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사진처럼 암반에서 자라는 소나무가 보여주는 자연미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감탄한다. 저런 환경에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으며 저리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까? 그런데, 이러한 감탄미를 자아내는 자연의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왜 밭에서 자라는 소나무들은 암반 위에서 크는 소나무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밭에서는 키만 쑥쑥 크면서 멋이 없던데... 아마도 암반에서는 영양분이 부족하기에 잘 크지 못한 결과는 아닐까? 그런데, 죽지 않고 살아 있다. 더 나아가 줄기는 우람하고 가지와 잎의 배열은 촘촘하게 안정되어 있으며 멋진 수피까지 자랑한다. 왜 이럴 수 있는 것일까?
사진출처: http://cafe.naver.com/sidong/10461
이러한 비밀을 푸는 열쇠를 찾기 위하여 근균(根菌)과 호르몬의 상호작용에 주목해보기로 하였다. 소나무의 대표적인 특성 중 하나는 자신의 뿌리와 공생하는 균을 만들어냄에 있다. 이러한 균을 근균이라고 부르며 혹자는 공생균(共生菌)이라고 한다. 이 균의 본질은 색상이 하얀 곰팡이이며 이 곰팡이는 척박한 환경에서 토양을 대신하는 커다란 역할을 한다. 이 곰팡이는 미세하면서도 그 밀도가 촘촘한 균사(菌絲)를 만들어 내어 흙처럼, 어쩌면 흙 이상의 효능으로 수분의 흡수와 보존을 쉽게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무기영양소를 흡수하여 소나무에 전달하는 고마운 역할까지 한다. 그런데, 이 균은 매우 중요한 호르몬 하나를 생산한다. 싸이토키닌(cytokinins)이다. 싸이토키닌은 옥신(auxins)과는 다른 성질을 갖는 식물 생장 조절 호르몬이다. 옥신은 새눈과 새잎에서 합성되어 하부로 내려 오며, 싸이토키닌은 근균을 형성하는 곰팡이의 도움을 받아 뿌리에서 자연 합성되어 상부로 전달된다. 또한 길이생장을 촉진하여 정아(頂芽)우세현상을 만들어내는 옥신과 달리 싸이토키닌은 정아 우세현상을 소멸시키면서 측아(側芽; 곁가지)의 생장을 촉진한다. 이것이 물론 소나무의 자연미를 만들어내는 절대적인 원인과 요소가 되지는 않겠지만 암반 위 저 소나무가 왜 마디가 짧은 촘촘한 성장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어줄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는 있다고 본다.
이제 소나무가 사람의 손에서 자라는 밭으로 가보자. 이 밭에서는 근균의 형성이 미약하다. 왜냐하면, 대체로 유기질 비료의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나, 계분으로 대표되는 인산질 비료는 근균의 발달을 저해한다. 근균의 역할 중 하나는 인산의 흡수를 촉진하는 데 있지만 소나무가 자라는 이 밭은 이미 이 양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근균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여, 소나무는 싸이토키닌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근균의 발달이 어려운 조건에서 성장하게 된다. 그 결과 비옥한 환경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새싹과 새잎을 왕성히 만들어내며 옥신 호르몬 합성량을 높인다. 그 결과 정아우세현상을 반복하며 줄기와 가지의 길이는 밋밋하게 쑥쑥 늘어만 간다. 이러한 상황을 제어할 싸이토키닌 호르몬은 근균의 부족으로 말미암아 자연합성이 점점 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옥신과 싸이토키닌 호르몬 비율의 조화가 사람의 밭에서는 무너져 있는 것이다.
