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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은 동양에서 오래전부터 즐겨 사용한 숫자다.
우리는 八卦, 八正道, 八等身, 八道, 八仙女, 八字, 八音, 八學士 등의
단어를 대단히 많이 사용하고 있다. 팔은 많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팔경은 여덟 곳의 경승의 뜻하기도 하지만,
지역별로 선택된 아름다운 자연 경관 전부를 지칭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본래 팔경은 중국 산수화의 제목이었던 소상팔경에서 그 유래를 찾는다.
소수(瀟水)와 상강(湘江)의 8가지 경치. 호남성(湖南省) 동정호(洞庭湖) 남쪽의
소수와 상강이 합류하는 곳에 있는 대표적인 8가지 아름다운 경치를 말한다.
소수와 상강은 모두 동정호로 흘러 들어간다.
소상팔경(瀟湘八景)
조선 중기에 이후백(李後白)이 지은 연시조.
모두 8수로, 작자의 문집인 <청련집(靑蓮集)>을
비롯한 30여 가집에 수록되어 있다.
제1연은
순(舜)임금의 죽은 영혼이 소상강의 대나무 사이의
비가 된 뜻은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의 천년동안
흘린 눈물을 못내 씻어 볼까 하노라 노래한다.
제2연은
모래밭에 기러기 내리니 강촌에 날이 저물어
어선은 돌아오고 갈매기는 다 잠든 밤에
어디서 빠른 소리의 긴 피리 소리가 잠든 나를 깨우는가 하고 노래한다.
제3연은
동정호의 밝은 달이 초나라 회(懷)왕의 넋이 되어
넓은 호수에 비치어 보이는 뜻은
아마도 굴평(屈平)의 영혼을 굽어볼까 하노라 하고 노래한다.
제4연은
소상강 가랑비 중에 도롱이 입은 저 노옹(老翁)아
빈 배 가는 데로 저어 향하니 가는 곳이 어느 곳인가
이백(李白)이 고래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니
풍월(風月)을 실러 가노라 하고 노래한다.
제5연은
아미산(峨嵋山)에 반달이 뜬 가을과 적벽강가의 뛰어난 경치를
소동파와 이태백이 못다 놀고 남은 뜻은
후세에 나와 같은 호걸이 다시 놀 수 있게 함이로다 하고 노래한다.
제6연은
순임금이 남쪽을 순행하시어 창오야(蒼梧野)에서 돌아가시니
<남풍시(南風詩)>와 오현금(五絃琴)을 누구의 손에 전하셨는가
지금 이 소리를 들으니 이 손에 전하셨구나 하노라 하고 노래한다.
제7연은
악양루(岳陽樓) 높은 곳에 올라 동정호를 굽어보니
넓은 호수에 많은 산들이 반 넘게 잠겼노라
어디서 한 척의 어선이 왔다 갔다 하는 것에 맡기는가 하고 노래한다.
제8연은
황학루(黃鶴樓) 피리 소리를 듣고 고소대(姑蘇臺) 올라가니
한산사(寒山寺) 찬 소리에 취한 술이 다 깨는구나.
아이야 술집이 어느 곳이냐 옷 잡혀 술을 사오리라 노래한다.
이 내용은 <청련집>의 것인데,
수록된 가집(歌集)에 따라 내용의 넘너듦이 약간 심하다.
소상팔경은 중국 송적(宋迪)의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에
나오는 8경을 말하는데, 이 작품의 경우는 일치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
【시조 전문 풀이】
(1)
창오산(蒼梧山) 성제혼(聖帝魂)이 구름 좇아 소상(簫湘)에 내려
야반(夜半)에 흘러들어 죽간우(竹間雨) 된 뜻은
이비(二妃)의 천년누흔(千年淚痕)을 씻어볼까 하노라.
<창오산(蒼梧山)> : 중국 호남성에 있는 산 이름.
구의산이라고도 하는데, 순 임금이 사냥하러 갔다가 죽은 곳이다.
<성제혼(聖帝魂)> : 성스런 순 임금의 죽은 넋
<구름 좇아> : 구름을 따라서
<소상(簫湘)> : 호남성의 명승지인 동정호로 들어가는
소강(簫江)과 상강(湘江). 제순의 뒤를 따라 그의 이비(二妃)
아황(娥皇)ㆍ여영(女英)이 빠져 죽은 곳. 중국 소상강에서 나는
아롱 무늬진 대 나무를 소상반죽(瀟湘班竹)이라 하는데,
순(舜)의 비(妃)가 순의 죽은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려 무늬를 이루었다고 한다.
