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이야기
강현미
아버지는 직장을 그만두고
우리 가족은 서울 변두리로 이사를 했다
솜씨 좋은 엄마는 아이들 옷을 만들어 입혔고
할머니는 어미 새처럼 고모 네를 오가며 물건을 물어왔다
경쟁하듯 밥을 먹는 우리 사 남매
나는 초등학교 앞, 솜사탕 구름을 쉽게 사 먹지 못했고
아버지는 좀처럼 구름을 잡지 못했다
어느 날, 우리 집은 꼭대기 집으로 상승을 했다
아버지는 하늘이 가까워졌다며 좋아했지만
학교를 가려면 한참 하산을 해야 했다
엄마는 미싱사로 취직해 구름 같은 솜이불을 박음질했다
할머니는 구름 위에 앉아있는 부처님께 빌고 빌다,
숟갈 하나 들고 고모네로 가 돌아오지 않았다
밤이면 아버지는 마당 평상에 앉아 구름 과자를 연신 피워댔다
몇 년이 지나 떠돌던 아버지는 하강을 했지만
의정부 집으로 내려앉았다
이사 온 첫날밤, 나는 깜깜한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흘러내리는 눈물에 어둠이 섞여 들었다
어둠 사이로 고개를 내민 달 주위에 달무리가 번졌다
비가 올지 해가 뜰지 알 수 없는 내일이었다
달빛 고양이
강현미
밤보다 더 까만 고양이
채반에 널어놓은 생선을 물고 달아난다
그믐처럼 눈이 어두운 노인은 속수무책,
꼬리가 사라지는 담 위를 망연히 바라본다
처마 밑에 다다라
허겁지겁 채우는 허기
잔금이 가는 고요한 골목길
길바닥은 위험해!
외줄 타듯, 유연하게
아슬아슬하게
꼬리를 세워 밤 위를 걷는다
틈이 없는 담
틈이 없는 도시
멀리 반짝이는 불빛을 바라보다,
까무룩 잠이 들고
자다 깨면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고
달빛에 물드는 도시의 밤
공원으로 향하는 밤 고양이
벤치 위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는 노숙자
달빛에 드러난다
달빛 고양이가 되었다
첫댓글 시 올리느라 수고하셨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