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많이 불어 좀 소란스런 비울림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 참 여러 성향의 사람들이 삽니다.
내가 사는 세상에 찬호씨 이야기입니다.
도자기하는 교실에서 함께 배우는 급우이면서
내게 언니라고 하는 8살 지안이, 6살 자안이 3살 정안이 아빠이기도 합니다.
꽁지머리를 대충 묶고 다니고 수염도 대충.
굳이 가꾸지 않는 프리스따일의 아저씨입니다.
지난 월욜 교실로 들어서는 찬호씨 머리를 보고 놀랐습니다.
박박 깍은 민머리 였습니다.
그것도 제대로 이발소에서 기게로 밀은게 아니고
대충 잘 안드는 가위로 자른듯 합니다.
"아니 우째...머리가...뭔일로...우째..."
"............."
그저 웃습니다.
수업중 늦게들어온 찬호씨께 자세한 얘기를 듣기는 시간상 좀...
잠시후
"딸 애들 학교에 머릿이가 돈다기에 머리를 깍아주었더니
딸이 이틀을 울기에 달래주느라고 '아빠도 깍을께' 했고 걍 깍았습니다"
"두 딸도 그럼............................................"
참 민주적이고 합리적이고 신사적이고 공평하기는 하지만............
어찌 그런 생각을 할수가!
이발소에가서 제대로 깔끔하게 깍지...
그럼 지안이 자안이는 제대로 깔끔하게 깍아주었을까?...
그렇게 머리깍은 자안이를 어찌 달래볼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빗으로 곱게 빗어주면 될지도모르는데...
약국에 가면 간단한 약이 있을수도 있었는데...
인터넷 검색하면 의외로 간단한 답이 있을수도 있었는데...
수원에서 막내 정안이를 데리고 주말마다 오는 아내는 수긍할까?...
잠시후 생각을 다시 해 보았습니다.
머리를 깍는다는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일까?
얼마후엔 다시 자라는 무심초에 불과한 것을...
얼마전 다녀온 찬호씨네 집을 떠올리곤 고개가 끄덕여 졌습니다.
온 사방 도배지 벽에 아이들 그림과 낙서로 빈자리가 없던것과
그 낙서와 그림을 일일이 설명하고 자랑하며 들떠있던 찬호씨 모습에서,
나도 지금 아이들을 다시 키운다면 온 벽에 낙서 하라고 할텐데...
그 자유가 얼마나 큰 기록이며 즐거움이며 상상의 광장일텐데...
그리고 버스한대로 세계를 일주하고싶은 꿈을 얘기하는 찬호씨 모습에서
충분히 그런것이 별일이 아닐수 있다는것이 납득이 갔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들이 놀려대는 막막한 순간을 어찌 견딜까?
어른은 그저 자기주관이 좀 뚜렷한 사람이구나...하고 넘기겠지만
아이들은 평범하지 않으면 놀림거리가 될지도 모르는데...
다음 월요일은 도자기교실 상반기 수업 마지막날이라
비울림에서 쫑파뤼가 있을텐데
저녁시간에 하기로 했으니 자안이와 지안이가 아빠랑 함께 오겠죠.
이쁘다고 해야겠죠?
이쁜 머리띠를 준비해 둘까요?
슬쩍 데리고 미용실을 다녀올까요?
내가 언니니까...
첫댓글 일상의 얘기가 수채화 같은 아름답게 다가 옵니다. 라니님도 같이 깍아보시져 후후~
ㅎㅎㅎㅎㅎㅎㅎㅎ
언젠가 모든것에 자신있을때 그깟 무심초 포기할수 있습니다.
아직은 포장이 필요해서리........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