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사랑했던 외국 밴드는 누구일까? 이번 조사에서 비틀스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빽판이 제작된 해외 밴드로 확인되었다. 100가지가 훨씬 넘는 빽판 숫자만으로도 비틀스는 비교대상이 없는 한국 빽판 시장의 황제이다.
이들의 수려하고 실험적인 멜로디와 솔직한 노랫말, 그리고 멋진 화음과 연주의 앙상블은 세계인을 매혹시켰다. 한국인도 비틀스의 멋진 음악에 자유롭지 못했다. 1965년 빌보드 싱글 차트 4주 정상에 올랐던 ‘Yesterday’는 각종 설문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팝송으로 선정되었다. 폴 매카트니의 서울 공연 때, 모든 관객들이 떼창으로 화답했던 노래였다.
송창식, 펄 시스터즈, 키보이스 등 많은 가수들이 비틀스의 명곡들을 커버했다. 무려 9주간 차트 정상을 차지했던 ‘Hey Jude’도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100에서 빠지지 않는다. 1964년에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 영국의 5인조 밴드 리버풀 5가 경복궁에서 내한공연을 했는데 비틀스 행세를 하던 이들은 가짜로 들통 나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1964년 10월 2일자 《조선일보》 4면에 실린 '리버풀 비틀즈' 기사.
1964년 10월 2일자 《조선일보》 4면에 실린 기사.
리버풀·비틀즈 來6日 서울에 / 더펄머리…5人의 元祖 / 닷새 出演料 4百20萬원 / 一行 속엔 ‘미스·瑞典’도
〇…‘리버풀·비틀즈’가 6일 서울에온다. ‘더·비틀즈’가 4인조인데 비해 이 ‘리버풀 비틀즈’는 다섯 청년. 스티브·레인(테너·색소폰·21), 켄·콕스(기타·18), 제임스·존메이(드럼·19), 데이브·바게스(전기베이스·20), 로니·해드후트(피아노·22)의 5인조다.
지난달 27일까지 일본 동경(東京)에서열렸던 세계 ‘서핑’(파도타기) ‘퍼레이드’에 참가한 후 일주일 동안의 한국공연을 위해 내한하는 것인데 ‘리버풀·비틀즈’는 영국 ‘리버풀’시에서 태어난 ‘비틀즈’의 ‘원조(元祖)’라고 한다. ‘비틀지’의 상표(商標)라고 할 수 있는 앞머리를 늘어뜨린 묘한 ‘스타일’은 4인조 ‘더·비틀즈’와 꼭 같고 ‘기타’를 튕기며 발광적인 노래를 하는점 물론 쌍둥이 격이다.
〇…영국은 말할 것도 없고 전세계, 특히 극동의 일본 ‘하이틴’들을 못살게(?)군 ‘더·비틀즈’의 전신이 ‘리버풀’ 시내술집에서 노래하던 가수들인데 비해 ‘리버풀·비틀즈’는 5인조 중창단으로 ‘톱·싱거·콩쿠르’ 1위 입선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7일부터 11일까지 경복궁(景福宮) 안 특설무대에 서게 될 이들 ‘리버풀·비틀즈’는 서독(西獨)의 세계적인 ‘쇼·프로모터’ ‘부쯔·프로덕션’과 전속 계약을 맺고 있는데 이번 한국공연 ‘개런티’는 약 4백(百)20만(萬)원…서울 신신(新新) ‘프로덕션’(대표 朴仁淳)이 주최한다. ‘프로덕션’ 관계로 서독(西獨) 대사관이, 그리고 ‘리버풀·비틀즈’가 대영제국 국민인 탓으로 영국(英國)대사관이 각각 이번 공연을 후원하기로 되었다.
1일 하오 공보부 측의 최종적인 ‘비틀즈’ 공연허가가 나오자 주최측은 ‘아스토리아·호텔’(애당초 ‘비틀즈’측 요구는 한국NO1의 ‘호텔’을 달라고 했던 것인데 ‘반도’와 ‘조선’은 초만원이라 방이 없어 이리로 갔다는 것)에다 방 열개를 예약해놓고 대기 중이다.
〇…‘리버풀·비틀즈’와 함께 오는 일행 중엔 63년도의 ‘미스·스웨덴’으로 ‘색소폰’을 불며 노래하는 ‘잉게라·브란델’양과 ‘노르웨이’ 출신 ‘싱건’ ‘모린·드레트웨이어’양이 끼어있다. 반주는 한국의 ‘파괴’와 그의 악단. 우리나라의 ‘비틀즈’를 자처(?)하는 ‘키·보이즈’에다 ‘아리랑·시스터즈’ 등이 ‘진짜’와 공연(共演)한다. 1시간 20분의 ‘비틀즈’ 시간과 한국측 ‘프로그램’을 합쳐 공연 시간은 모두 2시간20분.
이들 ‘비틀즈’의 한국 방문은 부산(釜山)에서의 2일간의 공연도 포함해서 15일께나 끝날 예정이다.
조선일보에 실린 '영국 리버플 비틀즈 내한 공연' 광고.
당시 ‘한국의 비틀스’로 불렸던 키보이스는 이미테이션 밴드를 자청했고, ‘바니스 비틀스’라는 이미테이션 걸그룹도 등장했다.
한국에는 지금도 비틀스 팬클럽이 존재하고, ‘타틀스’, ‘애플스’, ‘시틀즈’ 등 비틀스 이미테이션 밴드들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 제작된 비틀스의 첫 음반은 1964년 미미레코드에서 발매한 컴필레이션 앨범 《Top Tune Show 그녀 손목 잡고 싶어 Vol.7》이다. 초반에는 없지만 재반 커버에 ‘비틀비틀비틀 Beatles’로 추가 표기한 카피가 시선을 잡아끈다. 이 빽판은 비틀스의 첫 미국공연이 진행된 해에 발매되었다. 비틀스의 노래는 총 15곡의 수록곡 중 차트 1위에 오른 키보이스가 ‘그녀 손목 잡고 싶네’로 번안한 ‘I Want To Hold Your Hand’ 등 4곡이다. 시리즈 8집의 표지모델도 비틀스인 것은 이미 국내에서 비틀스의 인기가 상당했음을 말해준다.
한국에서 제작된 최초의 비틀스 음반은 1964년 미미레코드에서 발매한 컴필레이션 앨범 《Top Tune Show 그녀 손목 잡고 싶어 Vol.7》이다.
I Want To Hold Your H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