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0. 23. 금요일. 흐린 날
차콜우드 레스토랑
어제 텔레비전에서 어느 여행지 음식을 보여주는 프로를 보았다. 참나무 숱(차콜우드)으로 12시간 구운 고기를 잘게 찢어 햄버거를 만드는 모습이었다. 화면으로만 봐도 야들야들한 식감이 느껴지고 참숯 향기가 코를 기분 좋게 하는 맛이다.
“저 햄버거 어디 가면 먹을 수 있을까?”
했더니 우림이가 검색해서 찾아보더니 가창 ‘큰 나무 식당’ 가는 길 쪽에 있단다. 식당 이름이 CHARCOAL WOOD다. CHARCOAL만 해도 숯•목탄이라는 뜻인데 거기다 WOOD를 붙였으니, 나무를 더 한 번 강조한 이름이었다. 식당 사진 소개 방을 펼쳐보니 옛날 증기 기관차 뚜껑처럼 시커먼 반원통 모양이 3개 손잡이를 달고 놓여있고 그 밑과 옆으로 참나무가 잘 보이게 장식되어 있었다. ‘저 참나무로 돼지고기 갈비를 12시간 저온으로 굽는다는 말이지?’ 짐작할 수 있는 장비였다. 옆쪽 사진에는 둥글게 둘러앉아 불타는 장작불을 쬐며 감상하는 원형 캠파이어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 집 소개에는 없지만 우림이는 여기서 식사하고 10분 정도만 올라가면 채석장처럼 돌을 깎아 낸 곳 풍경이 외국 여행지 풍경처럼 멋있어 볼 만하단다.
“오케이!”
아들이 쉬는 날이니 예약을 해두고 점심때에 맞춰 출발했다. 집에서 3~40분쯤 걸려 도착하니 11시 30분인데 넓은 주차장에 8대 차가 벌써 와서 주차되어 있었다.
‘야, 이른 시간에 이 골짜기 식당까지 사람들이 찾아오는 걸 보면 꽤 소문난 식당인걸?’
차에서 내려 둘러보니, 들머리에 비치파라솔 식탁과 의자가 여러 개 놓여있다. 들머리 파라솔 식탁 위에는 고양이가 두 다리를 양쪽으로 포개어 길게 누워서 낮잠을 즐기고 있다. 가을 햇살이 포근한 이불을 덮어주고 있다.
아무도 자기를 위협하지 않는 곳임을 알려주는 듯 아주 여유롭고 평온한 자세다. 우리는 고양이의 여유를 함께 느끼며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다소 자리가 여유로운 시간이라 창가 쪽을 찾아 앉았다. 나무 의자 자리에 앉아 통유리창 밖을 내다보았다. 길게 뻗은 대나무들이 쭈욱 쭉 늘어서 있는 모습은 한 폭의 대형 화폭을 펼쳐둔 듯하였다.
‘어험, 기분 좋은 가을날 나들이지.’ 속으로 만족하는데 남편이 생색을 낸다.
“오늘 결혼기념일이라 생각하고 맛있는 것 많이 드셔!”
“당신, 아들이 찾아낸 식당에 와서 당신이 생색내며 땜빵하려는 거지요?”
하면서 메뉴판을 들춰봤다.
2인 세트 ‘베이비 코우슬러(차가운 양배추)’ 뭐라는 걸 시켰는데 58,000원이다. 3명 식사비로 가성비는 좋은데, 이름이 온통 영식 이름뿐이라 ‘옆에 음식 사진을 살짝 곁들여두면 편하겠는데?’ 싶었지만, 일부러 거창하게 있어 보이고 싶어 이런 이름들을 지어 담은 메뉴판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주문한 식사가 나올 동안 메뉴판을 펼쳐 공부를 좀 했다.
<텍사스 바비큐 추가 매뉴> 판 밑에 작은 글씨로 사진보다 정확한 설명을 붙여두었다.
• 폴드포크 150g + 크리미 코우슬로(5)
흡연한 돼지고기 어깨살을 잘게 찢은 부드러운 고기에다 +크리미 코우슬로라고 붙여두었다. 크리미 코우슬로라니? 크림 소스로 버무린 양배추라고 하면 될 텐데 메뉴마다 코우슬로라고 붙여두었다.
