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중학교 교과학습 진단평가가 1000여명의 학생들이 시험을 거부한 가운데 31일 실시됐다. 시·도교육청이 시험 거부 교사들에 대한 중징계 입장을 밝혀 대규모 교원 징계 등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가 일제고사를 반대하고 체험학습을 안내한 122명의 교사 명단을 전날 공개한 것과 관련, 학생들의 시험 참여도에 따라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전교조가 공개한 122명 중 진단평가 대상인 초등교 4학년~중학교 3학년을 담당하는 교사는 모두 41명이다. 시교육청은 이들이 '직무 수행시 공무원은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영기 교원정책과장은 "체험학습을 안내해 조직적으로 시험 거부를 유도하고 실제 시험 거부가 이뤄졌다면 해당 학교장이 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며 "인원에 상관없이 원칙에 어긋났다면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진단평가에는 서울 65명, 경기 119명, 전북 147명, 충남 131명 등 1000여명의 학생이 체험학습을 이유로 시험을 거부했다. 시·도교육청은 모두 무단결석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체험학습을 신청하지 않고 병결처리 등의 방법을 이용해 시험을 보지 않은 경우도 있어 실제 응시 거부생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평등학부모회·참교육학부모회 등이 주최한 체험학습에는 1400여명이 참여했다.
전남 담양 습지에서 체험학습을 한 광주 ㄱ초등교 학부모 김모씨(43)는 "학교 측에서 체험학습에 참여하지 말라는 전화를 수차례 해왔지만 아이도 불참을 원해 참여하게 됐다"면서 "학생의 정당한 선택을 범죄로 보려는 교육계의 시각이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자연휴양림 체험학습에 참가한 신모양(11)은 "봄나물을 캐며 야외학습을 하니 학교에서 시험보는 것보다 훨씬 뜻깊었다"고 말했다. 이번 시험을 두고 시험 관리 등 진행이 엉망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ㄷ초등학교에서는 시험 보기 전날 OMR카드 작성법을 익힌다는 이유로 시험에 출제된 문제를 사전에 배포해 물의를 빚었다. 울산의 중학교 2곳은 시험 전날인 30일 전교생이 수학여행과 수련회를 떠나 전수평가 취지를 무색케 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수학 교사는 "아무리 학생의 학력수준을 진단하겠다는 시험이라지만 곱셈을 아는지 모르는지를 묻기 위해 예산과 행정력을 이처럼 낭비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부진아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면 담임 교사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