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만해도 서울에서는 국힘당이 더민당보다 상당히 앞서는 것이 여론조사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불과 한 달이 채 안되어 갑자기 더민당이 국힘당을 앞선다고 합니다.
이 상황의 가장 큰 핵심은 '이종섭 출국과 황상무 설화'의 명백한 자책(自責)골이었을 겁니다. '자진 사퇴와 귀국' 결정도 아쉽지만 타이밍이 늦었습니다. 어차피 해야 할 것이었다면 선제적으로 했어야 할 것을 미적거리다가 실기하고 말았습니다. 용산의 상황 인식과 판단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지는 대목인데, 역시 권력은 스스로 무너지는 모양입니다.
수도권 승부는 국민의힘이 여대야소로 가느냐 아니면 적어도 1당 경쟁을 할 수 있느냐의 선결조건입니다. 수도권 승부의 출발은 서울, 특히 한강벨트인데 서울에서 20석 전후가 가능하냐가 관건일 것 같습니다.
여당의 수도권 승부가 어렵다면 22대 국회의 여소야대는 불가피합니다. 지난 총선 민주당은 수도권에서만 103석을 획득했는데, 양당의 지역구 득표율 차이 8.5% 포인트는 지역구 의석 163석 vs 84석으로 나타났습니다.
'총선의 기저여론이 그대로'라는 것은 '대통령이 그동안 못해왔다'라는 뜻일 겁니다. 이는 대통령이 문제의 출발점이며, 만약 그렇다면 그 대안도 대통령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수도권 승부는 대통령 지지율이 핵심입니다. 공천 승부를 넘어 이제 본격대결로 이어지는 이때, 대통령의 승부수는 불가피한 일입니다. 만약 총선을 이기려 한다면, 그리고 총선을 이겨야 한다면 지금 확실하게 달라진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 줘야할 것입니다.
<우리는 희망이 가물가물할 때, 스스로에게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묻는 것이 실천의 첫걸음이다.
이승만은 나라의 독립이 아득했을 때 ‘독립 정신’을 쓰며 민족의 갈 길을 물었고, 박정희는 가난의 시궁창에서 경제 부흥의 길을 물었다. 이승만과 박정희의 인생은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이다. 김대중은 인생에서 가장 캄캄했던 시절 감옥에서 편지를 썼다.
정치가는 낭떠러지에 선 국가 앞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드골은 2차 대전 발발 10년 전 독일 전차 군단에 짓밟히는 악몽(惡夢)에 시달리며 탱크와 기계화 사단 대폭 증강을 주장한 ‘미래의 군대’를 집필했다. 이 책은 프랑스에서 750부밖에 팔리지 않았다.
1940년 프랑스는 개전(開戰) 한 달 만에 파리를 독일 전차군단에 내줬다. 처칠은 영국 전체가 체코 땅덩어리를 떼 주는 것으로 히틀러를 달랠 수 있다고 착각할 때 외딴섬처럼 고립된 처지에서 ‘영국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었다. 그 세월이 없었다면, 영국을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의 원조(元祖)는 러시아 공산혁명을 이끈 레닌이다. 그는 1901년 출간한 ‘무엇을 할 것인가’ 서문에서 ‘상황이 너무 화급(火急)해 글을 다듬지도 못했다’면서 독자의 양해를 구했다. 레닌은 볼셰비키 주도로 여러 정파(政派)를 끌어들여 공동 전선(united front)을 꾸리려던 공작이 실패해 크게 좌절했다.
책 안에서 레닌은 ‘정치 선동의 핵심’ ‘러시아 전 지역에 혁명 전투 조직 건설 문제’’ 선동과 이념 교육 수단으로서 ‘노동자 신문 창간’을 역설했다. 지금 민주당과 연합한 좌파 정당·사회단체 우두머리급(級)은 1980년대 운동권 시절 이 책을 ‘필수 과목’으로 읽었을 것이다.
일본어 번역판을 다시 번역한 오역(誤譯)투성이 엉터리 책으로 읽었겠지만, 현재는 ‘박종철출판사’가 러시아어에서 직접 번역한 책이 나와 있다. 1999년 처음 나온 이 책은 2020년까지 10쇄(刷)를 찍었다. 레닌은 최종 결론을 ‘구(舊)시대를 청산하라’는 한 문장으로 맺었다.
