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수염# Welcome to pet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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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다녀와! 형윤이 오면 잘 말해둘게 언니! 히힛^ㅇ^ "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발걸음을 떼는 언니의 뒤에대고
손까지 흔들어주면서 잘가라고 외쳐주었다.
이렇게 형윤인가 뭐시기의 이름까지 대가면서 인사하지 않는다면
언니는 농장에 가는것을 포기하고 내게 달려들어
형윤인가 뭐시깽이를 보고가겠다고 떼쓸지도 모르는 일-_-;;!
" 언니! 왜 자꾸 돌아봐!! 얼른 가 얼른!! "
이렇게 온몸을 불사르며 혼신의 힘을 다하건만
아직도 버스정류장을 향하는 이 길목을 벗어나지 못하는 언니는
계속 뒤를 돌아보면서 서운해하는듯했다.
활짝 웃으며 아직까지도 손을 흔드는 내 몸짓과는 달리
낮게 욕을 내뱉는 정신세계!! 이런, 큰일날소리!
그나저나 어쩌나..
언니한테 형윤인가 뭐시깽이한테 연락해둔다고 철썩같이 약속했는데
전에도 밝힌바와 같이 난 형자 돌림 형제의 번호를 모른단 말이다.
언니를 웃으며 보낼때에는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난관에 부딪혀 버렸다.-_-.
여기서!! " 언니한테 전화하면 되잖아~ 너 X신이냐? " 라는 위험한 발언을 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만약, 내가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면... 의 상황을 가정하여 보겠다.
이건 어디까지나 가정이므로 " 쟤 미쳤나봐!!~!! 어머어머! " 이러면 죽는다-_-+
..... (가정이다!! 가정! )
도저히 형자 돌림 형제들의 번호를 찾을 길이 없는 나.
어쩔 수 없이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떨리는 손길로 언니의 단축번호를 지긋이 눌러준 후
컬러링없이 평범하게 신호음만 가던 전화는 언니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대화의 물고를 텄다.
" 인애야? 왜? "
마치 내가 전화해주기만을 기다렸다는듯이 (사실대로 말하면 날 잡아먹을듯한 목소리)
대답해주는 고마운 언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훔쳤다.
" 언니... 형윤이 전화번호를 모르겠어... 알려.. "
내가 도움요청을 다 하기도전해 끊겨버린 전화
친절히 형자 돌림 형제의 번호를 가르쳐주리라 굳게 믿었던 언니의 목소리대신에
뚜뚜거리는 처절한 멜로디만이 나를 반기어주었다.
뒷끝없이 끊겨버린 전화에 대한 불안감을 수습하지 못하고있는 나에게
갑자기 들이닥친 괴한..!! 이 아니고 땀 범벅이 되버린 언니!!
눈앞에서 일어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나는 입이 떡 벌어진채로
시계를 살피었으나 전화를 끊은 뒤 불과 10분 정도 지난 시간이었다.
마치 도마위에 올려놓은 활어회를 연상케하는 언니의 헐떡이는 모습에
아주 잠시, 진짜 잠시, 정말 잠시만 침을 꼴깍 삼키고 =_-;; 천천히 질문을 던져주었다.
" 언니. 이게 왠일이야? "
" 헉헉... 헉... 잠...잠시만... 헉헉.... "
언니의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굵은 땀방울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사람이 마음먹으면 안되는 일이 없다는것을 깨닫는 내 모습.
" 언니, 농장은..? "
" 헉헉.. 형윤이..전화번호..알려줄게..헉헉..꼭..전화해..헉... "
가슴을 움켜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끝까지 눈을 반짝이며
형윤이와의 연락을 기리는 언니의 모습에, 난 다시금 가슴이 찡해졌다.
하지만 언니는 극도로 빠르게 뛰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한채
그대로 쓰러져버리고.. 난 언니의 경직된 주검을 바라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
( 가정은 끝났어!!!!!!! )
생각만해도 아찔한 경험이었다.-_-.
언니라면 충분히 저런 상황을 연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기때문에
섣불리 언니에게 전화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연락을 포기하자니 나중에 언니가 내게 따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이러나 저러나 끔찍한 미래가 상상되기에 안절부절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렸다.
벗뜨-_- 나는 장사하는 사람이므로 절대로 오는 손님을 마다할 수 가 없었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 나를 깨우는 종소리와
미친듯이 짖어대는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살짝 흘린 침을(생각에 잠겼었다며-_-;;!!!) 빠르게 닦아내준뒤에
언제나 그렇듯이 영업용 왕 활짝 샤라라~* 꽃미소로 손님을 맞이했다.
" 어서오세요- "
" 저기.. 강아지 한마리 볼 수 있을까요? "
나의 가식적인 영업용 미소를 오늘 최초로 맞이하신 손님은..
정말 의외였다. 그 분은 깔끔한 양복차림의 중년 남성이었다.
" 네. 물론이죠! 이쪽으로 와보세요. 종류도 많답니다! "
내 말에 싱긋이 웃으신 아저씨는 내 안내에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셨다.
강아지들이 무리지어 있는 곳으로 오는동안
고양이들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꽤 시끄럽게 울어댔는데
아저씨는 한번도 찡그리시거나 하지 않으셨다.
보통, 우리 가게에 잘 오시지 않는 연령층인데다가
동물을 좋아하시는 분 같아서 왠지 특별한 기분이 들었다.
