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자와유키치의 아시아침략사상을 묻는다
야스카와주노스케 지음/이향철 옮김
후쿠자와는 <문명론의 개략>에서 인류의 역사는 야만→미개→문명으로 발전한다는 문명사관을 제시했다. 이는 세 차례에 걸친 구미여행 당시의 견문·체험과 선진국의 문헌학습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후쿠자와는 아시아를 멸시했으며, 문명사관을 통해 아시아 침략을 합리화 했다. 또한 탈아론을 통해 아시아의 민족들을 모두 미개한 종족들로 업신여겼다. 이는 전쟁에 종군위안부 등을 구성하는 이론으로 활용했으며, 억압을 정당화 했다. 백인들도 흑인을 노예로 부릴 때 이런 우월주의를 기반으로 했으며, 침략의 도구로 썼다.
일본인 내면에는 아직도 이런 생각을 지니고 있는 이들이 남아있는 것 같다. 아직까지 교과서 왜곡과, 사료를 통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그들을 보면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이런 인물을 아직까지도 하늘은 사람 위에 사람을 만들지 않고 사람 아래 사람을 만들지 않는다고 주장한 위대한 민주주의의 선구자였다고 가르치고 있는 일본의 학교교육은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 것인가.
역사적 인물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사람은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 본다는 말이 실감나는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을 두고 엇갈리는 평가를 하게 되는 이유가 분명하게 있을 것이다. 누가, 무엇을 보고자 하는가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지는 평가를 두고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인지 의문이다. 더욱 힘을 가진 권력자에 의해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평가되는 경우라면 한 사람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아닐 것임은 자명하다 할 것이다. 하여, 역사를 평가할 때 누가 무엇을 보고자 하는 것인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동아시아의 지난 역사에서 빠트릴 수 없는 일은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자행된 제국주의적 침략전쟁일 것이다. 군국주의 일본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아시아 여러 나라를 침략하고 약탈했던 분명한 사건은 시간이 흘러가면서 흐려지는 경향성이 있지만 아직 해결되지 못한 전후 처리과정이 남아 많은 아시아 국가의 국민들에게 아픈 상처로 남아있다. 그 침략 전쟁의 중심에 서 있던 한 사람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하는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그 사람은 바로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1835.1.10 ~ 1901.2.3)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오사카에서 태어나고 도쿄에서 사망하였다. 일본 개화기의 계몽 사상가이자 교육가, 저술가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일본의 고액권 화폐에 초상화가 실려 있을 정도로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평가되어져 왔다. 특히, 우리나라와 관련해서 조선 개화기의 사상가 유길준, 윤치호 등의 스승이자 한국 개화파에 영향을 준 인물이라고 한다. 그에 대한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평가는 대단히 우호적인 인물로 되어 있으나 이는 일본 내 극우주의자들에 의해 의도된 평가라는 해석과 더불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들에서도 그의 행적을 근거로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며 그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젊은 시절 외국을 다니며 보고 들었던 것을 비탕으로 일본으로 돌아와 천황을 중심으로 국력을 결집시켜 아시아를 집어삼킨 뒤 서구열강과 겨루겠다는 포부가 무엇보다 앞섰다. 그러기 위해 가장 긴요한 일은 전국 인민의 머릿속에 국가의 사상을 주입시키는 것이었고, 일국의 인심을 흥기하여 전체를 감동시키는 방편으로는 외전(外戰)에 필적하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이러한 그의 시각은 필요에 따라 시의적절 하게 다른 표현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조선은 본래 논할 가치도 없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당면의 적은 지나이기 때문에 우선 병사를 파견해 경성에 주둔 중인 지나 병사를 몰살하고, 바다와 육지로 대거 지나에 진입해 곧바로 북경성을 함락시켜라.’
이 책 ‘후쿠자와 유키치의 아시아 침략사상을 묻는다’는 바로 후쿠자와 유키치에 대한 현재적인 평가와 이러한 평가가 무엇이 잘못되어 있으면 어떻게 그러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었는지에 대한 개관적인 평가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한 평가의 근거로 제시되는 것은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로 볼 수 있는 그의 발언과 저작물들이다. 우선 저자의 한국판 서문에서 한국 내에서 평가되는 후쿠자와 유키치에 대한 근대화의 아버지라는 인식의 문제점을 이야기 한다. 왜 이런 평가가 가능했을까? 조선 인민을 위해서 그 나라의 멸망을 축하한다는 식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침략의 본성을 숨기지도 않았던 사람인데도 말이다.
저자의 시각으로 본다면 일본 내에서 후쿠자와 유키치는 전후세대의 사상가들이 전쟁과 패전으로 얼룩진 시대를 넘어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해 후쿠자와 유키치에게 자유주의자라는 환상을 덮어씌우고, 그 이미지를 뒤흔들 만한 발언은 외면한 채 오로지 입맛에 맞는 문구들만 주목해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가 정당하지 못함을 인식한 저자는 진정한 후쿠자와의 참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그의 텍스트들에 정면으로 도전한 결과물이 이 책이다.
저자가 참고한 후쿠자와 유키치의 행적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부분을 살펴보면 그의 사상과 행동이 어떻게 유지되고 발현되었는지 잘 알 수 있다. 저자가 본문에서 언급한 일련의 말들에 대한 정확한 증거를 찾아 볼 수 있도록 독자를 배려한 마음이 보이는 부분이다.
현대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평가를 받는 사람이 있다. 박정희 전직 대통령으로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에 이어 민주주의를 말살한 독재자로 서로 엇갈리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다. 이 사람 역시 누구 무엇을 보고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평가를 받는다. 진실은 어떻게 하더라도 밝혀질 수박에 없는 것임을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