• 스페어립 400g + 크리미 코우슬로(5)
돼지 큰갈비대를 훈연하여 훈연한 향이 부드러운 립+ 크리미 코우슬로(양배추 곁들임)
• 브리스킷 150g + 크리미 코우슬로(5)
소고기 와규 차돌양지로 11시간을 저온으로 훈연한 부드러운 소고기
+ 차가운 양배추 곁들임
• 베이비 백립 550g + 크리미 코우슬로(5)
돼지 통갈비를 차클우드 특제소스와 5시간 훈연한 풀사이즈 립 +차가운 양배추 곁들임
• 크리미 코우슬로
부드럽고 상큼 달콤한 크리미한 양배추(코우슬로)-크림 소스 넣은 양배추
• 상큼 코우슬로
느끼한 맛을 확 잡아주느 상큼한 적양배추(코우슬로)
• 통감자
요거트 맛이 나는 드레싱이 결들여진 통감자 (4000원)
• 미니 번(1개-1500원)
바비큐 고기와 같이 먹으면 끝내주는 버터향이 가득한 빵
• 감자 프렌치 프라이즈
-감자 튀김 (9000원)
• 고구마 스위트포테이토 프라이즈 (12000원)
메뉴판을 꼼꼼히 읽어보다가 주인한테 물어보고 싶은 이름들이 많았다.
첫째. 텍사스 바비큐라면 미국산 고기라는 뜻인데 쇠고기, 돼지고기 모두 수입산 맛나?
둘째, 크리미 코우슬로는 크림 맛 나는 소스에 버무린 양배추라고 해석하면 되겠는데 어떤 메뉴에서는 양배추와 코우슬로를 이중으로 쓰고 있다. 흔히 쓰는 양배추라는 말보다 ‘코우슬로’라는 단어를 연달아 쓰는 이유가 뭘까?
셋째. 통감자는 계진 감자를 구해 쓰는 듯 포슬포슬한 맛이 좋았다. 그런데 감자 하나에 중간에 부드러운 크림소스를 듬뿍 부어 내어 9000원이라니 이 값은 요리값인가?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한 상 가득 차려내어온 상을 받았다. 식빵이 4개. 돼지고기가 갈빗대를 자랑하며 가지런한 몸매로 나란히 누워있다, 갑자기 서울 아이들이 생각났다.
“이 정도면 경아도, 광희도, 윤서도 좋아할 식단인데, 나중에 윤서네가 대구 오면 여기 한 번 데려와야겠어.”
“너무 멀잖아요?”
“대구집에서 여기까지 40분 거리면 오가기 괜찮을 것 같은데?”
오늘은 우리끼리 먹기로 하고 식탁에 미리 준비된 비닐장갑을 끼고 손으로 갈빗대를 잡아 뜯어먹기 시작했다. ‘아작아작!’
그리고 식당 한 켠에 쇠고기 국과 밥을 준비해 두었다. 마음대로 갖다 먹으란다. 이미 배는 불렀지만, 쇠고기 국밥 맛을 보고 싶어 조그만 공기에 국한 공기 퍼고, 밥도 한 공기 퍼서 가져와 먹었다. 국물 맛이 좋았다.
“야, 이런 배려가 손님을 끄는 메뉴인걸?”
기분이 확 좋아졌다. 맛있게 먹고 나오며 보니 우리가 식당에 들어갈 때, 비치파라솔 식탁 위에 누워있던 고양이가 나올 때도 같은 자세로 드러누워 있다. 아까는 눈을 감고 자고 있었는데, 나올 때 보니 두 눈은 뜨고 깜빡거리며 아까 그 자세로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집 소개 사진에서도 양탄자 바닥에 드러누워 있던 이 검은 털 고양이를 본 것 같다. ‘노인네이신가. 그저 드러놉는 게 좋은 신세!’
“호호호!”
우리는 식당을 나와 아들이 미리 봐둔 채석장 닮은 풍경처로 갔다. 입구에 들어서니 중국 장가계 풍경 같은 바위가 드러나 보였다.
“야, 아들 덕에 비행기표 안 끊고, 외국 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바위도 바위지만 바위 밑에 호수처럼 비치는 푸른 물 또한 장관이었다. 좋은 경치 앞에서 할 일은, 우선 사진 찍어 풍경과 사람과 추억을 갈무리하는 일뿐이다.
돌아오는 길에, 임휴사에 들렀다. 큰아들이 군 복무할 때 근무하던 산인데 사람들 발길이 뜸하다.
“우리 아들들은 군 복무도 편하게 한 것 같아. 집에서 가까운 데 배치 받았으니.”
“뭔 말이야? 광희는 군대에서 다쳐서 지금까지 고생인걸?”
남편은 또 그 말이다. 마음 아픈 소리! 할 말이 없다.
‘그래도 그만한 걸 감사로 알며 살아야지 뭐!’
각자 생각에 잠기며 돌아와서 발걸음 수를 헬스 측정 방에서 열어보았다. 9937걸음, 63걸음 모자라는 만보다. 이 정도 걸었으면 괜찮다. 좋은 시간을 살았음에 감사한다. (20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