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가 슬슬 피크에 오르다보니 잦은 야근, 주말업무의 연속이다. 게다가 음식이 많으면 파리가 꼬이듯 일이 많으면 일꾼도 아닌 잡꾼들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그러나 이 잡꾼들은 내가 말을 번드르르하게 좋게 해서 잡꾼이지, 법률용어로 이 사람들을 분류하자면 잡범이라 칭해야 옳을 것이다.
예전엔 건설일이 생기면 각 개인이 알아서 오거나 한 다리 건너 소문 듣고 오거나 그랬지만, 최근에 건설일 쪽으로 발을 담가본 사람들은 아시겠지만, 요즘은 팀 단위로 사람들이 움직인다. 그래서 예전엔 한 단위의 일을 맡은 사람을 반장이라 불렀지만, 요즘은 팀장이라고 그럴 듯한 외국어를 섞어 부른다.
내가 주로 대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 팀장들인데, 팀장이란 이 사람들의 구조적 문제는 이렇다. 일반인들은 팀장이란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일을 잘하겠지 하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본 바대로 말하자면 일을 잘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어지간히 하는 사람도 열에 하나 정도다. 세상이 왜 이런가? 아니다. 이 영악한 세상이 그들을 그렇게 창조한 것이다.
내가 오랫동안 이 팀장이란 사람들은 무슨 일을 가장 잘하는가를 살펴보니, 현장일은 엄벙덤벙 껍데기만 대충 알고서는 다 아는 체 떠벌리며, 뒤로는 일을 잘하는 어리숙한 일꾼들을 어디서 감언이설로 꼬드겨 잘 불러 모아 저의 노예로 만들어 그들에게 갈 돈을 1/3쯤 착취해서 먹고사는 아주 악질 거간꾼들이 대부분이다.
나쁜 쪽으로 머리가 엄청 발달해서 가끔 내가 그들에게 좋은 입에 욕은 못하고, 자네 머리가 참 아깝다잉? 그 좋은 머리 처음부터 좋게 썼으면 시방쯤은 아인슈타인은 되고 남았을 것인데, 이게 뭐냐? 기껏 문디 콧구멍에 박힌 마늘 빼서 팔아 소고기에 술 자시고, 룰루랄라 탱자탱자 비계 잔뜩 낀 배나 두드리며 사니 속이 역하지 않냐?
그러나 그들은 나의 이런 말에 콧방귀다. 잘난 성님이나 깔끔 떨고 그리 사슈. 내가 문디 콧구멍을 디비든 뺑덕어미 빤스 속을 디비든 참견하지 마시고... 하긴 내 입장에서 그 돈은 이 놈이 가져가거나 저 놈이 가져가거나 매일반인 것이고, 그 대신 그 값어치만큼 일이 되면 할 말은 대체적으로 없는 셈이다.
그러나 그런 돈 값을 제대로 못할 땐 이야기가 달라진다. 40년 넘게 이 바닥에 살았다는 것은 그 정도 어설픈 인간들 처리 하기는 애들 팔 비틀기다. 역으로 그들 팀원 중 쓸 만한 사람들을 들쑤셔 팀장이 떼어가는 1/3을 일당에 더 얹어주기로 약속하고 당분간 출근을 못하게 하여 조직을 와해시켜버리는 것이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찾아온 팀장에게 인상 구겨 언성을 좀 높이고 나니 입맛이 없다.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입맛이 없을 군번이 아니다. 내 몸이 지르는 그 정도의 비명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는 어린 시절 나의 선친으로부터 교육 받은바, 익히 그것을 체험하고 또 체험하며 여기까지 버텨 왔으므로.
입맛이 없냐? 예. 그럼 수저를 놓아라. 놓았습니다. 니가 입맛이 없다고 말하면 입맛 있던 식구들도 같이 입맛이 없다. 그러니 니가 입 닫고 밖으로 나가라. 나는 밖으로 나갔으며 펌프 물을 퍼 조금 마셨고 그렇게 한 끼를 굶었다. 다음 끼가 가차없이 곧 왔으며 나는 밥을 받고 앉았으나 그래도 입맛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직도 입맛이 없냐? 예. 어떻게 하는지는 내가 말했느니라. 예. 나는 또 수저를 놓고 밖에 나갔으며 펌프 물만 조금 마시고 또 한 끼가 지나갔다. 머릿속에 찬바람이 휘잉 불었으며 다리가 후들후들 힘이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음 끼가 또 거침없이 왔다. 사실 나는 그 때 편도선인지 인후염인지를 앓았다. 그러나 병원도 약국도 근처에 없었다.
나는 또 다시 밥상머리에 앉았으며 수저를 들었으며 밥을 퍼 입에 넣었다. 씹어보니 꽁보리밥은 거칠었고 목구멍은 아파 밥이 잘 안 넘어갔지만, 다행히 입에는 달았다. 나는 밥 한 그릇을 후딱 비웠고 아버님은 그런 나를 지그시 바라볼 뿐,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나는 몸을 금방 회복하였다.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아버님께 말씀드렸다. 내가 그 때 조금 섭섭했었노라고. 그러나 돌아온 아버님 답은 이랬다. 어허이~ 사람이 세 끼를 굶는다는 것은 그건 죽을 때가 다 되어 그런 기라. 죽을 때 안 되었으면 당연히 먹어지는 것이고. 내가 사실을 말한 건데 그기 뭐시 그리 섭섭타고? - 音 이현의 농 ‘하늘빛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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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팀장이 이끄는 그 조직은
와해 됐나 궁금합니다.
놔둬봐야 죽쒀서 개 좋은 일 시킬 게 뻔한데 당연히 부숴야지.
옛 어른들의 말씀
사람은 천층 만층
구만층에 사람이
있다고 하네요
사람이 많다보니
별 사람이 다 있지요
나는 어떤 사람인가
뒤들아 보게 되는
글이네요.
부모는 자식에 거울
이라고 하잖아요
엄하신 아버지의 교훈은
훗날에 피가되고 살이
되었을거으로 사료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