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統攝)의 문학을 지향하는 이서연 시인
문학생태계의 다양성을 꿈꾸다
이서연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이우종 선생과 월하 이태극 시인의 영향을 받아 시조를 배우고, 1991년 5월 박재삼 선생님의 추천으로 월간 《문학공간》에 시조로 등단, 2019년 계간 《문학과 의식》 봄호에 “대중가요 문학적 이별가사가 주는 마음치유의 미학” 논문으로 문학평론에 등단하였다. 동국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다양한 문학장르를 넘나들며 통섭의 문학을 추구하며, 2021년 (사)한국산림문학회 상임이사로 문학이 숲이 되고 숲이 문학이 되는 산림문화 발전에 공헌하고 있다. 2021년 한국산림문학헌장을 제정하고, 충남 보령에 헌장비를 세우는데 앞장섰다.
2007년부터 황금찬시문학상 심사 및 운영위원, 현재 한국문인협회 감사, 국제펜한국본부 이사, (사)한국산림문학회 《산림문학》편집주간, 녹색문학상 운영간사, 《문학과의식》 운영위원장, 계간 《시원》 편집위원, 국학연구회 이사, 문경문학관 자문운영위원, 나래시조문학회 부회장, 여성시조문학회 상임이사, 불교문예작가회, 영축문학회 회원, 아시아포럼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태교일기 『사랑하는 나의 작은 우주야』, 첫 시조집 『내 안의 나와 마주 앉아』, 에세이집 『바람 난 산바라기』『그리움으로 가는 편지』 전3권『어머니 이제 당신을 보냅니다』시조집 『산사에서 길을 묻다』 영문번역시조집 『내 안의 그 The Man inside me』등을 출간하였다. 제7회 한국시대상(1996년), 제9회 일붕문학상(1998년), 제19회 문학공간상 본상(2006년), 한국문학백년상(2020년), 제4회 한국시원시 문학상(2020년)을 수상하였다. 이어 한편, 독실한 불교신자로 향봉 스님으로부터 ‘보련화’라는 불명을 받았다.
사랑하는 나의 작은 우주야
이서연의 첫 번째 작품집은 시나 시조가 아니라 태교일기다. 아기를 잉태한 시인 엄마의 마음을 담은 일기『사랑하는 나의 작은 우주야』(솔바람, 1995)를 발간하고 아기의 돌잔치에 온 손님들에게 선물했다. 태교일기의 출판은 내용의 차원을 넘어 한 시대의 가로획을 긋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1996년 서울교육문화회관 개관 기념 전시회에서 이순신의 ‘난중일기’ 김대중의 ‘옥중일기’ 이혜옥(이서연의 본명)의 ‘태교일기’가 나란히 전시되어 소개된 바 있다.
또한 시인은 2002년 영국 노팅엄에서 어린 아들과 3년간 생활한 이야기를 담아 『그리움으로 가는 편지』(한강, 2018)로 출간하였다.
이광복 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은 “이서연 시인은 아들과 함께 폭풍의 언덕 같은 영국에서 비바람 같은 삶을 살면서 묵직하면서도 독특한 보석을 캐왔다. 기러기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이건만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사연이 마치 장편소설 같다. 이 책은 이 시인의 작가적 역량의 폭을 가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의미’로 평가될 것이다.”라고 리뷰하였다.
산림청 선정 한국의 100대 명산을 산행한 『바람난 산바라기』(글도, 2016)와 『산에 미친 남자 산에 지친 여자』의 출판은 시인의 산에 대한 철학, 부부관, 인생관이 잘 그려져 있다.
사랑, 그 언어의 무늬를 그리는 시인
시인의 ‘사랑학 강의’같은 시집 『사랑, 그 언어의 무늬』(한강, 2018)는 등단한 지 27년만에 내 놓은 자유시집이다. 최광호 시인은 “이서연 시인의 시에는 ‘사랑의 기술’을 쓴 에리히 프롬의 사랑학이 들어 있다. 한 번만 읽고 덮을 수 있는 시가 아니다.”라고 했으며, 홍애자 수필가는 “가슴을 치게 하는 섬세한 감정들이 담긴 사랑의 언어들을 보면 뜨겁게 진지한 이서연 시인의 내면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이처럼 이 시인의 시에는 담금질 된 영혼을 표출하고픈 열정이 담겨져 있다. 이 시집의 대표작 ‘사랑’이 충남 보령시 미산면 봉성리 문화예술마을에 시비로 세워져 있다. 시인은 호는 매강(梅綱)이며 향원익청(香遠益淸)의 꽃을 주제로 한 시를 감상해 본다.
