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는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가장 중요한 의학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전공하려는 의대생들이 없어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고생은 많이 하는데 돈이 안되는데다 사회적 대우도 열악하니 성적에 밀려서 할 수없이 선택하는 루저들의 과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전혀 존재하지 않는 부모의 경제적 어려움을 걱정해 내과 장학금을 한 번 받은 우리 딸이 미래 진로를 내과로 정한다.
장학금 단 한 번에 마음을 낚여버렸다. 최우수 학생에게 주어지는 부산대 6년 장학금과 적지 않은 학업장려금까지 포기하고 큰 꿈을 위해 서울까지 왔는데 한 때의 작은 돈때문에 섣불리 손해보는 진로를 선택하지는 말라고 나는 충고한다. 그리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물어본다.
그랬더니 장학금을 받고 나서 자기 인성이 좋아졌는데 이 상태가 너무 좋아서 내과로 결정했단다. 마음에 여유가 있다보니 시기와 질투 그리고 쓸데없는 우월감이 사라져서 평소 얄미웠던 이기적인 친구들이나 찌질해보였던 자기 패배적인 친구들도 예쁘게 보이는데 이런 편안한 삶을 포기하기 싫단다. 그러다보니 성적 경쟁력이 떨어질까 걱정하여 꼭꼭 숨겨두었던 소중한 강의 요약본까지 동기 전체에게 공개해 적지 않은 친구들에게 고맙다 소리를 들었단다.
내과학회가 중도에 장학금을 끊어 먼저 배신하지 않는한 자기가 먼저 내과를 배신하는 일은 없을거란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딸 아이의 선택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기로 한다. 성자인 아빠의 삶을 강요하기도 싫었지만 온전히 세속적 꿈을 향해 뛰게 하는 것도 꺼림했는데 스스로의 선택으로 가풍을 계속 이어가니 너무 잘된 일이라는 환호까지 찾아온다. 행복한 현재를 바탕으로 더 행복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면 인간은 평생 행복할 수 있다. 반면 돈과 권력을 기반으로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희생하는 삶은 인간의 채워지지 않는 욕망때문에 언제 행복해질지 알 수가 없다. 커다란 성공을 하더라도 그들 대부분은 영원히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부모까지 서울로 오게 만든 우리 딸의 큰 꿈은 가장 실력있는 의사가 되어 환자들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것이지 사람들의 허영이나 부추기는 과를 골라 큰 돈을 버는데 있지 않다.
마음 자세가 이러하니 우리 딸은 대한민국 내과의 최고봉이 될것임에 틀림이 없다. 내가 건강과 마음 관리를 아주 잘해주고 있으니 의사가 되기 전에 좌절하거나 나처럼 직업에서 일찍 쫓겨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 딸이 전문의가 되고 난 후엔 또 참된 봉사를 위하여 의사가 부족한 지방으로 내려갈 수도 있겠다. 손주는 내가 대입까지 키워주면 서울에서 키우든 지방에서 키우든 전혀 차이가 없다.
첫댓글 벌써 손주 대입까지 대책 완료!
행복하시겠어요. 열심히 살아 가려는 식구들이 있어서.....
부럽습니다.
하도 커다란 풍파를 겪으며 살다보니 미리 미리 대비하는 습관이 생겨버렸습니다.
건강을 지키면서도 성공하는 유일한 방법은 미리 미리 조금씩 준비하는 것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