<야반(夜半)> : 한밤중
<죽간우(竹間雨)> : 대 사이에 오는 비. 여기의 대는 ‘소상죽(瀟湘竹)’을 이름.
순 임금의 두 아내의 서러운 눈물이 맺혀 자라난 것이 창오산의 얼룩진 대인데,
그 대숲 사이로 내리는 비를 뜻한다.
<이비(二妃)> : 순 임금의 두 아내인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을 가리킨다.
<천년누흔(千年淚痕)> : 쳔 년 내려온 눈물의 흔적
<못내> : 크게, 끝없이
창오산에서 죽은 순 임금의 넋이 구름을 타고 소상 물가로 내려와
한밤중에 비가 되어 대숲에 흩뿌리는 속뜻은
일찍이 두 아내였던 아황과 여영의 흘린 눈물자국을 씻어 주고자 함이다.
(2)
평사(平沙)에 낙안(落雁)하니 강촌(江村)에 일모(日暮)이로다.
어선(漁船)은 이귀(已歸)하고 백구(白鷗)는 다 잠든 밤에
어디서 수성장적(數聲長笛)이 잠든 나를 깨우는가.
<평사(平沙)에 낙안(落雁)> : 모래펄에 기러기가 날아와 앉는 경치. 소상팔경의 하나.
<일모(日暮)> : 해가 저묾
<이귀(已歸)하고> : 이미 돌아가고
<수성장적(數聲長笛)> : 몇 마디 긴 피리소리
평평한 모래펄에 기러기 앉으니, 강촌에 저녁이이로구나.
고기잡이배는 이미 돌아오고, 흰 갈매기들도 다 잠든 밤에
어디서 몇 마디 긴 피리소리가 나의 잠을 깨우는구나.
(3)
동정호(洞庭湖) 밝은 달이 초회왕(楚懷王)의 넋이 되어
칠백리(七百里) 평호수(平湖水)에 다 비치어 뵈는 뜻은
이마도 굴삼려(屈三閭) 어복충혼(魚腹忠魂)을 굽어볼까 함이라.
<칠백리(七百里) 평호수(平湖水)> : 주위가 칠백리인 넓고 평평한 동정호.
<초회왕(楚懷王)> : 의제(義帝). 항우)(項羽)가 초회왕을 높여 의제(義帝)라 하고 한(漢) 2년에 죽였음.
<굴삼려(屈三閭) 어복충혼(魚腹忠魂)> : 굴원(屈原)은 전국시대 초인(楚人)으로 회왕(懷王)을 섬겼으나,
간신의 모함으로 강남에 귀양갔다가 멱라수(汨羅水)에 빠져죽어 고기밥이 된 충성된 혼을 일컫는다.
동정호에 뜬 밝은 달이 초나라 회왕의 넋이 되어
동정호 칠백리의 평평한 호수 위를 구석구석 다 비치고 있는 뜻은
굴원이 멱라수에 빠져 고기밥이 된 그 충성심을 굽어보려 함이다.
(4)
소상강(瀟湘江) 세우중(細雨中)에 누역 삿갓 저 노옹(老翁)아
빈 배 흘리 저어 향(向)하나니 어디메뇨.
이백(李白)이 기경비상천(騎鯨飛上天)하니 풍월(風月) 실러 가노라.
<소상강(瀟湘江)> : 중국 호남성 동정호의 남쪽에 있는 강.
<누역> : 도롱이. 사(蓑) : 도롱이 사
<향하나니> : 향하는 곳이
<흘리> : 흐르게
<어디메뇨> : 어느 곳이냐
<풍월(風月)> : 청풍과 명월
<이백(李白)이 기경비상천(騎鯨飛上天)> : 당나라 이태백이 고래를 타고 하늘에 올랐다는 고사(故事).
소상강 가랑비 내리는데, 삿갓을 비스듬히 쓴 저 늙은이야
빈 배 혼자 저어서 어디로 가느냐.
이태백이 고래 타고 하늘로 날아 가 버렸으니 대신 풍월 실러 간다오.
(5)
아미산월(蛾眉山月) 반륜추(半輪秋)와 적벽강상(赤壁江上) 무한경(無限景)을
소동파(蘇東坡) 이적선(李謫仙)이 못 다 놀고 남은 뜻은
후세(後世)에 나 같은 호걸(豪傑)이 다시 놀게 함이로다.