설렘이 퍼지는 날/ 꽃을 들었다/ ㅡ 내 마음을 담은 향기가/ 네 품으로 젖어들 때 / 눈빛에 스며드는 언어를 / 읽을 수 있을까 //일렁임이 벙그는 날/ 꽃을 들었다/ ㅡ 목숨처럼 피어난 사랑이/ 네 영혼에 퍼져 갈 때/ 그리움으로 돋아나는 하늘을 / 맞을 수 있을까// 꽃을 들었다/ 답 얻는 미소 하나 얻으려 -〈꽃을 든 사유〉전문-
“이서연 시인은 꽃을 들었다. 원하는 사랑을 얻으려는 몸짓이다. 마음을 담은 향기가 너에게 스며들어 꽃의 향기로 마음을 전한다. <중략> 언제나 꽃을 들어도 대답은 자신이 해야 한다. 그게 사랑이다.” -이오장 시 해설
원용우 교수는 『내 안의 그』에서 ‘사랑’이란 단어를 그대로 노출시킨 시문장을 인용하며, 이 시인이 추구하는 사랑의 세계를 어필 한 바 있다. 이는 곧 시인에게 ‘사랑’은 이념으로서의 사랑이 아니라 인생의 고뇌와 문제가 사랑에서 발생되었어도 그 안에서 해결의 답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시인에게 꽃은 화두를 풀 열쇠다. 또한 시인은 피톤치트 나무향을 풍기는 시인이다.
숨 쉬는 간격만큼 떨어진 자리에서/ 가슴이 가슴으로 꽃 되고 푸름이 되어/하늘향 나눠 주는 나무가 사람이면 좋겠어요// 말 없는 거리만큼 침묵의 여백에서/ 마음이 마음으로 향기론 바람 되어/ 사랑을 주고받는 사람이 나무라면 좋겠어요// 눈 맞춤 허물어진 흔들린 일상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푸르른 벗이 되어/ 세상사 풀어가는 우리가 나무 되면 좋겠어요 -〈사람이 나무가 되어〉전문-
“우리가 산에 가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중략> 즉, 우리가 나무에게서 배울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았다. 첫째 수에서 시인은 나무가 서로 거리를 유지하고 꽃을 보여주고 푸른색을 보여주고 하늘향을 나눠준다고 칭송한다. 나무는 밀집하면 영양소 섭취도 어렵고 서로가 그림자가 되기 때문에 생존에 어려움이 있어서 알아서 거리를 둔다. 논과 밭에 잡초가 있으면 생장에 지장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둘째 수에서도 “말 없는 거리만큼 침묵의 여백”을 강조한다. ” -이승하 시 해설
이 시는 경북 구미 생태공원에 시비로 세워져 있다.
제3시조집 『내 안의 그(The Man Inside Me)』에서 이근배 시인은 “이서연 시인은 등단 30년을 넘어서 시조 창작의 절정에 다다른 정예 규수 시인이다. <중략> 여기 영역시조집 『내 안의 그』가 내 뿜는 날 선 감성과 사유의 천착(穿鑿)이 쌓은 경지가 높고 깊다.”며 이 시인이 “분명하게 정체성을 갖고 꾸준히 자기 세계를 이루어나가는 자세가 참으로 아름답다.”고 하였다.
미국 하버드대 데이비드 맥캔(David McCann) 명예교수도 “영적인 종교수행을 통해서 어렵고도 고된 시기에 격려와 지지를 얻어 볼 수 있습니다. 이서연 시조시인은 이러한 영적 종교수행을 몸소 실천해 봄으로써 세상 속 어떤 환난의 시류에서도 세상을 간파해내는 통찰력과 그에 따른 안도감의 순간들을 여러 작품 속에서 노래하고 있습니다.”고 하였다.