" 특별히 원하시는 종류 있으세요? "
" 딸 아이한테 선물할거라서.. 아가씨가 추천 좀 해줘요.. "
" 아~ 따님 나이가?? "
내 질문에 잠시 고개를 떨구시던 아저씨는 금새 웃음지으시며
대답해주셨다. 아주..천천히-
" 열다섯이지. "
왜 그 말씀을 이렇게나 어렵게 꺼내시는지 모른채
웃으면서 말했다. 그것도 매우 밝게
" 와- 사춘기겠네? 아니에요? "
" 잘.. 모르겠네.... 못 만난지 몇년이나 되었으니.. "
" 아... 예.... "
차마 뒷말을 잇지못한채 어떤 녀석을 보내드릴까하며
건강상태도 체크해보고 눈으로 털길이도 재보고 있었다.-_-;
열다섯. 한창 사춘기를 겪고있을 여자아이가 주인이라고 생각하니
나의 어렸을적을 떠올리면서 그때 내가 가장 좋아했던 녀석을 찾고있었다.
" 아가씨도.. 학생이지? "
" 어, 어떻게 아셨어요? 히힛- 저는 열일곱살이에요. "
아저씨와 대화하면서 집에 계신 아버지가 문득 생각났다.
처음에 가게한다고 집 나오는거 허락받으러 갔을때
아직 나이도 안찬 나한테 맥주 따라주시면서 해주신 말씀들-
내가 너 키웠던 것처럼 사랑하라고,
할아버지 처럼 사랑하라고,
언제나 사랑하라고,
힘들면 언제든지 다시 돌아오라고...
학교마저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나한테 회초리한번 안 드시고
따뜻하게 안아주시던 아버지.... 우리 아버지...
시츄 한마리를 붙잡고선 부동자세를 유지하면서
나 혼자만의 세계로 빠진 나를 흔들어주신건 고맙게도 아저씨였다-_-;;
" 학생, 괜찮은가? "
" 아- 예... "
" 그리고, 아까 말 못한게 있는데
우리 애가 서울에 살고있어 그 삭막한곳에서 키울 수 있는
건강한 강아지로 골라주었으면 좋겠는데... "
내가 나올때 나를 보듬어주시던 아버지가 생각나서
끝내는 코끝이 찡해지면서 고개를 돌려야했다.
" 잘 됬어요 아저씨!
이 녀석은 포메라니안 종에 암컷인데요
되게 도도하고 우아하고.. 몸집도 작거든요? 빗질만 많이 해주면 잘 크는녀석인데
애교도 많아요, 딱 좋겠죠? 따님께서 좋아하시겠죠? "
아저씨께 설명하는 내 목소리가 최대한 떨리지 않게
최대한 침착하게 말을 해나갔다. 다행히도 아저씨는 눈치채지 못하시고
허허 웃으시며 좋아하셨다.
" 아가씨는 우리 딸 아이랑 많이 닮은것 같아- 고마워 "
" 뭘요, 사료나 장난감같은건 서울에서 사는게 더 좋겠어요
그 녀석만 입양해 가세요 아저씨 "
" 그래, 고마워요- "
강아지 녀석을 품에 안으시고 웃으셨다.
아마도 나중에 이 강아지를 품에 안고 웃을 딸을 생각하고계신것 같았다.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를 나눈 후 가게문을 열고 나가시는 아저씨의 뒷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 아저씨께 꼭 이 말씀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곧이어 나도 따라 나갔다.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는데 큰길로 빠지는 길에 아저씨의 뒷모습이 보였다.
" 아저씨!! 아저씨!! 잠시만요!!! "
아까 언니의 모습을 상상했던게 현실로 일어나기라도 한듯이-_-;
내 모습도 한마리 활어회같았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겨우겨우 아저씨를 붙잡고-
어리둥절해 하시는 아저씨께 말씀 드렸다.
" 아저씨! 꼭 딸한테 이 강아지 주실때요..
아저씨께서 따님을 사랑하는것 처럼 사랑해주라고 말씀하세요!
꼭이에요!!! 아셨죠...? "
아저씨는 그런 내 모습에 살짝 웃으시더니 고맙다고 하셨다.
아버지께서 내게 해주셨던 그 말을 아저씨께 다시 전해드리고 가게에 돌아왔다.
아빠... 동물 사랑하는것 만큼이나 예쁜 사랑도 있더라..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것도 많이 예쁘더라 아빠... 우리 아빠....
........... 라고 멋있게 분위기 잡고있는데 산통을 깨는 전화벨소리!!
요란스럽게 울려대면서 끝까지 끊어지지않는 벨소리에 잔뜩 짜증을 내며 수회가를 들었다.
" 네, 고양이 수염입니다! "
" 인애니? 언니야- 저기.. 전화했어..? "
" 아, 아니 미안 언니-_-; 손님이 오셔가지고.. "
" 응... 알았어...천천히 해도 되.... "
아쉬움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로 전화를 끊은 언니.
대체 천천히 하라는거야 말라는거야-_-;;
전화번호를 뒤적거리고 혹시라도 스토커녀석이 오려나 출입문도 빤히 쳐다보았지만
감감 무소식이였다.-_-
뭐, 언니가 천천히 하라고했으니 그래도 되겠지... 하면서 마음 놓고있는 새
언니는 저 위에랑 똑같은 말을 10분 마다 한번씩 전화해서 해버렸다.
결국 10번째 통화까지 해버린 나는 극도의 짜증과 신경질로
이번에는 언니에게 정확히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11번째로 벨이 울리는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 인애야.. 언니야.. 전화는? "
" 언니가 해버려!!!!!!!!!!!!! "
그뒤로 언니는 전화를 걸어오지 않았다.
오늘의 교훈!
사랑을 하려면 집착이 필요하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중편 ]
( 고양이 수염 15 )
꼬깔콘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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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3.08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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