<아미산월(蛾眉山月) 반륜추(半輪秋)> : 아미산(사천성 아미현에 있는 산) 달 반륜의 가을 경치
<적벽강상(赤壁江上) 무한경(無限景)> : 적벽강 위의 끝없는 경치
<소동파(蘇東坡)> : 북송(北宋)의 문인. 소식(蘇軾).
<이적선(李謫仙)> : 당(唐) 나라 시인 이백(李白). 자 태백(太白). 한림학사(翰林學士) 하지장(夏知章)은
이백(李白)의 시를 읽고 감탄하여, “이건 사람이 지은 것이 나니라,
하늘에서 귀양온 신선(神仙)의 작품이다.”라고 한 데서 이적선(李謫仙)이란 별명을 얻게 되었다.
아미산에 뜬 수레바퀴 반쪽 같은 가을 달과 적벽 강의 무한한 경치를
소동파와 이태박이 다 닳아 없어지도록 놀지 않고 남겨 둔 뜻은
뒷날 나 같은 놀기 좋아하는 호걸들이 다시 놀 수 있게 한 것일 것이다.
(6)
순(舜)이 남순수(南巡狩)하사 창오야(蒼梧野)에 붕(崩)하시니
남풍시(南風詩) 오현금(五絃琴)을 누구 손에 전(傳)하신가.
지금(至今)에 문차성(聞此聲)하니 전차수(傳此手)인가 하노라.
<순(舜)이 남순수(南巡狩)> : 순 임금이 남쪽을 순행함.
<창오야(蒼梧野)> : 순이 남순(南巡)하다가 붕어했다는 곳.
중국 호남성(湖南省) 영원현(寧遠縣)에 있는 산. 남월 창오현의 들에서 붕어했다고도 함.
<남풍시(南風詩) 오현금(五絃琴)> : 순 임금이 남풍가(南風歌)를 타던 오현금.
남풍시(南風詩)는 우순(虞舜)이 지은시.
<붕(崩)시니> : 붕어하시니. ‘붕어(崩御)’는 천자(天子)가 세성을 떠남을 이름.
<문차성(聞此聲)니 전차수(傳此手)가> : 이 소리를 들으니 그 수법을 전함인가.
순임금이 남쪽지방을 순시하다가 창오의 들에서 돌아가시니,
그 좋아하시던 남풍시를 타던 오현금을 누구에게 전하셨는가.
지금 이 거문고 소리 들으니, 이 손에 전했는가 싶구나.
(7)
악양루(岳陽樓)에 올라앉아 동정호(洞庭湖) 칠백리(七百里)를 둘러보니,
낙하여고목제비(落霞與孤鶩齊飛)하고 추수(秋水)가 공장천일색(共長天一色)이로다.
어즈버 만강추흥(滿江秋興)이 수성어적(數聲漁笛)뿐이더라.
<악양루(岳陽樓)> : 중국 호남성 악양현이 있는 누문(樓門)의 이름. 동정호에 면하고 있음.
<낙하여고목제비(落霞與孤鶩齊飛)고 추수(秋水)ㅣ 공장천일색(共長天一色)>
: 낮게 드린 저녁놀은 외로운 들오리와 더불어 가지런히 날고, 추수와 하늘빛이 한가지로 푸름.
<어즈버> : 감탄사
<만강추흥(滿江秋興)> : 강에 가득한 가을 흥
<수성어적(數聲漁笛)> : 몇 마디 고기잡이의 피리소리
악양루에 올라앉아 동정호 칠백리를 들러보니,
낮게 드린 저녁놀은 외로운 들오리와 더불어 가지런히 날고,
추수와 하늘빛이 한가지로 푸르구나.
아아, 강에 가득한 가을 흥이 몇 마디 고기잡이 피리소리뿐이로구나.
(8)
황학루(黃鶴樓) 저 소리 듣고 고소대(姑蘇臺) 올라가니
한산사(寒山寺) 찬바람에 취(醉)한 술이 다 깨거다.
이이야, 주가하처(酒家何處)오 전의고주(典衣沽酒) 하오리라.
<황학루(黃鶴樓)> : 중국5 호북성(湖北城) 무창(武昌) 서남에 있는 누(樓) 이름.
촉(蜀)의 비위(費褘)가 등선하여 황학을 타고 이곳에 내려 쉬었기 때문에 이름지었다 함.
<고소대(姑蘇臺)> : 중국 강소성(江蘇城) 오현(吳縣)에 있는 성(城)의 대(臺)
<한산사(寒山寺)> : 중국 강소성(江蘇城)에 있는 절의 이름.
