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55분. 다온빌에 도착했다. 교회 가는 분들은 입구에 나와 계신다.
어디로 가는지, 언제 가는지 나누다 “나 갈게, 다녀올게~”하시며 각자 속한 교회로 떠난다.
김희호 씨도 1층으로 내려오셨다. 김희호 씨와 오늘 교회에 가면 하기로 한 것을 되새겨본다.
“희호 씨 오늘 교회 가면 뭐 하기로 하였지요?”
“동생 소개.”
“그리고 여행 가는 것 소개하기로 했지요?”
“응, 양어머니랑 가는 여행 소개하기로 했어.”
“또 하나가 더 있지 않았나요?”
“아빠.”
“네, 아버지 산소도 간다고 알리자고 하였지요?”
“희호 씨, 아버지 산소 가면 뭐해야 할지 교회 사람들에게 묻기로 하였지요?”
“....응?”
“아버지 산소 가면 뭐해야 할지 교회 사람들에게 묻기로 했잖아요, 그렇지요?”
“응, 알아”
“희호 씨 여행이니까, 희호 씨가 먼저 말해주셔야 해요~”
“응, 양어머니 여행이랑....”
“아버지 산소 가는 거요.”
“아빠 산소.”
동생을 소개하고, 여행 소식 알리기, 산소 갈 때 해야 할 것 묻기. 오늘 해야 할 일을 반복하여 묻는다. 내가 김희호 씨 일을 먼저, 대신 말하게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한 편으로는 김희호 씨가 잘 알릴 수 있을지 의심했던 것 같다.
김희호 씨네 교회 장로님이 오셨다. 차에 타자마자 김희호 씨는 “동생이에요, 이다정 학생.” 하며 소개한다.
“여행 가요, 양어머니랑.”
“어디로 가는데?”
“....”
장소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희호 씨, 우리 다른 곳도 가기로 하지 않았어요?”
“아빠 산소.”
“아버지 산소에 갑니다.”
“아버지 산소에 가는구나~”
“두 밤 자.”
김희호 씨는 양어머니와 가는 여행이 더 기대되는 것 같다.
김희호 씨는 아버지 산소에 가본 적이 없다. 지금은 와닿지 않을 것 같다.
권사님이 오늘 교회 일정을 알려주신다.
“오늘은 달의 마지막 날이라. 점심이 없어요. 예배만 드리고 바로 끝나~”
‘자연스레 알리고, 소개할 틈이 없어졌다. 어떡하면 좋을까.’
이것이 나의 속심이다. 예배드리러 가야 할 자리에, 다른 마음을 품었다.
예배당으로 들어가니 찬양 연습하고 있는 성가대가 보인다.
“동생이에요, 동생. 이다정 학생이에요.” 소개한다. 교회분들이 내 이름을 알게 됐다. 김희호 씨가 여러 번 말하자 어른들께서 “희호야, 우리 연습하고 있으니까 잠깐 앉아 있어~”라고 하신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렸다. 대화 나누고, 소식을 전하기에는 때가 마땅치 않았다. 예배 시간이 다가오자, 김희호 씨도 성가대 가운을 입는다. 김희호 씨가 원하고, 교회분들이 허락하여 얼결에 나도 성가대 가운을 입고 성가대 자리에 앉았다. 김희호 씨 옆에 앉았다. 자기가 데려왔다고 말하니 한 집사님이 “언니가 동생을 모시고 왔네~?” 하며 농담도 하신다. 예배가 시작됐다. 김희호 씨가 찬양드리는 모습을 곁에서 보고, 들었다. 김희호 씨는 가사를 보지 않고도 따라 부르신다. 웬만한 가사는 다 외우신 듯하다. 엉뚱한 페이지를 펼쳤어도 김희호 씨는 찬양할 수 있다.
예배당에 사람들이 두세 명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김희호 씨는 들뜨며, “목사님이야, 권사님이야, 아기야”라고 소개해 주신다. 목사님이 들어오셨다. “목사님한테 인사했어?”라고 묻는다. 예배 시간에도 손짓하며 목사님이라고 여러 번 알려주신다.
광고 시간이 다가왔다. 목사님은 “오늘 소개 안 하면 희호 자매한테 나중에 한 소리 들을 것 같아 이야기해야겠어요.” 농담하시며 김희호 씨가 전부터 계속 알리던 동생이 왔다고 소개하신다. 김희호 씨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동생이에요, 동생. 이다정 학생이에요.” 알린다. 몇몇 분이 어디서 왔느냐 묻고, 무슨 전공인지, 무엇을 하러 왔는지 묻는다.
“이다정입니다. 서울장신대학교에서, 경기도에서 왔습니다. 사회복지학과입니다.”
예배가 끝나자 각자의 집으로, 역할로, 자리로 흩어진다. '이대로 돌아갈 수 없다.' 둘레 사람에게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러 함께 왔다. 성가대 가운 정리하고 계신 분들께 “희호 씨 여행 도우러 왔습니다.”라고 나를 다시 소개하였다. 김희호 씨도 계속 여행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는 눈치다.
“나 도와주러 온 사람이에요.”
“희호 씨 여행 가? 어디로 가?”
“양어머니랑 여행 가요, 두 밤 자고 와요.”
