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는 생장기간 동안 재(材)라고 하는 물관 부위가 두꺼워져서 만들어집니다. 온대지방의 경우 생장기간은 보통 1년이며, 열대지방에서는 나이테를 구분하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주기 또한 1년이 아닙니다. 온대나 한대지역의 나무들은 추위가 닥치는 것을 대비해 잎을 떨굽니다. 다시말해 추운 겨울에는 광합성 활동을 안하겠다는 것입니다. 광합성 작용이란 뿌리에서 빨아 올린 물과 공기중의 이산화탄소 그리고 햇빛이 결합해 영양분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그런 과정에 생긴 영양분을 아래로 내려 잎으로 열매 그리고 뿌리로 보내는 일입니다. 그런 광합성작용을 겨울에도 하게 될 경우 나무는 얼어 터져 버립니다.나무의 물관과 체관에 있는 물이 얼어 터져 생존을 못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나무는 잎을 떨구고 광합성이라는 공장 가동을 중단하게 됩니다. 그때 물관과 체관사이에 있는 형성층이 물관과 체관을 막고 그리고 단단하게 굳게 되면서 일종의 구분이 생기는데 이것이 바로 나이테입니다. 온대나 한대지역에서는 계절이 확실하게 변해 나이테가 선명하게 생기는 반면 열대지방의 나무들은 기후의 변화가 그다지 없기 때문에 해가 가도 나이테가 선명해지지 않고 형성되지도 않는다는 이치입니다. 다시말해 나이테는 나무에게 주어지는 훈장과도 같은 것입니다. 일년동안 힘들여 일하고 겨울동안 추위에 굳굳하게 버텨 봄을 맞이 했다는 공로를 인정해 주는 훈장이라는 것이죠.
이런 것을 볼 때 인간도 나이가 든다고 연륜 즉 나이테가 쌓이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각 계절을 거치면서 이런 저런 힘든 것을 겪다보니 저절로 생기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계절이 없이 그저 평온하게 세월을 산 사람에서는 별다른 연륜을 찾기 힘든 것도 바로 이때문입니다. 실제로 열대지방에 사는 나무에서는 나이테가 뚜렷하지 않고 생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이런 사항을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춥거나 덥거나 가물거나 하는 자연의 어려움을 겪을 경우 나이테의 폭이 더 촘촘해지는 것도 인간사와 마찬가지입니다. 나무는 힘들 경우 무리해서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자연히 부작용이 생기고 생존에도 위협을 받습니다. 그럴 경우 물관과 체관의 활동이 왕성하지 못하니 관의 크기도 축소되고 그런 현상으로 촘촘해 지는 것입니다. 힘든 일에 봉착해 어렵게 어렵게 극복해 나가면 연륜이 더 깊고 짙고 촘촘하게 쌓이는 것과 닮아 있습니다. 늦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만들어지는 세포층이 봄에서 여름 사이에 형성된 세포층보다 더 촘촘하다는 것도 조사결과 밝혀진 사실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코로나 19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난국을 잘 헤쳐나가면 우리나라 나이테에도 더욱 선명하게 한 획이 그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훗날 우리나라 국민들은 비교적 슬기롭게 난국을 극복했다는 자부심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나이테를 들여다 보면서 그런 이야기를 할 날이 곧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2020년 3월 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