<뎌 소리> : 피리(笛) 소리
<깨거다.> : 깨었다.
<주가하처(酒家何處)오> : 술집이 어디오
<전의고주(典衣沽酒)> : 옷을 전당하고 술을 삼.
황학루에서 피리소리 듣고 고소대에 올라가니
한산사 찬바람에 취한 술이 다 깨었다.
아이야, 술집이 어디냐, 옷을 잡혀서라도 흠뻑 취해 보리라.
전적에 나오는 ‘소상팔경’은 다음과 같다.
1) 소상야우(瀟湘夜雨, 영주시(永州市) 동쪽)-소수와 상강에 밤에 뿌리는 비
2) 동정추월(洞庭秋月, 동정호)-동정호에 뜬 가을 달
3) 원포귀범(遠浦歸帆, 상음현(湘陰縣))-먼 포구에서 귀환하는 돛단배
4) 평사낙안(平沙落雁, 형양시(衡陽市) 회안봉(回雁峰))-모래사장에 앉은 기러기
5) 연사만종(烟寺晩鐘, 형산현(衡山縣) 현성(縣城))-안개 낀 사찰에서 들리는 저녁 무렵의 종소리
6) 어촌석조(漁村夕照, 도원현(桃源縣) 무릉계(武陵溪))-어촌의 저녁에 비치는 석양
7) 강천모설(江天暮雪, 장사시(長沙市) 수륙주(水陸洲))-강가에 저녁 무렵 내리는 눈
8) 산시청람(山市晴嵐, 상담소산(湘潭昭山))-산속 저자에서 피어나는 푸른 남기
- 송(宋)나라 심괄(沈括) 《몽계필담(夢溪筆談) 〈서화(書畵)〉》
‘소상팔경’은 석양빛, 가을 달, 밤비,
저녁에 내리는 눈 등,
주로 저녁 무렵의 경치로,
시와 그림의 주제로 많이 다루어졌다.
최초로 8경을 화제(畵題)로 하여 그림을 그린 사람은
송(宋)나라의 이적(李迪)이라고 한다.
瀟湘八景圖
동정호의 남쪽 瀟水와 湘水가 합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을
이른 봄부터 늦 겨울까지 여덟가지 주제로 그린 서정적인 그림이다.
초봄 1) 산시청람[山市晴嵐]: 푸른 기운 감도는 산마을
늦봄 2) 연사만종[烟寺晩鐘]: 안개 낀 절의 저녁 종소리
초여름 3) 어촌석조[漁村夕照]: 어촌의 저녁노을
늦여름 4) 원포귀범[遠浦歸帆]: 멀리 포구로 돌아오는 배
초가을 5) 소상야우[瀟湘夜雨]: 소상강에 내리는 밤비
늦가을 6) 동정추월[洞庭秋月]: 동정호의 가을 달
초겨울 7) 평사낙안[平沙落雁]: 모래톱에 내려앉은 기러기
늦겨울 8) 강천모설[江天暮雪]: 저녁 무렵 산야에 내리는 눈
소상팔경도는 아지랑이에 싸여 있는 산시(山市)를 그린 산시청람도(山市晴嵐圖),
아득하게 연무에 잠긴 채 산사에서 울리는 저녁 종소리를 그린 연사모종도(煙寺暮鐘圖),
소상강에 밤비 내리는 장면을 그린 소상야우도(瀟湘夜雨圖),
먼 포구로 돌아가는 돛단 배와 강변의 풍경을 그린 원포귀범도(遠浦歸帆圖),
평평한 모래 밭에 기러기들이 줄지어 내려앉는 장면을 그린 평사낙안도(平沙 落雁圖),
가을날 동정호 수면을 비추고 있는 보름달의 형상을 그린 동정추월도(洞庭秋月圖),
저녁놀이 붉게 물든 어촌의 풍경을 그린 어촌낙조도(漁村落照圖),
하얗게 내린 눈이 온 강과 산을 뒤덮고 있는 형상을 그린 강천모설도(江天暮雪圖) 등으로 이뤄져 있다.
중국의 명승지 중에 손꼽히는 곳 중에 하나가 장강(양자강) 하류
동정호가 있는 호남성에 양자강의 지류인 소수(瀟水)와 상강(湘江)이
만나는 이른바 소상강(瀟湘江) 지역이다.
소상강은 경치도 아름답지만 소상반죽(瀟湘班竹)으로도 유명하다.
