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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지는 금융시장…눈앞 수출 호조는 잊어야
수출 실적이 호조다. 지난 6월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였다. 134억 달러다. 무역흑자도 80억 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 9월 이후 최고치다.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약 4년 만에 월간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 호조 요인은 간명하다. 인공지능(AI)이 붐을 일으키면서 반도체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의 가격이 상승한 덕분이다.
반면 지정학적 요인들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은 불안정해지고 있다. 수출 호조에 낙관할 때가 아니다. 미국은 달러화로 국제 석유가격을 조절해왔다. 금 본위제 폐지 후 달러화는 석유 기반이 됐다. 이것이 페트로 달러(petro-dollar)다. 문제는 중국이다. 시진핑 체제 이후 중국 위안화가 조금씩 달러 패권을 잠식했다. 그 기반이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와 이란을 비롯한 중동 반미 국가들이다.
지난해 9월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 15차 정상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인도네시아·이집트 등이 가입했다. 브릭스의 경제 규모는 2020년에 이미 G7을 넘어섰다. 지난 6월 중동 석유를 위안화로 결제하는 나라가 30여개 국으로 늘었다는 소식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석유 판매를 거의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고물가, 국내 경제 활황으로 이어지면서 미국 금리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킹 달러가 계속되면서 엔/달러 환율이 지난 6월 2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161엔을 넘었다. 37년 6개월 만의 ‘사건’이다. 엔화 약세가 이 정도로 처참해지리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5.5%, 일본 기준금리는 0%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76.7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1288.0원과 비교하면 88.7원이나 올랐다. 하반기엔 1400원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엔저 현상은 우리 경제에 좋지 않다. 일본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우리 기업의 수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원/달러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올려 내수 회복에 부정적이다. 반도체 수출을 빼면 6월 국내 생산·소비·투자는 5월보다 줄었다. 더욱이 집값이 상승하면서 문재인 정부 때 악몽이 재현될 조짐이다. 금융시장은 악재보다 불확실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국의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고 지정학적 위험 요인들이 쌓이고 있다. 정부는 금융시장 안전망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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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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