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428 부활3주간 금 – 예당호 두루미들이 호수로 살다
“나를 먹는 사람은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요한 6,57ㄴ).
오전 9시가 되면 햇살로 예당호가 따뜻해진다.
호수는 따뜻해지면서 미소짓는 노인의 얼굴처럼 온아하게 잔주름을 짓는다.
그런 호수를 두루미들이 물찬 논둑에 한 줄로 서서 응시한다.
물결에 발등이 간지러운지 두루미들이 이따금씩 다리를 들먹인다.
두루미들은 물고기에 대한 바람이 아니라 호수로 사는 것 같다.
옛날에 모내기나 벼 베기 때 턱밑까지 쌓은 고봉밥을 세 차례 먹었다.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아침과 점심 사이에 두 번, 점심과 저녁 사이에 두 번 새참을 먹었다.
예수님을 그렇게 먹을 수 있을까?
빵이 아니라 하느님으로 사는 이들은 하루에도 일곱 번[1] 하느님을 찬양했다(시편 119,164).
예당호 두루미들이 몇 마리 물고기가 아니라 호수로 살 듯, 몇 마디 기도가 아니라 내 삶 그 자체가 기도라면 얼마나 좋을까?[2]
밥때를 기다리듯, 고봉밥을 먹듯, 새참과 야참을 찾아먹듯 허기져서 분심잡념[3] 없이 그리스도를 먹고 살 수 있을까, 언제나?
[1] 일곱 번 : 성서에서 7은 충만을 뜻하는 숫자로서 ‘자주’ 또는 ‘온종일’을 의미한다(욥 5,19; 잠언 24,16; 26,25; 이사 4,1 참조). 유다인들은 하루에 세 번 기도하였다. 사도들도 유다인들의 관습에 따라 제3시(오전 9시), 제6시(낮 12시), 제9시(오후 3시)에 기도하였다(사도 2,15; 3,1; 10,9; 10,30). 사도들은 그때 마다 성전을 찾았다. 그때마다 하늘을 바라보았다. 성전은 아버지 하느님의 집(요한 2,16)이요 예수 그리스도의 몸(요한 2,21)이다, 그러니 하느님께서 현존하시는 장소, 하느님과 만나 뵙는 장소이다.
[2] 날마다 바치는 성무일도는 ①초대송. ②독서기도, ③아침기도, ④삼시경, ⑤낮기도-육시경, ⑥구시경, ⑦저녁디도, ⑧끝기도 등 여덟 편으로 꾸며져 있다. 아침기도와 저녁기도는 아주 중요하고, 초대송과 독서기도와 낮기도와 끝기도는 그 다음으로 중요하고, 삼시경과 구시경은 피정이나 영신수련 때 신심으로 바친다. 그 밖에도 삼종기도와 더불어 양심성찰과 성체조배, 그리고 묵주기도와 십자가의 길, 호칭기도와 성월, 여러 가지 심신기도 같은 염경기도, 더불어 묵상기도와 관상기도를 매일 또는 요일을 정하여 바침이 영적으로 매우 유익하다.
[3] 분심잡념(分心雜念) : 마음이 산란하고 주의가 분산되어서 여러 가지 잡스러운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종교적으로는 수도(修道) 또는 수행(修行)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옳지 못한 생각을 ‘분심잡념’이라고 표현하여 왔다. 이 옛말은 오늘날의 ‘주의산만’이나 ‘주의력 산만’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한불자전≫(韓佛字典, 1880)에 따르면, ‘잡념’은 ‘distraction’ 또는 ‘vaine pensee’의 뜻이고, ‘분심잡념’은 ① 기도에 소홀하다, 부주의하다, 방심하다(distraction dans les prieres), ② 걱정, 염려, 불만, 혹은 무엇에 마음을 빼앗김(preoccupation)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첫째번의 ‘주의산만’ 즉 ‘distraction’은 그 어원인 라틴어의 ‘distrahere’ 즉 ‘갈라놓다’, ‘떼어놓다’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스도 교회의 입장에서 볼 때는, ‘주의산만’이란 미리 정해 놓은 대상으로부터 주의력을 딴 데로 돌리는 것을 말한다. 기도할 때의 주의산만에는 두 가지가 있다. 즉 의식적인 경우와 무의식적인 경우인데, 하느님의 눈앞에 있다는 사실에 충분히 주의 집중 노력을 하지 않을 때는 의식적인 주의산만이며, 이것은 소죄(小罪)가 된다고 보아 왔다. 그러나 주의력을 딴 데로 돌리는 것이 죄가 됨은, 정신의 주의력이 기도 중의 특정의 생각으로부터 빗나가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 대하여 주의력을 집중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구가톨릭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