“어디로 가?”
“아직 못 정했습니다. 정해야 해요.”
“그래요? 어떻게 해주면 될까나? 추천해 주어야 하나?”
나를 보며 물어보신다. 희호 씨가 말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양어머니랑 여행 가요.”
“어머니랑 여행 가는구나~”, “우리는 희호가 하는 말 웬만큼 알아들어요. 대화 잘해.”
부탁드리고, 의논할 때가 아님이 느껴진다. 각자 해야 할 일이 있다. 여유롭게 나눌 때가 아니다. 교회 어른께 여쭈어야 하는 게 있는데. 김희호 씨가 직접 듣고 아셔야 의미가 있을 텐데.
고민하던 사이, 집사님은 목사님을 연결해 주셨다. “목사님이랑 한 번 이야기해 봐요.”
김희호 씨가 다시, 목사님께 직접 나를 소개한다. 김희호 씨에게 여행에 대해 말해달라 부탁드렸다. “아빠 산소.”라 하면 내가 덧붙여 설명한다. “희호 씨랑 아버지 산소에 가는데 교회 다니는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목사님이 알았다며 설명해 주신다.
“희호 자매, 우리는 제사를 안 드려요. 꽃을 드리면 좋고. 기도하고 오면 돼요.”
설명해 주신 목사님께 감사하다. 김희호 씨에게 와닿았을까. 나중에 정읍 여행 계획할 때 한 번 더 언급해 보기로 한다.
“점심 먹으러 갈 건데, 짜장면 괜찮아요?” - 목사님
얼결에 목사님이랑 사모님, 다른 어린 친구들과 짜장면 먹으러 가게 됐다.
짜장면집으로 향할 교회 차에 오르기 직전, 사모님을 만났다. 김희호 씨가 사모님에게 나를 소개하신다. “이다정 학생이에요. 언니인 저 도와주러 왔어요. 1박 2일로 가요. 양어머니(와 여행하고), 아빠 산소 가요.” 처음으로 빠짐없이, 김희호 씨가 한 번에 다 알리셨다. 특히, 매번 ‘잔다.’, 혹은 ‘두 밤 잔다.’라고 표현했는데, 이 순간만큼은 정확히 1박이라 하셨다. 김희호 씨에게 사모님은 편히 말할 수 있는 존재인 듯하다.
마주 앉아 짜장면을 먹었다. 목사님도 같은 테이블에 앉으셨다. 목사님이 김희호 씨 앞에 수저를 놓자, “이다정 학생도 숟가락 챙겨줘요.” 하며 챙겨주신다.
“오늘 어떻게 왔어요?”
“장로님 차 타고 왔어요.”
“아~ 맞다. 희호 자매가 버스 타고 오면 좋을 것 같은데, 아직 버스 타는 게 어렵거든요.”
김희호 씨가 일반수단인 버스를 이용하기를 바라셨다. 감사하다.
어디로 여행 가는지 물으신다. 김희호 씨가 여태 아버지 산소 간 적이 없다는 것도 알고 계신다. 정읍에 간다고, 정읍에 고모가 계신다고 알렸다. 목사님은 고모가 이전에 한 번, 다온빌로 찾아왔던 것도 알고 계셨다.
“정읍 좋거든요.”
‘좋은 데 추천을 받아보고 싶다.’
짜장면이 나오고 식사하는 도중, 용기 내 여쭈었다. 정읍이 왜 좋은지, 알고 있는 이유를. 정읍에 아는 동기 목사가 있다고 하신다. 괜찮은 곳이 있는지 여쭈니 “뭐가 좋은지 한 번 물어볼게요.” 하신다. 감사하다. 이내, 인터넷에도 ‘정읍 베스트 여행지’ 등으로 검색하면 나온다고 알려주신다. 김희호 씨에게 산소에 가면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한 번 더 알려주신다.
교회 차 타고 돌아가는 길. 목사님과 사모님이 김희호 씨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다. 김희호 씨의 둘레 사람들을 잘 알고 계셨다.
2024년 6월 30일 일요일, 이다정
※김희호, 준비, 24-1, 같이 가도 될까요?
※김희호, 강점, 24-2, 발견되다, 발견하다
※이다정, 성찰, 24-2, 김희호 씨가 어른이면 좋겠습니다
※이다정, 성찰, 24-4, 질문리스트
첫댓글 인사하고 이야기 나눌 틈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식사까지 함께 하였다니 참 대단합니다.
희호씨가 이다정 학생을 교회분들께 어떻게 소개시켰을 지 상상이 되서 웃음이 났네요,
이다정 학생 소개싶은 마음에 한 사람 한 사람 만날 때마다 얘기를 했을꺼예요
민망했던 순간이 있었을 수도 있구요..
희호씨의 둘레사람에게 인사하고 희호씨와의 일정을 얘기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많은 일을 한 날이였네요.
계속 이야기 할 틈을 엿보다가 끝내 성공하는 이다정 학생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희호 씨가 교회 성도들과 얼마나 편안하고 가족 같은 분위기로 신앙생활 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짧은 시간인데도 희호 씨의 생각과 하는 말들이 모두 소통되는 것 같아 다정 학생이 참 대단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