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정옥은 잘 몰라도 가을이 오면 많은 분들이 그녀가 부르는 <숨어 우는 바람 소리>를 듣거나 노래방에서 많은 중년 여성들이 이 곡을 즐겨 부르곤 한다.
<숨어 우는 바람 소리>는 2000년대 후반까지 '한국인이 좋아하는 발라드곡 TOP 100'에 들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이정옥은 짧은 가수 생활을 마무리 한 뒤 결혼과 함께 청주로 떠난다.
제목 자체가 여성적 감성을 자극하는데다 서정성 짙은 가사와 이정옥의 맑고 깨끗한 목소리가 가슴을 적시기에 처음 듣는 사람이라도 누구의 노래인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전남 구례가 고향인 이정옥은 부모님을 일찍 여의면서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가수의 길로 나선다. 1980년대 중반 클럽에서 활동하다 그룹사운드가 활황이 되자 고향 선배들과 상경하여 밴드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주)유공에서 발매하는 가요테이프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와 작곡가 김욱씨의 연습실에서 녹음작업을 하며 인연을 맺게 되지만 영문도 모른채 그녀의 앨범 발매는 무산되고 만다.
1991년 그녀에게 MBC <난영 가요제> 출전 제안이 들어왔고 예심이 채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추억은 강물처럼>이란 곡으로 가요제를 준비하게 된다. 피아노 반주 테이프 하나만 받아서 귀로 듣는 게 연습의 전부였음에도 <대상>을 수상하게 되고 가수로 데뷔하게 된다.
하지만, 매니저를 잘못 만나 밤업소 생활을 전전해야 했고 독집 앨범을 내고도 시중 판매조차 못했다 5년이란 계약기간에 묶여 다른 사람과 일을 할 수도 밴드생활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었다.
노래만 잘한다고 가수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무대에 서는 것을 포기하려던 그녀에게 가족들이 다시 활동할 것을 종용하게 되자, 1993년 MBC 3대 가요제 중 하나였던 <신인 가요제>에 출전하게 됐고 이 <숨어 우는 바람 소리>를 불러 또 다시 대상을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두번의 대상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능력있는 스폰서도 없었고 매니저에 의상과 분장까지 혼자 해가며 방송에 출연하는 일이 힘에 부치면서 그녀의 방송생활은 흐지부지 끝이 나고 말았다.
1995년 청주로 이사한 그녀는 다시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생각에서 듀엣 <백승태와 이정옥>을 결성해 청주에서 공연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하면서 가수활동을 접게 됐다.
8년이 넘는 기간동안 가수생활을 잊고 살던 그녀는 <숨어우는 바람소리>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곡을 김연숙, 위일청 등 동료 가수들이 부르기도 했고 주부가요열창에서도 심심찮게 오르내리는 인기곡이 됐다. 다시금 노래가 하고 싶어져서 남편과 함께 상경 가경동에 <미사리 스카이라운지>를 열면서 활동을 재개하게 된다.
이정옥
김연숙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통나무 집 창가에
길 떠난 소녀같이 하얗게 밤을 새우네
김이 나는 차 한 잔을 마주하고 앉으면
그 사람 목소린가 숨어 우는 바람 소리
둘이서 걷던 갈대밭 길에 달은 지고 있는데
잊는다 하고 무슨 이유로 눈물이 날까요
아, 길 잃은 사슴처럼 그리움이 돌아오면
쓸쓸한 갈대 숲에 숨어 우는 바람 소리
둘이서 걷던 갈대밭 길에 달은 지고 있는데
잊는다 하고 무슨 이유로 눈물이 날까요
아, 길 잃은 사슴처럼 그리움이 돌아오면
쓸쓸한 갈대 숲에 숨어 우는 바람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