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서 가장 Hot한 인물은 누구인가? 망설일 것도 없이 단연 이정효 광주 FC감독이라고 답할 것이다.
한 마디로 이정효를 평가하면, 클린스만의 반댓말이라고들 말한다. 그는 경기 내내 벤치에 앉아 있는 법이 없다. 선수들 만큼이나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르고 계속 작전 지시를 한다. 그리고 이정효는 지금껏 한국에서 누구도 해 본 적이 없는 선진적인 전술을 계속 선보인다. 모두 그의 분석과 창조적 연구의 결과물이다. 그의 지휘 하에, 연습할 곳도 경기할 곳도 마땅치 않은 가난한 시립 구단인 광주 FC는 완전히 달라졌고 리그 정상을 넘보는 최강의 팀이 되었다. 그는 1부 리그 단 1년만에, 이정효를 빼고 K리그에 대해 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태풍의 핵이 되었다. 이정효 감독의 등장으로 인해 K리그가 볼 만해졌다고 말하는 축구팬들도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이정효. 현역 시절 포지션은 풀백, 수비수였다. 은퇴 후 계속 코치 생활을 하다 40대 후반의 나이로 2022년, 2부 리그로 강등된 광주 FC의 사령탑으로 부임한다. 이정효는 그가 연구해 왔던 축구를 광주FC에 구현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모든 선수들이 회의적이었다. 비웃는 선수들조차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정효는 포기하지 않는다. 설득하고 다그치고 밀고 끌고 하면서 2부 리그 강등되어 사기도 바닥이고 재정도 빈약한 광주FC를 압도적인 1위로 끌어올려 단숨에 1부 리그로 복귀시킨다. 이렇게 해서 올라온 광주 FC가 2023년, 1부 리그에 다시 등장했을 때도 이 팀을 위협적으로 보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또 강등될 팀 1순위로들 생각했다. 그러나 작년 광주는 모든 구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단 하나의 팀이었다. 몸값 높은 선수 한 명조차 없는 광주는, 오로지 11명 선수들 전원의 유기적인 전술적 플레이로 인해 연전연승을 거두고 무섭게 치고 올라가더니 챔피언인 울산과 포항에 이은 3위로 리그를 마감한다. 입이 떡 벌어질 일이었다. 광주FC는 이제 피하고 싶은 팀 1순위가 되었다.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이정효가 추구하는 축구는 한마디로, '포지션이 없는 축구'이다. 선수들은 미드필더인데 수비를 하고 공격도 하며 공격수가 미드필더처럼 움직이고 하면서 계속 스윗칭을 한다. 포메이션도 절대적이지 않다. 광주 FC가 보여주고 있는 경기를 보면 엄청나게 다이나믹하다. 공을 잡고 있지 않는 선수들도 계속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팀에 사람들이 알 만한 유명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지만, 11명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며 공간을 찔러 들어가 송곳처럼 날카롭게 파고들어 공격한다. 이감독은 선수들과 밤낮을 함께 하며 훈련하고 다그쳐 그들을 자기 분신처럼 생각하는 사람이다. 선수들은 골을 넣으면 바로 이정효 감독에게 달려간다.
이정효의 축구를 잘 보면 늘 트라이앵글, 삼각형의 그물망을 만든다. 이 선수들 중 누구도 자기 개인기를 뽐내느나 세월 보내고 있지 않다. 공격수건 미드필더건 수비수건간에 공 잡은 선수 주변의 2명이 어디서나 공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고 받으면 다시 내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서 어떻게든 공간을 찔러 들어간다. 없다면 공간을 만들어서 들어간다. 이정효는 천재적인 축구 전술가다. 하지만, 그의 전술은 밤을 새서 세계 최고의 팀들의 경기에 대한 연구를 거듭해 혁신적으로 완성시켜 온 것이다. 광주 FC의 수비수들은 공을 잡으면 빨리 걷어내느라 급급해 하지 않는다. 이들은 오히려 공을 잡고 공격수의 압박을 유인해 낸 후 그 뒤로 생긴 공간의 동료에게 패스하면서 역습을 시작한다. 이 역시 이정효의 카운터 어택 전술이다. 이런 새로운 전술로서, 지난 한 해 광주 FC는 1부리그에서 최저 실점을 한 팀이었다.
올해도 벌써 2개의 경기가 치러졌다. 전용구장이라고는 하나 울산이나 전북 등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 부유한 구단에 비하면 형편없이 열악한 광주 경기장. 늘 축구가 외면받던 도시 광주에서 추운 날씨 속에서도 광주FC 팬덤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광주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이 팀의 팬들이 마구 늘어난다. 이들은 팀의 서포터이면서 이정효의 팬이기도 하다. 그리고 광주는 보란듯이 올 개막전 서울 FC를 2대0으로 꺾었고, 오늘 강원FC에는 4대2의 승리를 거뒀다. 광주FC의 선전은 더이상 돌풍이나 반란이란 이름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스타 플레이어 하나 없는 광주는 이미 K리그 최강의 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정효의 강렬한 임팩트도 계속될 것이다.
위르겐 클린스만을 축구협회가 영입했을 때, 해외 스포츠 외신들은 모두 한국을 비웃었다. 그들은 한국 축구가 후진적이라고 평가했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라도 이정효 감독의 전술이 구현되는 경기를 본다면 한국 축구에 대해 달리 생각하게 될 것이다.
팬들은 그를 한국의 과르디올라라고 부른다. 40대 후반 비교적 젊은 나이의 감독, 이정효는 감히 한국 축구의 미래이며 희망이라 말 할 수 있다. 나도 이정효의 팬이다. 그리고 그는 아직도 배가 고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