 받기를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그의 기도에 응답하셔서 마침내 4월 9일 효원노인병원에서 담임목사의 집례로 세례식을 거행했다. 90여 평생을 주님 모르고 살았지만 이제라도 예수님을 고백하고 세례 받게 된 어머니를 바라보니 배 권사는 너무나 기뻤고 감사했다. 한편으로는 아직도 예수님을 믿지 않는 형제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또 그들에게도 구원의 때가 곧 오리라고 믿고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
배주희 권사는 장로의 가정에 시집오면서 신앙생활이 시작되었다. 기독교 가풍의 며느리로 교회 출석은 당연했다. 그러다가 성령을 체험하면서 그의 믿음이 점점 굳건해졌다. 슬하의 자녀들을 믿음으로 잘 양육하여 이제 두 딸들은 모두 출가하고 아들은 현재 독일에서 살고 있다. 어머니로서 자녀들이 계속 신앙생활을 잘 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성인이 된 자녀들에게 어찌 할 수 없어서 그저 하나님께 맡길 뿐이다. 그전에는 자녀들이 그냥 잘 살아주면 다행이고 감사라고 여겼다. 그런데 한 번 살다가 가는 인생인데 영원한 천국 백성으로 준비 없는 삶이 얼마나 불행한지를 절절하게 깨달으면서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야 할 자녀들의 신앙이 많이 신경쓰였다. 한 번뿐인 육신의 삶이 영원을 준비할 유일한 기회인데 이를 소홀히 여기고 사는 모습이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런 간절한 마음이 우선 하루 앞의 삶을 장담할 수 없는 고령의 친정어머니에게 복음을 전하게 했고 세례식까지 생각하도록 했다. 그가 이렇게 주변 사람들의 구원에 관심을 쏟게 된 것은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경험 때문이다.
배주희 권사는 2021년 난소에 암이 발견되어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막상 열고 보니까 여러 군데로 전이되어서 장기 일부를 제거해야 했다. 하나도 아닌 여러 개의 장기 제거수술은 그의 건강을 거의 제로 상태로 만들어 놓고 말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이미 그의 몸에 가해진 충격으로 소생할 수 있을지가 불확실했다. 이렇게 망가진 그 몸의 회복은 이제 전적으로 하늘의 뜻에 맡겨야 할 상황이었다. 보통 꾸준하게 항암치료하고 5년 안에 발병 흔적이 없으면 완치판정을 받는다는데 수술 직후 배 권사에게 5년 뒤는 장담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퇴원 후 그는 의사의 처방대로 꾸준히 항암치료하면서 완치를 향하여 힘겨운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이미 바닥이 나버린 체력은 말 한마디, 한 걸음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살아 있으나 죽은 사람처럼 꼼짝없이 누워있어야만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면서 그는 생명에 대한 소망의 끈을 놓지 않고 암과의 처절한 싸움을 벌였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그의 몸은 그 싸움에서 승리를 예감할 만한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물 빠진 갯벌에 밀물이 들어오듯이 힘이 빠져나간 그의 몸에 다시 기력의 물결이 소리 없이 밀려왔다. 봄날 겨울 나목의 가지 끝까지 수분이 전달되어 싹이 나오듯이 하루가 다르게 몸 전체에 꽃이 필 봉우리가 나타났다. 마침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건강이 온몸에 완연하게 꽃을 피웠다. 완치 판정 2년을 남겨둔 2024년에 그는 그동안 못한 일을 다 하기로 결심했다. 즉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을 위하여 충성하는 교회의 일꾼으로서의 헌신이었다. 교회 로뎀나무 카페를 청소하고 매주일 한방차(茶) 끓어 놓았다. 모든 예배 시 강단에 물 떠놓고 성찬준비 등 봉사의 손이 필요한 곳에 발길이 닿느라 분주했다. 평창지방 내 암 투병 사모 돕기 여선교회 사업에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매일 새벽예배에 전등과 음향을 키고 끄는 일까지 스스로 도맡았다. 아침마다 초등학생 등하교길 교통 안전도우미로 활동하면서 봉사의 열정을 불태운다. 이제 공식, 비공식 봉사의 자리에서 그를 보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이렇게 배주희 권사가 남편과 자녀들, 친정집 식구들과 친구들의 구원에 민감해지고 모든 봉사의 자리에서 수고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너스처럼 주어진 인생을 가치 있게 사용하고 싶은 삶의 고백 때문이다. 그는 암 선고 받고 갈기갈기 찢겨진 자신의 생명은 이미 죽은 바가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 할 일이 남았기에 하나님은 그에게 생명을 주셨다. 지금의 삶이 분명 보너스 같이 덤으로 주신 기회임을 깊이 체험하면서 배 권사는 그냥 자신을 위하여 허투루 살 수 없었다. 이 귀한 삶의 기회를 온전히 하나님을 기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주의 일에 시간과 정성을 쏟기로 마음먹었고 자기 주변 사람의 구원을 위하여 애절하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매일 새벽 눈물로 늦은 시간까지 기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간절함이 보너스 같이 주어진 그의 새벽을 깨우고 봉사의 자리로 이끌었다. 아담의 타락 이후 모든 인간은 죽었지만 예수님 때문에 구원받게 되었으니 모든 그리스도인은 사실 덤으로 사는 인생이다. 그리스도인은 배 권사처럼 보너스 같이 사는 인생임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나는 이제 너희를 위하여 받는 괴로움을 기뻐하고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 된 교회를 위하여 내 육체에 채우노라”(골로새서 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