옛날 중국의 성군 순임금이 남쪽 창오지방을 순시하다가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요임금의 딸로서 순임금의 두 왕비가 된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이 이 곳 소상강까지 와서 슬피 울었다.
이 때 두 왕비가 흘린 눈물이 강가에 무성한 대나무에 떨어져 얼룩무늬
가 생겨났는데 이를 사람들이 소산반죽이라 부르고, ‘슬픈 일’을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소상강 일대의 아름다운 경관 중에서 사람들이 여덟 개를 뽑아 소상팔경(瀟湘八景)이라 불러왔다.
(1) 평사낙안(平沙落雁) 넓고 넓은 모래펄에 기러기가 내려 앉는 풍경
(2) 소상야우(瀟湘夜雨) 소수와 상강에 밤비 내리는 풍경
(3) 원포귀범(遠浦歸帆) 동정호 고기잡이 배가 먼 포구로 돌아오는 풍경
(4) 동정추월(洞庭秋月) 바다같이 망망한 동정호에 가을달이 떠 있는 풍경
(5) 산시청람(山市靑嵐) 첩첩산중 맑은 날 피어 오르는 아지랑이 풍경
(6) 어촌석조(漁村夕照) 동정호 어촌에 저녁 해가 떨어지는 풍경
(7) 연사만종(煙寺晩鐘) 연기 자욱한 산사에 저녁 종소리 울려오는 풍경
(8) 강천모설(江天暮雪) 소상강에 저녁 눈 내리는 풍경 등이다.
청련공(靑蓮公) 이후백(李後白)의 아버지(휘 國衡)는 당시 거
창 모곡동에 사는 개령현감을 지낸 현감공(縣監公 휘 元禮)의 차자로서
함양 개평촌(현 수동면 원평리)으로 분가하여 살았는데 서울에 사는
종조(從祖) 양원공(楊原公 휘 淑?)의 독자 이판공(吏判公 휘 世文)이 절손(絶孫) 되자
집안에서 의논 끝에 그 양자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이사는 하지 않고 그대로 함양에 살았다.
이후백이 아홉살 되던 해에 괴질(전염병)이 돌아서 부모가 한꺼번에 돌아가고
어린 이후백은 거창 모곡동의 백부(伯父) 현감공(縣監公 휘 國權) 집에 들어가
의탁하면서 공부햐게 되었다.
이후백이 열 다섯살 되던 해에 백부 현감공(휘 國權)을 따라 섬진강 하류
하동의 화개(花開), 악양(岳陽)으로 뱃놀이를 간 적이 있는데 뱃놀이 중
지리산의 아름다운 운람(雲嵐: 맑은 날 얇은 구름과 같이 끼는 아지랑이 같은 것)을
보고 시흥에 젖어 부소상팔경(賦瀟湘八景: 누구의 작인지 모르겠다)을 거침없이
암송하여 함께 간 여러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한다.
선조6년(1573) 이후백이 이조참판 겸 예문관 제학으로 있을 때 종계변무 주청사로
명나라에 갔을 때 소상팔경을 구경하고 지은 시조가 8수가 있다.
어린시절 백부를 따라 섬진강 화개, 악양에서 뱃놀이 하면서
부소상팔경 (賦瀟湘八景)을 암송하던 그 시심으로 소상팔경 현장에서 시조를 읊었을 것이다.
시조 여덟 수를 옮겨 놓는다.
청련공이 소상팔경을 노래한 시조
(1) 창오산(蒼梧山) 성제혼(聖帝魂)아 구름 조차 소상(瀟湘)에 나려
야반(夜半)에 흘러들어 죽간우(竹間雨) 되온 뜻은
이비(二妃)의 천년 누흔(淚痕)을 씻어 볼까 함이라
(풀이) 창오산에서 돌아가신 순임금의 혼이 구름 따라 소상강에 내려와서
한 밤중에 비를 내려 소상반죽 대나무에 떨어지는 의미는
아황(娥皇), 여영(女英) 두 왕비의 천년 묵은 눈물 자국을 씻으려 하는가
(2) 평사(平沙)에 낙안(落雁)하니 강촌(江村)에 일모(일모)이로다.
어선(漁船)은 이귀(已歸)하고 백구(白鷗)는 다 잠든밤에
어듸서 수성장적(數聲長笛)이 잠든 나를 깨우는고
(풀이) 평평한 모래펄에 기러기 앉으니 강촌에 저녁이로구나
고기잡이배는 이미 돌아오고 흰 갈매기들도 다 잠든 밤에
어디서 부는지 여러 소리의 긴 피리소리가 나의 잠을 깨우는구나.
