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낯섦
‘낯선 철학 하기’라는 과목을 수강신청하게 된 계기는 에브리 타임에서 좋은 과목이라고 익히 말하는 꿀 교양이라고 해서 신청하게 되었다. 교수님의 첫 OT 강의는 정말 인상 깊었고, 세상에 이런 교수님이 또 있을까? 싶었다. ‘낯선 철학 하기’ 이 과목의 이름처럼 중간 과제도 ‘익숙한 낯섦’이라는 주제였다. 무슨 내용으로 써야 할까 막상 쓰려고 하니 너무 막막했다. 혼자 길을 가다가 생각했다. 엄마랑 이야기하면서 생각했다. 익숙한데 낯섦 무엇일까?
문득 떠올려 보았다. 익숙함이라는 것은 조금은 슬픈 것 같기도 하다. 무언가에 익숙해져서 어느 순간 처음의 그 낯설함을 잊어버린 채 익숙해진 상황이 슬픈 것 같다. ‘익숙한 낯섦’ 이 주제가 나에게 많이 낯설지만 내가 느낀 그대로 적어 내려가 보자 한다.
#익숙한 공간의 낯설음
9월 추석에 내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이 담긴, 장소를 다녀왔다. 그곳에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뛰어놀고 먹고 모든 추억이 담겨 있는 공간이다. 지금의 그곳은 하나둘씩 변화가 되어 내가 기억하는 장소는 없었다. 학교를 마치면 매일 가던 그 매점도 어느새 편의점으로 바뀌었고, 나에겐 익숙하고 따듯했던 장소가 낯설고 새롭게만 느껴졌다. 학교 가는 길에는 항상 논과 많은 나무가 있었는데, 그곳에는 카페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사람들도 없는 마을에는 어느새 관광지가 되어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모습이었다. 항상 익숙했던 거리와 장소들이 이젠 너무 낯선 환경으로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보고, 속상하고 아쉬웠지만, 지금 아이들은 이 모습이 익숙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머리가 더 복잡했다.
#‘나’라는 존재의 낯설음
가장 익숙하면서도 낯선 존재는 ‘자신’인 것 같다. 사람들 앞에서 밝은 모습만 보이고 싶어하는 나.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예뻐 보이고 싶어서 항상 옷차림을 신경 쓰는 나, 집에 오면 한없이 어린아이 같은 모습만 보이는 나. 어디든지 환경에 적응하면서 바뀌는 자신이 낯설고 새롭다. 가끔 혼자 방에 누워있으면 자신과 이야기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누구인가? 내 주체성이 무엇인지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누군가가 나를 조종한다면? 매번 바뀌는 나의 모습이 항상 낯설다. 이런 것들이 익숙한데 낯설음의 의미인가?
#익숙한 관계 그 속의 낯설음
가족, 친구 익숙한 관계들, 처음부터 익숙했을까?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익숙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낯설음 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가족을 생각해보면, 집에 오면 나를 반겨주는 강아지 ,아침 마다 잔소리하는 엄마, 든든하게 옆을 지켜주는 아빠, 언제부터 내 옆에서 한결같이 있어 주며 편안함과 익숙함을 안겨주었을까? 생각이 든다. 어느 날 집에 혼자 있는 날이면, 그 날은 유독 집안이 낯설게 느껴진다. 항상 이런 상황들이 나에겐 익숙해진 것일까? 이런 사소한 상황들도 소중하게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친구 또한 마찬가지다. 친구도 낯설게 보면 남이다. 이런 남이 나에게 정신적으로 의지가 되어주는 관계가 된다는 것이 낯설다. 화가나 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전화로 수다를 떠는 상황을 생각해보았을 때 평소에는 굉장히 익숙한 상황이다. 하지만, 낯설게 보면 왜 ‘나는 남에게 힘든 일을 말하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익숙함에 ‘무섭다’ 라는 감정이 들었다.
#익숙한 낯설음을 끝마치며
이 레포트를 쓰면서 많은 것들을 낯설게 보기 시작하였고, 생각하였다. 내가 생각한 것들이 정말 올바르게 낯설게 보았는가? 이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보다 모든 것들이 낯설게 느껴졌고, 어디를 가도 ‘저건 왜 저렇게 생겼지?’ ‘왜 내가 이걸 먹고있지?’ 이런 엉뚱한 것들 조차 생각하게 되었고, 일상의 소중함 또한 알게 되었고, 평소에는 몰랐던 익숙함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과제를 통해 순간순간 스쳐 지나갔던 익숙한 것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첫댓글 "익숙함이라는 것은 조금은 슬픈 것 같기도 하다."는 문장이 인상적이네요. 대개는 빨리 낯선 환경에 적응해서 익숙해지려고 하니까 말이죠. 그런데 "무언가에 익숙해져서 어느 순간 처음의 그 낯설함을 잊어버린 채 익숙해진 상황이 슬픈 것 같다."고 해서 일반적이지 않은 감정을 드러내고 있어요. 이 감정은 "항상 익숙했던 거리와 장소들이 이젠 너무 낯선 환경으로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보고, 속상하고 아쉬웠지만, 지금 아이들은 이 모습이 익숙할 것이다."라고 한 것과는 상반되는 감정이예요. 그런데 "음부터 익숙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낯설음 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라는 문장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어요. "익숙함에 ‘무섭다’ 라는 감정이 들었다."는 이유도 결국은 익숙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되는 것이 무섭다는 말이지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기가 철학하기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