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27. 물날. 날씨: 오전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더니 아침부터 비가 오다 금세
그친다. 하늘은 흐리다. 좀 덥다.
아침열기-솔떡빚기-글쓰기-점심-청소-한가위 몸놀이(제기차기, 윷놀이, 떡메치기)-마침회
[솔떡 빚기와 알찬샘 학교살이]
비가 와서 텃밭으로 산책을 못가고 학교 마당에서 하루 흐름을 이야기하며 몸을 푼다. 다 함께 손을 잡고 동그랗게 서서 서로를 의지해
하늘을 올려다보는 몸짓과 한가위 몸놀이 이야기를 나눈다. 교실에 들어와 관찰하고 짧게 수학귀신 읽고 피리를 불며 아침열기를 끝냈다. 다 함께
강당에 모여 솔떡 빚기 공부 이야기를 나누고 솔떡모둠마다 흩어져 솔떡을 빚는다. 우리 모둠은 5학년 정우가 이끔이다. 채민, 지후, 윤태,
인채, 가율이랑 옹달샘 방에서 백련초 가루를 넣은 분홍색 솔떡을 빚는다. 솔떡 빚을 때면 언제나 그러는 것처럼 쌀가루를 비빈 뒤 산처럼 쌓아
백련초가루를 가운데 놓은 뒤 뜨거운 물을 부어 화산 폭발을 만들어본다. 화산 이야기가 이야기거리가 된다. 사화산인 한라산, 휴화산인 백두산,
활화산인 일본 아소산에 가본 이야기를 하니 아이들 눈이 빛난다. 이어서 한가위 이야기랑 솔떡 빚는 이야기로 도란도란 수다가 시작됐다. 반죽은
화산 놀이 뒤 선생이 먼저 치댄 뒤 아이들이 돌아가며 쳐보고 마무리를 선생이 지었다. 일찍 반죽이 잘 되어 바로 솔떡을 만드는데 역시 기준은
솔떡 모양으로 먼저 만들고 나중에 자기 만들고 싶은 모양대로 하는 거다. 찰흙놀이처럼 뭔가를 조물조물 만들기 좋은 반죽은 아이들의 손끝에서
대단한 상상력의 산물이 태어나곤 한다. 분홍색이 예뻐서 다들 꽃을 만든다 하고, 버섯, 진빵, 가리비, 로켓처럼 다양한 모양의 송편이 나타난다.
선생은 부지런히 보통 모양 솔떡을 빚는다. 여섯모둠에서 네 가지 색으로 솔떡을 빚는지라 아이들이 반죽을 돌아가며 바꾸어 멋진 색을 만들어낸다.
인웅어머니와 지후어머니가 일찍부터 오셔서 솔떡을 찌기 시작한다. 덕분에 선생들 일이 줄어 아이들과 활동에 집중하게 되어 고맙기만 하다. 점심
먹고도 한참을 애써주신 덕분에 솔떡 찌기가 마무리되었다. 점심 반찬을 만들어오신 현우어머니와 종현어머니가 도와주셨다. 일찍 솔떡빚기를 마친
모둠은 솔떡 빚기 모둠마다 설거지와 교실 청소를 하고 글쓰기를 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우리 어린이들은 참 일을 잘한다.
낮에는 한가위 마당놀이를 한다. 떡메치기, 윶놀이, 제기차기를 모둠마다 돌아가며 해본다. 제기차기 모둠을 맡아서 아이들과 줄곧 제기를
단체로, 저마다 차는데 아이들 차는 걸 보니 자주 차야겠다 싶다. 5학년 남민주는 아홉 개를 혼자 찬다. 떡메치기는 4, 5학년 누리샘이 목공
수업으로 떡메를 만든 덕분에 할 수 있다. 인절미 맛이 그만이다. 봄 자연속학교에서 떡메를 치던 풍경이 그대로 재현되는 것 같다. 놀이를 마치고
학년마다 떡 돌리는 일을 나눠 한다. 3학년은 학교 둘레 회사에 전달하는데 한 회사에서 접시에 과자를 듬뿍 담아주신다. 나누는 정이다. 2학년은
빵집에 전하고 온 덕분에 빵과 과자를 받았다 한다. 경로당, 주민센터, 마을 가게와 회사, 어린이집, 학교 둘레 집에 솔떡을 돌리며 아이들은
나눔의 기쁨을 맛보곤 한다.
학교를 마치고 3학년은 마침회를 하지 않는다. 학교살이를 하기 때문에 바로 학교살이 활동이 시작되었다. 저녁 6시까지 모두 자유시간이다.
아이들은 함께 하는 활동도 좋아하지만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하는 때를 무척이나 찾는다. 여유롭게 놀고 싶은대로 노는 것이다. 남자 아이들은
야구 동아리 활동을 한다고 가고, 여자 아이들은 학교에서 놀기로 했다. 그 시간이 있어 갑작스럽게 나온 일을 처리하러 잠깐 시청에 갔다 왔다.