(3) 동정호(洞庭湖) 밝은 달이 초회왕(楚懷王)의 넋이 되어
칠백리(七百里) 평호수(平湖水)에 다 비치어 보이는 뜻은
아마도 굴삼려(屈三閭) 어복충혼(魚腹忠魂)을 굽어볼까 함이라.
(풀이)동정호에 뜬 밝은 달이 초나라 회왕의 넋이 되어
동정호 칠백리의 평평한 호수 위를 구석구석 다 비치고 있는 뜻은
아마 굴원이 멱라수에 빠져 고기 뱃속에 들어간 그 충성심을 굽어보려는 것이겠지
(4) 소상강(瀟湘江) 세우중(細雨中)에 누엿삿갓 저 노옹(老翁)아
빈 배 홀로 저어 향(向)하나니 어디메뇨
이백(李白)이 기경비상천(騎鯨飛上天)하니 풍월(風月) 실러 가노라
(풀이)소상강에 가랑비 내리는데 삿갓을 비스듬히 쓴 저 늙은이야
빈 배 혼자 저어서 어디를 가느냐
이태백이 고래 타고 하늘로 날아 가버렸으니 대신 풍월 실러 간다오
(5) 아미산(峨嵋山)월반륜추(月半輪秋)와 적벽강산(赤壁江山) 무한경(無限景)을
소동파(蘇東坡) 이적선(李謫仙)이 못다 놀고 남은 뜻은
후세(後世)에 나 같은 호걸(豪傑)이 다시 놀게 함이라
(풀이)아마산에 뜬 수레바퀴 반쪽같은 가을달과 적벽강의 무한한 경치를
소동파와 이태백이 다 닳아 없어지도록 놀지 않고 남겨 둔 뜻은
뒷날 나같은 놀기 좋아하는 호걸들이 다시 놀 수 있게 한 것일 것이다.
* 아미산(峨嵋山)월반륜추(月半輪秋): 이백(李白)의 '峨眉山月歌(아미산월가)'의 첫구절이다.
- 峨眉山月歌(아미산월가)-
峨眉山月半輪秋(아미산월반륜추) 아미산의 조각달이 가을하늘에 떠 있고,(眉=嵋)
影入平羌江水流(영입평강강수류) 그 그림자가 평강강에 비치어 강물과 함께 흐르네
夜發淸溪向三峽(야발청계향삼협) 밤에 청계를 떠나 삼협으로 향하노니
思君不見下 水兪 州(사군불견하유주) 그대를 그리면서도 못보고 유주로 내려가네
* 적벽강산(赤壁江山) 무한경(無限景): 소동파(蘇東坡)의 '前/後赤壁賦(전/후적벽부)'에 저벽강의 좋은 경치를 잘 표현하고 있음을 말함
(6) 순(舜)이 남순수(南巡狩)하사 창오야(蒼梧野)에 붕(崩)하시니
남풍시(南風詩) 오현금(五絃琴)을 누구 손에 전(傳)하신가
지금(至今)에 문차성(聞此聲)하니 전차수(傳此手)인가 하노라
(풀이)순임금이 남쪽지방을 순시하다가 창오의 들에서 돌아가시니
그 좋아하시던 남풍시와 오현금을 누구에게 전하셨는가
지금 이 거문고 소리 들으니 아마 이 손에 전했는가 싶구나
(7) 악양루(岳陽樓) 상상층(上上層)에 올라 동정호(洞庭湖) 굽어보니
칠백리(七百里) 평호수(平湖水)에 군산(君山)이 반이나 잠겼어라
어듸서 일엽어선(一葉漁船)이 임거래(任去來) 하는고
(풀이)악양루 맨 윗 층에 올라 동정호를 내려다 보니
칠백리에 걸친 평평한 호수에 군산이 반이나 잠겼구니
어디서 한조각 작은 고기잡이 배들이 오가는 구나
(8) 황학루(黃鶴樓) 적소리 못듣고 고소대(姑蘇臺) 올라가니
한산사(寒山寺) 찬바람에 취(醉)한 술이 다 깨겠다
아이야 주가하처(酒家何處)오 전의고주(典衣高酒)하리라.
(풀이)황학루에서 피리소리 못듣고 고소대에 올라가니
한산사 찬 바람에 취한 술이 다 깨겠구나
아이야 술집이 어디냐 옷을 잡혀서라도 흡벅 취해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