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아 고교야구가 기지개를 켭니다. 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고교야구의 인기가 시들어지기는 했지만, 지금도 저마다 모교의 명예를 건 고교선수들의 플레이는 진한 감동을 줍니다.
goodday는 19일부터 광주일고를 시작으로 매주 야구 명문교를 소개합니다. 이 코너를 통해 추억의 스타들은 물론 미래의 스타들을 미리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 주>
■ 광주일고
선동열, 이종범, 김병현, 최희섭, 박재홍… 등. 역대 프로야구 드림팀 멤버가 아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광주일고 동문이라는 점. 최근 20년 동안 호남에서는 많은 야구 꿈나무들이 '광주일고 입학'을 목표로 삼아 구슬땀을 흘려왔다. 이처럼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한 광주일고에는 한국야구의 미래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80년 전통의 명문
1923년 창단해 올해로 80년째. 광주일고 야구부는 80년 동안 전국대회에서만 14번이나 우승을 하며 '광주야구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49년 청룡기 우승으로 '전국대회 신고식'을 한 광주일고는 69년 고교야구 육성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면서 명문팀으로서의 기틀을 마련했다.
75년 김윤환의 3연타석 홈런을 축포로 26년 만에 전국대회 정상에 오른 광주일고는 80년대 들어 선동열, 문희수, 이종범 등을 주축으로 8차례 우승을 차지해 전성기를 이뤘다. 90년대(전국대회 4회 우승)에는 박재홍, 김병현, 최희섭 등이 '무적 광주일고'의 명맥을 이어나갔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
99년 무등기에서 우승한 뒤 광주일고는 줄곧 전국무대에서 들러리 신세였다. 2000년 무등기에서 4강에 진출한 게 최고 성적.
이에 99년 말에 부임한 심재혁 감독은 올해를 '부흥기'로 삼았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신념을 갖고 2년 동안 침체에 빠졌던 팀을 재건시키겠다는 각오로 지난해 12월부터 하루 8시간의 맹훈련 중이다.
투수에는 189㎝·90㎏에 최고구속 145㎞를 자랑하는 김대우(3년)가 돋보인다. 4번을 맡는 등 공격력까지 갖춘 김대우는 올해 기아의 고졸우선 1차지명이 예상된다. 주장 김주호는 2년 연속 전국대회 3할대의 공격력에 수비력까지 갖춘 대형 유격수다. 올해 신입생 13명이 들어와 전체 35명으로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한다.
▲왜 강한가
'명문' 광주일고는 우수한 선수자원, 주변의 전폭적인 지원과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감독·선수들의 강한 의지 등이 '삼위일체'를 이루면서 빛을 뿜어내고 있다. 광주지역 꿈나무들이 앞다퉈 가려는 곳이 광주일고이고, 입학 후 기대주로 키워내는 곳이 바로 광주일고다.
지난해 12월16일 재결성된 광주일고 출신 야구선수들의 모임인 일구회(회장 이상윤·기아 수석코치)는 야구진흥기금으로 3,000만원을 모았다. 이밖에 총동창회, 프로야구단 기아, 재학생 등이 야구부의 후원자를 자청하는 등 광주일고는 재정적인 면에서 다른 학교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기아 이종범은 "광주일고의 감독과 선수들은 명문 이미지에 먹칠을 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고 야구단 분위기를 전한다. 광주일고가 '강한 힘'을 유지해 온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