모둠살이 선생에게 미리 학교에 있는 아이들을 부탁해놓고 다녀오자마자 저녁 먹을 채비를 한다. 부모님들이 보내준 정성이 가득한 저녁 반찬을
데우고, 저녁 당번이 밥을 해서 먹는다. 모두 든든하게 잘 먹는다. 학교살이를 정말 좋아하는 아이들답게 아주 신이 나있다. 실컷 놀고, 조금
늦게 자고, 맛있는 거 많이 먹으니 어찌 좋아하지 않을까. 아이들 설렘대로 많이 먹고 많이 논다. 저녁 차릴 동안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밥
먹고 하루생활글을 쓴다. 8시에 강당에 모여 어둠 속에서 동무의 위치를 찾아내는 놀이를 시작하고, 들고 온 손전등 놀이로 이어간다. 촛불 하나
켜 놓고 저마다 이야기를 하는 걸 참 좋아하는데 비밀이야기는 예전에 다 해서 그다지 없다고 해서 어릴 적 추억을 더듬기로 했다. 어릴 적 가장
무서웠던 추억은 많은 아이들이 부모님을 잠깐 잃어버렸을 때나 부모님과 분리되어 있을 때다. 가게에서, 놀이터에서 장소도 모두 다르다. 정말
즐거운 추억은 모두 정말 많다. 여행과 놀이가 가장 많고 맛있는 거 먹은 기억을 꺼내는 어린이도 있다. 슬펐던 추억이 없다는 어린이들이 많다.
한 시간 어둠 속 대화가 끝나고 드디어 밤탐험이다. 밤탐험은 자율방범대에 참여해서 마을을 밤에 걸어본다. 양지수퍼에 가니 주인 아주머니가
아이들에게 애쓴다고 사탕을 하나씩 선물로 안겼다. 밤탐험 즐거움이다.
학교로 돌아와 밤참을 먹기로 했는데 아이들이 불끄고 술래잡기부터 먼저
하잔다. 먹을 거보다 더 놀고 싶은 욕구가 크다. 바로 모든 층 불을 끄고 아이들이 빠르게 숨는다. 선생이 술레가 되어 곳곳을 찾았는데 삼분의
일을 못찾아서 못찾겠다 꾀꼬리를 외쳤다. 교사실에 숨은 걸 깜박 놓친 게 크긴 한데 한 번 들린 다락에서 찾은 동무 뒤에 숨어있는 걸 놓쳤다는
걸 알았다. 아이들이 술레가 되어 찾을 때는 1층 강당에 혼자 몰래 숨어 어둠을 한참 동안 느끼고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아이들이 오지 않더니
다 찾고 드디어 1층으로 내려와 바로 찾아버린다. 남자화장실에 숨은 서연이가 가장 오래 버텼다. 놀만큼 놀아서 이제는 밤참을 찾는다. 새참이
정말 많다. 다 먹을 수 있겠냐 하니 다 먹을 수 있다는 자신있는 표정들이다. 책상마다 나눠서 먹는데 퇴근 길에 시우아버지가 아이들에게 놀라운
먹을거리 선물을 안겼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얼음과자다. 전화를 주셨길래 먹을 게 아주 많다고 괜찮다고 했는데 아들의 부탁을 잊지 않으신 게다.
사실 방범대로 양지수퍼에 갔을 때 감기 걸린 단희를 생각해서 다음에 얼음과자를 한 번 먹기로 하고 온 것인데, 아버지 선물을 받고 나니 맛있게
먹는 일만 남았다. 못 먹을까봐 눈물을 보인 단희도 얼음과자 고르는 사다리 타기와 가위바위보를 하더니 어느틈에 맛있게 먹고 있더니 감기라 먹는
걸 말리던 선생을 보며 선생이 말리기 전에 먹었다며 좋아한다. 늦어버려서 어쩔 수 없긴 하다. 기분좋게 먹고 그 엔돌핀으로 감기를 이기자는
수밖에. 점심과 저녁 약은 잘 챙겨먹었다. 역시 밤참을 다 먹지 못하고 남기는 아이들이다. 내일 모둠에서 먹기로 하고 치우고 잘 채비를 했다.
아이들이 이 닦는 동안 내일 만들 술빵 반죽을 했다. 서연이가 지후가 도와줘서 금세 끝난다. 줄곧 관찰해온 항아리에서 나온 막걸리가 그대로
술빵으로 변신을 해 아이들 입을 즐겁게 하겠다. 여자 어린이들은 옹달샘 방에서 자고, 남자 어린이들은 2층 푸른샘과 알찬샘, 마루를 골라 자기로
했는데 남자 아이들 모두 2층 마루가 좋단다. 더운 걸 싫어하는 아이들답게 널직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11시 한참 소곤소곤 대더니 씻고 온
선생의 부탁대로 곧 잠이 든다. 평소보다 늦게 자는 셈이니 내일 늦잠을 자겠다 싶은데 학교살이때면 더 일찍 깨는 어린이들이 많기도 하다. 실컷
놀고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재미난 이야기 많이 나눴으니 꿈 속에서도 즐겁겠다. 아이들 자는 모습이 그대로 평화다. 긴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