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부산정거장’
보슬비가 소리도 없이
이별 슬픈 부산 정거장
잘 가세요 잘 있어요 눈물의 기적이 운다
한 많은 피난살이 설움도 많아
그래도 잊지 못할 판자집이여
경상도 사투리의 아가씨가 슬피 우네
이별의 부산 정거장
♩♪♬ ~ ♩♪♬ ~
서울 가는 십이열차에
기대앉은 젊은 나그네
시름 없이 내다보는 창 밖의 등불이 존다
쓰라린 피난살이 지나고 보니
그래도 끊지 못할 순정 때문에
기적도 목이 메여 소리 높이 우는구나
이별의 부산 정거장
♩♪♬ ~ ♩♪♬ ~
가기 전에 떠나기 전에
하고 싶은 말 한 마디를
유리창에 그려보는 그 마음 안타까워라
고향에 가시거든 잊지를 말고
한 두 자 봄 소식을 전해주소서
몸부림 치는 몸을 뿌리치고 떠나가는
이별의 부산 정거장
〈이별의 부산정거장〉은 한국 전쟁 직후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부산역에서 이별하는 피난민들의 애환을 담은 대한민국의 트로트 곡으로 전쟁 직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노래는 박시춘이 작곡하고 유호가 작사했다.
한국전 휴전 이듬해인 1954년에 남인수가 불렀는데 일제강점기부터 히트곡을 많이 낸 박시춘-남인수 콤비의 작품 가운데서도 매우 높은 인기를 누린 노래다.
전쟁의 영향이 많이 남아있던 이 시기에 박시춘 작곡의 〈전우야 잘 자거라〉, 박단마의 〈슈샤인보이〉, 현인이 부른 〈굳세어라 금순아〉, 신세영의 〈전선야곡〉 등 전쟁과 관련된 노래들이 대유행했다.
이 노래는 역시 박시춘이 작곡한 〈굳세어라 금순아〉처럼 피난민들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가사 중에 '피난살이', '판자집', '경상도 사투리' 등이 직접 등장하여 당시의 시대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
가사 내용은 낯선 부산 땅에서 피난살이를 마치고 피난지에서의 추억을 간직한 채 환도 열차를 타고 부산을 떠나면서 부산정거장, 즉 부산역에서 이별을 맞는 순간을 애절하게 묘사한다.
몸부림치며 이별하고 기적마저 슬피 우는 가사 내용과는 다르게 노래 가락은 빠르고 경쾌하여 희망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이 노래는 이별과 슬픔 등의 민족의 아픔을 여과 없이 직접적으로 나타낸 가사가 대중의 감성과 정확하게 공감대를 이루었다.
또한 가사와 대비되는 힘차고 희망적인 멜로디가 당시 대중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었다.
폭발적인 인기 덕분에 남인수는 만년가수로서의 관록을 증명했다.
한때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굳세어라 금순아]와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3곡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변해버린 지금은 부산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는 소리도 있다.
그것은 전쟁의 상흔이 너무 진하게 배어 있으므로 지금의 메갈로폴리스 부산 이미지와 맞지 않다는 얘기다.
그래서 부산을 대표하는 노래로서의 대권은 내려놓게 되었다는 해석도 있다.
SBS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임화수’가 ‘눈물의 곡절의 똥꼬쇼’와 함께 불렀던 노래이기도 하다.
이 노래는 부산역에서 기차가 출발하는 장면을 [하모니카]로 묘사할 수 있는 곡이다.
그래서 [하모니카 매니어]들은 이 노래를 부를 때 곡의 도입부에서 연주를 하기도 한다.
곡의 가사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노래의 도입부에 이 효과음을 넣어서 [이별의 부산정거장]을 3절까지 ‘풀’ 연주를 하면 다소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가사 3절을 생략하고 2절까지만 연주하기도 한다.
가사에 기차역이 등장하는,
나훈아의 ‘고향역’이나 진성의 ‘안동역에서’도 도입부에서 기차소리 효과음을 내면 잘 어울린다.
☞ [12열차]란?
노래가 발표된 당시 부산에서 저녁에 출발해서 다음 날 새벽에 서울에 도착하는 보통열차(1984년 이후의 비둘기호 등급)다.
당시의 열차 번호가 ‘12번’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의 ‘한양 천리 길’을 하루 만에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1970년대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에는 완행열차가 유일한 방법이었다.
서민들이 비행기를 탈 수도 없고…….
서울 ↔ 부산 완행열차!
서울에서 부산가는 하행선 열차는 [11열차]이고 반대로 부산에서 서울 가는 상행선 완행열차는 [12열차]였다.
장거리 여행에 지친 손님들에게 객차 내에서는 [오징어와 땅콩, 삶은 계란]을 팔았다.
잠시 정차하는 ‘대전역’에서는 기차가 출발할까봐 가슴 졸이며 후다닥 먹어치운 [가락국수]와 천안역에서 파는 [호두과자]는 그 시절 나도 맛 본적이 있는 추억의 먹거리이다.
이 열차는 1990년 3월 15일에 폐지될 때까지 열차번호만 바뀌며 계속 운행을 했고 폐지 당시 열차번호는 522번이었다.
한편 열차 번호 ‘12번’은 부산 발 서울 행 새마을호가 가져갔다.
2004년 4월 1일 KTX가 등장하면서 열차 번호체계가 KTX는 세 자리, 일반열차는 네 자리 체제로 개편되었다.
2021년에 중앙선 KTX가 개통하며 열차번호가 다시 개편되면서 부산 발 서울 행 [012 KTX 열차]로 다시 ‘12열차’가 생기게 되었다.
☞ [이별의 부산정거장] 영화는?
엄심호 감독이 1961년에 개봉한 영화다.
당대의 인기스타 [최무룡과 김지미]가 주연을 했으며 문정숙, 이예춘, 황정순, 김희갑, 구봉서, 곽규석, 김진규 등이 출연했다.
6.25 전쟁이 한창인 항구 도시 부산이다.
법학도인 김진오는 처자식을 남겨 두고 단신 남하하여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부산 기생인 정채옥의 도움을 받게 된다.
어느덧 두 사람 사이에는 연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처자식을 두고 온 형편이라 그녀를 사랑할 형편이 못되었다.
드디어 서울이 수복되고 그는 부산을 떠나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부산역에 마주 서게 된 두 사람은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며 뜨거운 눈물의 작별을 고한다.
PS : 먼 길을 마다않고 어렵게 찾아와서 이 글을 읽은 모든 분들에게 새해에도 행운이 가득하시길......
첫댓글 전쟁의 애환을 아름답게 승화한 이별의 부산 정거장~~
학교 수업보다 더 상세한 공부 했습니다.
고마워요,송이골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