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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리스트에서 골라 듣는 재미 학창 시절의 나는 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 아니었다.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 면서 공부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아빠에게 말씀드렸더니 아빠는 '뇌가 큰 사람'은 뇌 전체에 소리가 울리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며 머리가 좋아서 그렇 다고 설명해주셨다. 나는 진짜 그런 줄로 믿고 그 뒤로 꽤 오랫동안 음악 없이 무 미건조하고 퍽퍽한 일상을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메마른 날들을 음악이 듬뿍 적셔준 사건이 생겼다. 유치원에 아들을 데리러 간 길이었다. 앞마당에 주차하고 현관문을 밀고 들어가자 선생님 이 아들을 데리고 나오셨다. 아들은 어깨에 빨간색 유치원 가방을 메고 손에는 바람개비를 든 채 운동화를 신었다. "엄마, 들꽃이 있어" 하는 아들의 말을 대수 롭지 않게 들으며 “응. 들꽃이 있지?"라고 대꾸하고는 옆에서 기다렸다. 신발을 다 신은 아들의 손을 잡고 나와 차에 올라탔다. 카시트에 앉으면서 아들이 또 말했다. "엄마, 들꽃이라는 게 있어." "응, 들꽃이 있지." "빨리 틀어봐." "응? 들꽃을 어떻게 틀어?" "아니, 빨리 틀어봐." 꽃을 틀 라는 알쏭달쏭한 말만 반복하는 아들이 조금 답답해졌다. "아니, 준서야. 들꽃을 어떻게 틀어? 들꽃은 밖에 있잖아." "그런 게 있으니까 빨리 틀어줘." "뭔지 알아 야 틀어주지. 들꽃이 뽀로로 같은 거야? 노래야 아니면 책이야?" 노래라는 아들 의 대답을 듣고 인터넷에 검색해봤더니 <들꽃 이야기>라는 제목의 동요였다. '깊은 산속에 들꽃 한 송이 / 바람 타고 날아와 외롭게 피어있죠 / 아기 다람쥐 살짝 다가와 / 작은 꽃잎 흔들면서 인사하네요 / 햇살 내린 어느 날, 노랑나비 한 마리 / 하늘하늘 날아와서 저 산 너머 꽃동산에 / 그리운 엄마 소식 전해주 고 가네요. / 예쁜 바람아 살랑 불어와 / 나의 향기 엄마 곁에 전하여주렴.' 카시트에 앉아 노래를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던 아들은 '그리운 엄마 소식 전해 주고 가네요' 이 부분이 좋다고 했다. 나도 그 가사에서 코끝이 시큰해졌다. 똑같 은 가사에서 똑같이 슬퍼질 때, 같은 그림을 보고 같이 좋다고 말할 때, 말하지 않아도 소중한 이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문득 행복했다. 동요를 좋아하던 아들은 언젠가 "엄마, 이 노래도 좋아" 하며 애니메이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의 레퀴엠을 들려주었다. 그 멜로디가 흐르기 시작하자 가슴속 깊은 곳까지 물수제비가 잔잔히 번지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새롭게 만난 음악에 마음이 끌릴 때마다 한 곡 한 곡 추가한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는 제법 풍성해졌 다. 하지만 성글게 뜬 그물망 같기도 했다. 채워진 곡은 많지만 기분이 좋을 때, 마음이 울적할 때 무슨 음악을 들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내 기분과 상황 에 딱 들어맞는 음악을 찾는 데 시간을 허비하기 일쑤였다. 음악 고르는 능력이 없는 내가 '밑미'에서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음악 리추얼' 프로그램을 찾은 건 행운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이끄는 멘토 정혜윤은 장소별로, 일상 속 행동별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든다. 음악을 마치 향수처럼 활용해서 기분 을 한층 끌어올리는 데 탁월한 사람이다. 그는 아침에 일어날 때 지브리스튜디오 의 <마녀 배달부 키키> OST 중 <바다가 보이는 마을>을 듣는데, 스마트폰에서 기상 시간에 맞춰 자동 재생되도록 세팅하고 아침마다 그 곡을 듣는다고 한다. 