즉 이 시인에게 자연관은 구도의 세계를 표현하는데 활용되는 중요한 소재임을 알 수 있다.
김송배 시인도 “이서연 시인은 자신이 평소에 지각(知覺)하고 감응하는 세상의 물정(物情)이나 보편적인 일상생활에서 감지하는 느낌이나 사유의 향방이 그의 내면에서 숙성하여 작품을 완성하는 시법으로 창작을 정리하고 있다. <중략> 시의 목적은 인본주의(humanism)의 실현을 위한 지적인 지향점이 발현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시인은 불교에 심취하여 불교방송국 리포터, 해동불교신문사 편집차장, 중앙승가대학학보사 편집위원, 설법연구원 편집부장, 한국불교교화원 생활불교신문사 편집부장, 정각사 법사로 집필과 강연을 하였다. 그의 첫 번째 시집 『내 안의 나와 마주 앉아』에서 박재삼 시인은 “아무리 술잔을 기우려도 선후배를 대하고 스승을 대하는 태도에는 흐트러짐이 없으니 이 시인은 시를 고뇌와 감성으로만 배우고 쓴 것이 아니라 구도의 길에서 해탈을 포착하고 시어를 다듬은 노력이 몸에 배여 있음을 역력히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서문은 박재삼 시인이 고인이 되기 전 쓴 마지막 글로 알려져 있다.
『산사에서 길을 묻다』(알토란북스,2019)는 2021년에도 재판된 시조집으로 191산사에서 건진 236편의 우담바라같은 시조가 담겨 있다.
문경을 문경 사람들보다 더 사랑하는 시인
목은 이색의 후손 답게 <사불산에서 만난 목은의 문향>이라는 작품은 윤필암에 새겨진 목은의 인연을 소개하고 있다.
목은의 집필료로 허물어진 절을 세워/ 그 이름 남긴 뜻이 사불산에 있었다니/ 윤필암 만난 이 인연이 내 핏줄의 부름인가//나옹의 사리 모셔 그 뜻 새겨두고/만인의 기도터로 거듭나게 하였으니/ 목은의 공덕 줄기로 내 문향도 새겨보리 -<사불산에서 만난 목은의 문향> 전문
김용사 도량에서는 <수행은 두꺼비처럼>과 월방산 봉천사에서 <노송에게 길을 물으니> 와 희양산 봉암사에 <떳떳한 도둑되어>작품들은 문경의 유서깊은 사찰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문학평론가 정영자는 “자신을 내려놓고 살기가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늘 버리고 비우라고 하지만 비울수록 가득 차고 버릴수록 따라 붙은 온갖 만상을 우리는 만난다. 이서연 시인은 이러한 고난의 시점에 산사를 찾아 내가 누구이며, 어디로 가야할 지를 끊임없이 성찰하고 있다. 법문에 젖고 숲과 개울과 부처님의 말씀에 대화를 나누는 일상의 한 축을 산사에서 얻고 있다.”라고 평하였다.
가끔은 하늘대고 말하고 싶어지지/ 좋은 소식 듣고 싶은 그런 날 있지 않니/ 친구야 우리 힘들 땐 우리, 문경에서 만나자// 바람도 모를만큼 초라하지 않을만큼/ 사는 길 가는 길에 웃는 날 얼마일까/ 하늘재 구름 손짓따라 문경에서 웃어보자// 옛길은 세상 열어 사람의 길 역사되고/ 인심은 사람 열어 세상의 길 문화되니/ 사과향 닮은 친구야 문경에서 살아보자 - <친구야, 문경에서 만나자>-
이 시는 제2회 전국공모 문경연가캘리그라피대전 출품작이며 시인은 황금찬 시인의 친필시화 2점과 불교관련 서적 3백여 권을 문경문학관에 기증하였다. 또한 『산사에서 길을 묻다』에는 문경의 김용사, 윤필암, 봉천사 도량에서 참선한 작품이 실려 있다. 시인은 스스로 문경을 문경사람(聞慶人)보다 더 사랑한다고 한다.
시인의 시세계가 꽃과 산림, 사람과 우주가 혼연일체로 상생하여 통섭의 문학으로 비상하기를 기대하며 내일쯤엔 운달산 자락 문경문학관으로 웃으며 발길을 향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