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꽃잎을 꿰매는 이것은 별이 움트는 소리만큼 아름답다 공기의 현을 뜯는 이것은 금세 녹아내리는 봄눈 혹은 물푸레나무 뿌리의 날숨을 타고 오는 하얀 달일까 오늘도 공기가 휘어질 듯하게 풍경을 박음질하는 장마전선은 하늘이 먹줄을 튕겨놓고 간 봉제선이다 댐은 수문을 활짝 열어 태풍의 눈에 강줄기를 엮어준다 때마침 장맛비는 굵어지고, 난 그걸 풍경 재봉사라 부른다 오솔길에 둘러싸인 호수가 성장통을 앓기 전, 빗방울이 호수 가슴둘레를 재고 수면 옷감 위에 재봉질한다 소금쟁이들이 시침핀을 들고 가장자리를 단단히 고정시킨다 흙빛 물줄기들은 보푸라기의 옷으로 갈아입고 버드나무 가지에서 밤새 뭉친 실밥무늬가 비치기도 했고 꾸벅 졸다가 삐끗한 실밥이 굴러 떨어지기도 했다 그것은 풍경 재봉사의 마지막 바느질이 아닐까 주먹을 꽉 쥐려던 수련의 얼굴로 톡 떨어지는 물방울 수련꽃이 활짝 피어 호수의 브로치가 되었다 -------------------------------------------------------------
비가 후두둑 떨어집니다. 떨어지는 빗소리가 다다다닥 재봉틀 바늘 소리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비가 재봉틀 바늘로 바뀌니 풍경이 박음질됩니다. 기단과 기단이 만나는 장마 전선의 삼각형과 반원을 따라 긴 봉제선이 만들어지고요. 태풍의 눈에 강줄기를 깁고 나면 호수의 가슴둘레를 재고 재봉질(장맛비)이 시작됩니다. 소금쟁이들이 바짓단과 옷단의 시침 부분을 고정시키고 태풍에 대비합니다. 태풍이 지나간 호수엔 흙빛 물줄기들이 거세고 버드나무엔 온갖 잡동사니가 다 걸려있습니다. 이걸로만 보면 태풍의 영향이 세구나, 하겠지만, 시인은 수련꽃을 호수의 브로치로 비유합니다. 절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