4월 10일 총선까지 18일 남았다. 한 여론조사는 정부-여당 지지 36%, 정부 견제 51%였다. 다른 조사는 각각 44%와 49%였다. 2주 전보다 정부-여당 견제는 오르고 야당 심판은 내렸다. 대통령 임기 시작 2년 만에 치르는 중간선거는 대통령 업무 실적과 제1야당 대표 실적을 비교·평가하는 선거가 아니다. 대통령만 도마 위에 오른다.
이번 총선은 우파(右派) 정당과 좌파(左派) 연합이 부딪치는 진영(陣營) 선거다. 진영 선거에선 유권자가 이쪽저쪽으로 넘어가고 넘어오는 일이 없다. 국민의 힘 지지자 89%, 민주당 지지자 6%가 대통령을 긍정 평가했다. 미국 민주당-공화당 상호 혐오보다 지독하다. 이재명 대표가 심판 대상이 됐다면 결과도 거꾸로였을 것이다.
진영 대결에선 어떤 세력을 받아들여 지지 기반을 넓히고 어떤 세력이 이탈(離脫)해 기반이 줄었느냐가 중요하다. 정권 출범 후 여당에 합류(合流)한 새 세력은 없다. 이탈 세력만 있었다. 민주당도 공천 과정에서 친(親)문재인 세력을 완전 거세(去勢)하고 이재명 유일(唯一) 체제를 확립했다. 떨어져나간 세력은 반(反)윤석열 깃발 조국당에 흡수됐다. 민주당은 5% 이상으로 추정되는 반미(反美)·연북(連北) 좌파 정당·사회단체를 끌어들였다.
대차대조표는 국민의 힘은 순감(純減), 민주당 연합은 순증(純增)이다. 그 결과가 정부-여당 지지·야당 지지 간 15%포인트 격차다. 2020년 수도권에서 미래통합당이 민주당에 16석 대 103석으로 참패했던 여론 격차 12%포인트보다 크다.
대통령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스스로 물어야 할 때가 왔다. 반성할 시간 여유조차 없다. 행동하라는 것이다. 현실주의 정치인은 손에 쥐고 있는 것으로 승부한다. 이재명 대표는 한 번도 ‘공정’ ‘상식’ ‘법치주의’를 말한 적이 없다. 그것이 자기 목을 베는 칼이라는 것을 안 것이다. 그 대신 대통령을 탄핵할 의석을 달라고 한다.
레닌은 ‘무엇을 할 것인가’ 내용 절반 이상을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가’로 메웠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뒤집으면 ‘무엇을 해선 안되는가’가 된다. 대통령은 다시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혼동해선 안 된다.
레닌은 ‘무엇을 할 것인가’의 책 표지 다음 페이지에 이런 구절을 새겼다. “당내(黨內) 투쟁은 당에 힘과 생명력을 줍니다.” 당대표 경선에서 자신과 맞섰던 박용진 의원을 공천 과정에서 두 번 ‘정치적으로’ 살해(殺害)하고 마지막으론 추방해버린 이재명 대표는 이 노선을 따른 것일까 파괴한 것일까.>조선일보. 강천석 고문
출처 : 조선일보. 오피니언 [강천석 칼럼] 대통령, ‘무엇을 할 것인가’ 스스로 물을 때 왔다
총선 패배는 윤석열 정치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조국혁신당의 등장과 돌풍은 여소야대를 넘어 윤석열 권력의 끝을 재촉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할 것입니다. 지금 총선 승부가 대통령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대통령의 변한 모습의 출발은 여당의 판단과 선택을 존중하는 것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선거는 한동훈의 얼굴과 국민의힘 이름으로 그들이 치르고, 생사의 갈림길에 선 그들의 목표는 선거의 생존과 승리입니다.
말로만 공천과 선거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얘기하지 말고 비상대책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들에게 다 맡겨야할 것입니다. 소위 ‘찐윤’이라는 이철규나 이관섭 비서실장의 황당한 언행을 대통령이 막지 않으면 결과는 보나마나 일 것입니다.
한동훈 위장장의 말대로 이번 선거에서 야당에게 주도권을 내주면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기간이 정말 죽을 쑤다가 끝날지도 모릅니다. 정치는 머리가 아니고 가슴으로 한다는 말을 가장 깊게 생각해야 할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2회 영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