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김해운동장에서 벌어진 김해시청-창원시청전.'경남더비'로 흥미를 끌었다. |
내셔널리그에서 짜릿한 '더비 문화'가 꽃필 수 있을까.
'더비'는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하는 팀들간의 대결이다. 미묘한 라이벌 관계는 축구 경기의 흥미를 부풀린다. 영국에선 아스널과 토트넘의 '북런던 더비'나 풀럼과 첼시의 '서런던 더비'가 유명하고, 이탈리아에는 인테르 밀란과 AC밀란의 '밀란 더비'가 잘 알려져 있다. K리그에서는 수원삼성과 FC서울의 '수도권 더비'가 한국 프로축구계의 '더비'로 자리잡고 있는 분위기다.
19일 김해운동장에서도 신선한 가능성을 품은'더비 경기'가 벌어졌다. 내셔널리그 3라운드 김해시청-창원시청전이다. 김해시청은 올해 2월 창단됐고, 창원시청은 내셔널리그 4년차. 한 쪽은 갓 태어난 신생팀이지만 양 팀은 지리적인 조건때문에 단번에 라이벌로 부상했다. 양 팀 홈구장인 창원종합운동장과 김해운동장의 거리는 불과 27km. 자동차로 30분이면 간다. 양 팀은 더비가 형성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다. 김해나 창원이나 경상남도의 도시다. 내셔널리그의 '경남 더비'가 탄생한 셈이다.
◇47만 김해 시민과 50만 창원 시민
산자락에 위치한 김해운동장은 아름다웠다. 시설도 놀랄만큼 깔끔했다. 1만 4천석 규모의 종합운동장이지만 그라운드와 관중석이 가까와 경기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날 관중은 약 1300명, 공교롭게도 김해 최대의 축제행사인 제32회 가야문화축제의 성대한 개막 첫날이라 축구장에 올 관중이 적어졌다. 박양하 김해시청 감독은 "김해가 축구에 대한 열정이 많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첫 홈경기에도 1200명 정도 왔다. 박 감독은 "오늘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가야축제와 기간이 겹친게 아쉽다"면서도 "홈경기를 2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다른 지역보다 내셔널리그팀으로서 관중 가능성이 많다.축구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기 때문"이라고 자랑했다.
47만 인구의 김해와 50만 인구의 창원의 관계가 재미있다. 인구수와 경제규모 모두 비슷한 두 도시는 축구에 있어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김해는 중소기업들이 많은 도시이다보니 직장인 축구팀이 유독 많다. 조기축구회나 동호회팀이 무려 300개나 된다. 회원이 7000여명이 넘는다. 창원은 경남축구협회가 있는 곳이라 또 축구세가 강하다. 게다가 프로팀도 있다. 경남FC의 홈구장인 창원종합운동장은 창원시청의 홈구장이기도 하다. 이런 연고도시를 가진 양 팀의 라이벌 구도가 살아나면 흥미진진할 것이다. 아직 내셔널리그에 원정 응원문화가 적지만 30분 거리인 두 팀 경기에 언젠가 수백명의 원정응원단이 서로의 홈구장을 방문하는 날도 올 수 있지 않을까. 이날 본부석 건너편에 앉은 창원시청의 응원단은 서른 명 정도. 김해시청의 송재철 사무국장은 "오늘은 상대 원정응원팀이 적었지만 창원종합운동장 원정경기 때는 김해 응원하는 관중들이 많이 올 것.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김해시청 서포터 "축구야 축구야 머리를 내놓아라"
올해 2월 팀이 창단되면서 이 지역 학생들이 중심이 돼 서포터 '구신(龜神·Ghost Turtle))'이 만들어졌다. 회원은 38명. 고등학생과 대학생 위주다. 경남FC 홈경기를 챙겨 보던 친구들이 주축이 됐다. 김해는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로 시작하는 '구지가'의 고장이다. 구지가의 배경설화의 무대가 바로 과거 가락국의 수도였던 김해인 것. 구지가에서 착안해 서포터 클럽이름을 지었다는 구신의 윤희열(25·부산대) 회장은 "아직은 거의 평소 축구하기 좋아하는 학생들이고 일반인 서포터는 없지만 이제 늘어날 것"이라면서 "이번이 두번째 홈경기인데 한번 홈경기할 때마다 응원가 3개씩 즉석에서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창원시청과 홈경기에는 가야문화축제때문에 학생들이 많이 빠져 10명 남짓밖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날 김해시청 티셔츠를 입은 금발머리의 외국인 여성 서포터가 눈길을 끌었다. 자신을 미국 프로축구 2부리그인 포틀랜드 팀버스의 서포터라고 소개한 카리 스페이글스(회계사)씨는 로터리 장학금의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한달여 경남 지역을 순회했는데 이날 김해에서 축구경기가 열리는 것을 알고, 구신 회원들을 찾아와 즉석에서 팀 저지를 사입고 함께 응원했다. 다음주면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그는 "2001년에 포틀랜드 팀버스 서포터들이 몇십명으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천명이 넘는다. 그 때 생각이 났다"라면서 "김해시청의 이 친구들도 나중에 같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해운동장에서 만난 김해시청 서포터 '구신'. |
◇열띤 경기, 더비 문화의 첫 출발
2연승을 달리는 창원시청과 1승1무를 기록한 김해시청. 양팀 다 무패행진을 이어가기 위해 야심차게 맞붙었다. 창단팀은 김해시청은 홈경기라 이를 악물었고,이미 내셔널리그 4년차인 창원시청은 자존심을 내걸었다. 경기 전 경기감독관은 양팀 감독을 불러 "거친 경기를 자제하고 친선경기처럼 치르자"고 말했지만 양 팀 경기는 격렬했다.
초반부터 골찬스가 꽤 많았다. 창원시청은 이익성과 최명성이, 김해시청은 추운기와 윤원철이 앞장서 상대 골문을 두드렸지만 첫 골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전반 막판이 됐다. 김해시청 추운기의 화끈한 중거리슛이 골문 오른쪽으로 벗어나자 관중석이 후끈 달아올랐다. 선수들도 사기가 올랐다. 곧이어 전반45분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이영수의 크로스를 받은 추운기가 골지역을 동물적으로 파고들어 날린 슛을 골키퍼가 간신히 쳐냈지만 윤원철이 다시 밀어넣었다. 이날의 결승골이었다.
후반 들어 경기는 더 격렬해졌다. 만회골을 향한 창원시청의 공격도 날카로왔고, 김해시청의 대응도 만만치 않았다. 후반 16분 창원시청 김준태의 프리킥이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그러다 인저리 타임 막판이 됐다. 창원시청 최명성의 크로스를 받은 김영중이 발리슛을 작렬했지만 아쉽게도 아슬아슬하게 골문을 벗어났다. 이날 경기는 1-0 김해시청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양 팀 첫 대결은 거친 장면도 있긴 했지만 흥미진진한 공격 맞불로 '더비'의 가능성을 열었다. 8월30일 창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릴 맞대결에 대한 기대감을 남다르게 했다.
첫댓글 진주 마산도 끼여야될텐데 ㅋ
이런 기사 보면 내 지역이 아닌데도 너무 훈훈해~ㅋ
창원시청 졌네ㅠㅠ여기에 마산도 끼면 정말 좋은데...부산-김해-창원-마산...부산에서 마산까지 1시간 이내 거리에 4팀이ㅋ
남의 서포팅곡을 그대로 가져가서 가사도 않바꾸고 사용하는 이상한 서포터...귀신.../경남지역에 은근히 팀이 많이 생기고 있는듯ㅋㅋ 좋은 조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