나는 이 곡을 달리기 할 때 들어보았다. 멜로디를 들으며 팔을 양쪽으로 뻗고 내 리막길을 달리면 길이 꼭 바다처럼 느껴졌다. 키키 옆을 활공하는 갈매기가 된 기분으로 더 자유롭고 힘차게 내달릴 수 있었다. 그 뒤로 내가 좋아하는 여러 곡 이 하루 일과의 배경음이 되어주었다. 글을 쓸 땐 유키 구라모토의 <로망스2>를 들어야 진도가 쭉쭉 나가고, 집안일이나 본업을 할 땐 클래식을 들으며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내 일상 속 음악은 마치 향신료 같다. 샐러드 위에 그라인더로 간 후 추를 뿌리면 맛이 한층 풍부해지듯, 음악이란 재료를 일상에 더하면 사는 맛이 훨씬 풍성해진다. 어떤 음식을 만나면 그 음식과 얽힌 과거의 일이 생생히 되살아나듯 음악도 종종 나를 과거의 한 순간으로 데려다주곤 한다. '당신은 모르실 거야. 얼마나 사랑 했 는지. 세월이 흘러가면은 그때서 뉘우칠 거야.' 이 노래를 들으면 나는 엄마의 전 축 앞으로 순간 이동한다. 엄마는 고장 난다며 손도 못 대게 하셨지만, 엄마가 외 출하면 조심스레 LP를 꺼내 턴테이블 위에 놓고 바늘을 올렸다. 지직거리는 소 리가 나면 식은땀이 났고, 가끔 톤암이 길을 잘 찾아 노래가 제대로 흘러나오면 동생들은 날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곤 했다. 가끔 내가 '나 거기 서있을게요' 하고 흥얼거리면 엄마는 어린애가 무슨 그런 청 승맞은 노래를 좋아하냐고 했다. 난 방향을 살짝 틀어 '청승'을 '서정(抒情)'이라 표현하고 싶다. 들리는 대로 보이는 대로 온전히 느끼는 것. 음악을 통해 감수성 을 짙게 물들이면 나를 감싼 일상이 촉촉해진다. 오늘 아침은 법정 스님이 좋다 고 하신 <Sonnet of Fountain>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글 정재경(에세이스트 겸 리추얼 멘토) ☆ 기분과 상황에 맞는 음악감상 루틴 ☆ · 좋은 음악을 발견했을 때 제목을 기록해둔다. · 운동용, 공부용, 업무용, 기분 전환용 등 용도별 플레이리스트를 만든다. · 음악에 따른 집중도를 체크해 플레이리스트를 계속 업그레이드한다. |
Season Sokbaengjok (OFFICIAL MV) New Christmas and new year song || - Benika Sang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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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다녀갑니다
안녕하세요
沃溝서길순 님 !
오늘도 고운 멘트주셔서
감사합니다 ~
2월의 새로운 한 주
설레임과 기쁨으로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좋은글 다녀갑니다
반갑습니다
사랑천사 님 !
다녀가신 귀한 걸음
감사합니다 ~
오늘도
즐거움 가득한
행복한 하루보내세요
~^^
좋은글 감사 합니다
안녕하세요
동트는아침 님 !
소중한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늘도
여유와 웃음으로
멋진 하루보내세요
~^^
맞습니다.
힐링에 음악만한 것이 없죠.
월요일 오전에 올려 주신 글, 고맙게 잘 감상합니다...망실봉님!
저도 음악을 참 좋아한답니다.
글을 쓰거나 詩를 인터넷에 올릴 때도
배경음악을 어떤 것을 선정해야 하나 하며, 이것 저것 뒤져 볼 때도 아주 많습니다.
망실봉님도 잘 아시다시피,
글에다가 어떤 배경음악을 깔아 넣는 것에 따라 모든 감성 &효과가 180도로 바뀐답니다.
에세이스트 정재경님의 글에 아주 동감합니다.
고맙게 잘 읽으며 머물렀습니다.
이번 주는 설명절 연휴가 있습니다.
토요일이 설날이지요.
많이 분주한 한 주가 되겠습니다.
건강하고 즐거운 한 주가 되십시오.
다녀가신 고운 걸음
고맙습니다 ~
바다고동 님 !
음악을 좋아하신다니 저와
비슷한 취향인 것 같아요 ~
간밤에 향적봉에 눈이 마니
내려, 이번 연휴기간
탐방객들로 엄청
분빌 것 같습니다 ~
바다고동 님도
짬을 내어 눈꽃 세상
한 번 보러오세요 ~ ㅎ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플레이리스트에서 골라 듣는 재미
감사히 즐감 합니다
고맙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