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을 헌화로를 지난다.
얼마 전에는 아침 마다 애견 데니를 데리고 산책을 하기도 했고, 심곡항에 집을 얻고 금진항 횟집으로 아침 저녁으로 밥 얻어 먹으러 가야하고, 농사 지으러 수시로 옥계로 나갈 수 밖에 없는 처지이고 보니 헌화로는 내가 하루 중 가장 드나드는 길이 되고 말았다.
처음, 강릉 시내에서 이곳으로 이사를 와서 헌화로를 지나면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파도가 없는 잔잔한 날에는 바다가 다정했고, 파도가 맹수처럼 화가 난 날에는 그 카리스마에 반했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헌화로의 매력은 각각이었다.
요즘 헌화로 절벽에는 보라색 진달래가 한창이다.
문득, 경국지색 절세미인이었던 수로부인이 생각이 났다.
강릉태수로 부임해오는 순정공의 아내였던 그녀는 대단히 공주병 환자였던가 보다. 아마, 때는 봄날. 가마에서 내려 잠시 쉬면서 절벽의 진달래가 탐나서 누군가 꽃을 따달라고 요청을 했을터.
팜므파탈 미녀에게는 그러한 시건방 정도는 충분히 용서가 될법도 하고 그래서 그녀는 모든 남자가 떠받드는 공주병 환자가 되는 것은 당연할 것.
소를 끌고 가던 지나가던 노인네가 잽싸게 꽃을 따다 그녀에게 바쳤다는데, 아무래도 그 노인네는 대단히 여자를 밝히거나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다고 추측이 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예쁜 여자는 사내들이 그냥 두지 못하나 보다.
급기야는 해룡이 그녀를 납치했고, 꽃을 바쳤던 그 노인네는 다시 한번 그녀를 위해 맹활약을 한다.
동네 사람을 모아 놓고 구지가를 부르며 거북이에게 그녀를 돌려 달라고 부탁을 했고, 그에 감동한 용이 그녀를 다시 보내주었다.
그런데, 왜 용이 그녀를 납치했는데 거북이를 불렀을까?
여기서 노인네의 행동을 한번 집어보자.
꽃을 바친 행위는 성행위를 하고 싶다는 은연 중 표시이다. 그리고 거북이는 남성의 성기를 상징한다. 아마, 그녀의 미모에 반한 성기가 대단히 크고 힘 좋은 사내가 그녀를 납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때는 한창 봄이 무르익어가는 4월이다.
진달래가 만발이고. 헌화로에서 나는 요즘 수로부인의 미색에 반한 온갖 사내들의 정액 냄새를 맡고 있다.
아무래도 나 역시 그녀를 사모하는가 보다.
아! 4월의 진달래여! 수로부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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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입니다. 헌화로 심곡항 금진항 그리고 봉화마을, 그리고 옥계 북동분교에서의 농사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