소나무 재배를 위한 토양환경은 일반 밭작물 재배와 다른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유기질 비료 또는 화학적 비료인 요소의 사용을 자제하는 가운데 근균의 발달을 더욱 촉진할 수 있는 토양관리법이 요구되지 않을까? 하여, 자연이 보여주는 싸이토키닌 호르몬과 옥신의 조화를 도모해야 하지 않을까? 정아의 성장을 억제하고 측아의 성장을 촉진하여 고르게 옆으로 퍼져나가는 소나무 수형을 이끄는 지도자가 이 싸이토키닌 호르몬이며, 더 나아가 여름철 직경생장은 옥신이 촉진하지만, 수피의 콜크층이 더불어 발달하는 가을철 직경생장은 싸이토키닌이 주도한다. 그런데, 소나무의 아름다운 성장을 이끌어내는 이 호르몬은 바로 근균이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성장목의 이식시 사람들은 소나무의 활착여부를 근심하지만, 정작 염려해야 할 것은 활착 후 가지의 급성장으로 말미암은 수형의 파괴일 것이다. 그런 점에 비추어보아서도 이식 후 영양의 과다 공급은 재고의 여지가 많다고 본다. 어렵게 키운 자연미를 수년 내에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면... 왜, 분재목을 마사에서 배양하며 소나무 이식 후에도 마사를 선호하는가? 그에 관한 해답은 마사가 통기성(通氣性)이 좋으며, 싸이토키닌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근균은 공기를 좋아하는 호기성(好氣性) 곰팡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곰팡이는 산소호흡이 어려운 습한 토양 환경을 싫어한다. 또한, 효소를 품고 있는 생막걸리와 소나무의 친화성도 이 근균의 발달과 관계가 깊다.
재배목이 자라는 밭을 산림토양과 같은 조건으로 만들기 힘들어 밋밋한 길이생장을 억제하는 데 제한이 따른다면 사람의 손길이 곧 싸이토키닌과도 같은 호르몬 역할을 대신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 이전에 가장 먼저 배려해야 할 조건은 재배목이 자연목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 환경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하여 통기성 좋은 흙과 미생물 번식을 촉진하는 효소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첨언 1: 소나무 수세 회복을 위해 사용하는 수간주사용 제품 중 대표적인 것이 일본산 제품인 '메네델'입니다. 이 제품의 특성은 '수용성(물에 잘 녹는) 철분'입니다. 철분은 광합성 작용을 활발하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하는 중요한 무기 영양소-따라서, 철분의 결핍은 광합성 작용의 장애를 초래하여 잎의 황화현상을 낳습니다-인데, 산림토양이나 밭에서 모두 소나무가 쉽게 취하기 힘든 대표적인 영양소입니다. 하지만, 매우 중요한 영양소이기에 철분의 공급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값 비싼 메네델을 직접 만들어 저렴하게 사용하실 수도 있습니다. 화학약품 자재상에서 시약으로 구입하실 수 있는데, EDTA와 FeSO4입니다. 이 두 가지 약품을 섞은 후 물에 희석하여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조제된 철분수용액은 EDTA 덕분에 뿌리와 잎에서 물을 흡수할 때 동시에 철분의 흡수가 이루어지도록 도와줍니다-EDTA는 철분을 물과 강하게 결합시켜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물은 산화작용을 일으켜 철분수용액의 성분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간주사용으로 사용되는 메네델은 고순도로 정제된 증류수를 사용합니다(메네델의 성분은 약 95%이상이 결국 세밀하게 걸러진 증류수이며 나머지 성분은 수용성 철분일 따름입니다. 그래서, 알고보면 굉장히 비싼 물에 불과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증류수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조제 후 즉시 엽면시비하셔야 합니다. 일반 물을 이용한 철분수용액은 시일이 경과한 후 살포하셔도 안되며 특히나 수간주사용으로 사용하시면 안됩니다. (조제하게 되면 철분의 함량이 높은 설악산 오색약수 냄새가 납니다.)
첨언 2: 인산질이 공생균의 발달을 저해하는 것은 시험을 통하여 입증된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척박한 토양이 공생균 발달을 촉진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덧붙여서, 공생균과 싸이토카이닌 호르몬의 관계는 상호연관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이것을 인과관계라고 말하는 데에는 아직 확실한 입증의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