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선교
2023.11.20
80년 영세를 받은 나는 20여년 동안
주일 미사만 겨우 참례하는 발바닥 신자로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회사생활에서 퇴직할 위기에 처해서
할 수 없이 하기 싫은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팀장이란 직책만 주고
한 명의 직원도 없이 혼자서 새로운 일을 하라고.
이때부터 1년간 마음과 몸이 지쳐 인생을 포기할 정도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 때 절실하게 주님께 매달리면서 이 시기를 잘 견디어 내면
주님의 명령인 복음 전파와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예수님의 참 제자로 살겠다고 기도 중에 수없이 서원했습니다.
1년 후 몸과 마음이 정상으로 돌아온 후 주님께 약속한 일을 시작했습니다.
본당에서 봉사활동은 시작했지만 유독 선교에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말도 잘 하지 못하고 성경에 대한 지식도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레지오 활동을 하면서 항상 마음 속으로 선교에 대한 마음을 갖고
몇 번 시도했지만 역시 성과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2002년 부활절 다음날
바구니에 부활달걀을 가득 담아 회사에 가지고 가라는 아내의 말을 듣고,
바구니에 간단한 부활 메시지를 달아서 회사 탕비실에 놓아둔 적이 있습니다.
직원 중에는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도 있고
타 종교인도 있어 망설이기도 했지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15개나 되는 계란이 2시간도 되지 않아 동이 났고,
늦게 발견한 사람들은 없다고 불평(?)도 토로했습니다.
이 일로 인해 ‘부활절’이란 것을 새로이 아는 동료들도 있었고
잘 먹었다는 인사와 함께 왜 부활절에는 계란을 쓰느냐는 등 관심을 표했습니다.
빈 바구니를 어떻게 할까 궁리하다가 말씀사탕을 넣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집에 만들어 놓았던 말씀사탕을 탕비실에 한 바구니 놓아두었습니다.
“이 사탕은 아무리 먹어도 충치가 생기지 않습니다.
영혼의 양식이 됩니다.
원하시는 분은 누구나 가져다 드십시오.”
하는 메시지를 달아서.
처음에는 하루에 몇 개 안 가지고 가더니
점차 소문이 나면서 사탕을 먹는 동료들이 많아졌고
다른 층에 있는 동료들도 와서 먹고는 나에게 말을 건네 오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지난 후 아침에는 몇 분이 사탕을 잘 먹고 있다고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한 분은 정말 아이디어도 좋고 예쁘게 만들었다고 하면서
자기는 지금 냉담 중이라고 고백을 했습니다.
신앙생활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하고 나니 정말 신났습니다.
선교에 대해 방법을 터득한 후
선교 수단으로 말씀사탕, 말씀 책갈피, 강론 테이프 등을 활용했고
그 동안 소홀했던 대자들과 회사의 쉬는 교우들에게
전례력에 따른 교리와 글을 메일로 보내면서
그들이 조금씩 주님께로 돌아오는 모습들을 보면서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 후 선교수단을 활용한 선교는 계속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핸드폰이 세상을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폰 하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고, 늘 소지하고 다니는 세상입니다.
이제 선교의 방법도 바뀌어야 할 것 같아서 카톡을 생각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브런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지만
내 나이의 사람들은 인터넷 카페나 카톡 활용을 많이 합니다.
그 동안 교우들과는 카톡으로 영성적인 글을 자주 공유했지요.
다른 사람의 글을 퍼와서 나르기보다는 내가 직접 본당 카페에 포스팅한 글을
대자, 수도자. 성직자, 친한 교우, 친척들에게 보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늘 생각은 했지만 망설여졌던 비신자, 타종교인들도 함께하는
초등학교 단톡방을 비롯한 여러 목적의 단톡방,
비신자 친구 개인 카톡을 이용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이야기도 아닌 하느님 말씀을 어떻게 전할까 고민했습니다.
비신자들에게는 더욱 거부감이 들 것이고
잘못하면 우정도 끊길 수 있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종교 이야기와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라는 말처럼.
그런데 다음의 성경구절이 나의 용기를 북돋우어 주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를 도와주리라"(이사 41,13)
그리고 다음의 강론 글이 더욱 내 등을 떠밀었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루카 13,19)
그런데 시간이 흐른다고 씨가 저절로 나무가 되고,
누룩이 부풀어 오르지 않습니다.
겨자씨가 자라게 하고 누룩이 크게 부풀기 위해서는
그 씨를 심고 관리하는 사람의 노력이 있어야 하고,
누룩이 부풀기 위해서는 밀가루 속에 누룩을 집어넣을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 나라도 이와 같습니다.
그분의 나라가 펼쳐지기 위해서는 그분의 도우심뿐만 아니라
우리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겨자씨가 얼마나 자랄지, 누룩이 얼마나 부풀어 오를지는
그분께서 알아서 하실, 그분의 몫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에 충실하면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남보다 더 높은 나무가 되라고,
남의 것보다 더 풍성한 반죽을 만들어내라고 하지 않으십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으로
그분이 주시는 몫을 기쁘게 기다리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씨만 뿌리고 나머지는 주님이 해 주실 것을 믿고
2021년 봄부터 초등학교 단톡방(20여명)에도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습니다.
아울러 제 자신의 말과 행동도 더욱 조심했지요.
하느님을 믿는 사람으로 주님께 영광을 드러내기위해...
6개월쯤 지난 어느 날, 고향에 사는 신자인 친구가
전화 중에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동창 경조사모임에서 내 이야기가 나왔는데 나의 카톡 중에서
종교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일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몇 명이나 교우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5명이라고 해서
그 후에는 5명에게는 정상적으로 카톡을 거의 매일 보내고,
단톡방에는 일반적인 좋은 글, 안부 등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가끔씩(열번에 한 번) 신앙적인 나의 삶을 살짝 넣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씨는 뿌려야지요.
키우는 것은 그분이 알아서 해 주실 것이라고 믿으며 2년 넘게 카톡선교를 하고 있습니다.
단톡방에 자신의 의견을 잘 표출하지는 않지만,
어쩌다 친구와 개인적인 통화를 할 경우에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도 합니다.
보내준 글 유익하게 읽고 있다고 하면서 종교 이야기도 합니다.
이제는 선교방법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대 일로 성경말씀을 전하는 방법은 타겟은 정확히 조준되어 있지만
내 삶이 복음화되어 있지 않으면
거부반응을 일으키기도 하고 역효과가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좋은 글과 함께 하느님 말씀이 녹아있는 글로 포장해
내 삶과 함께 말씀을 전하는 방법은 거부반응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한 번에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는 현재 카톡으로 매일 소식을 주고받는 친구가 50여명 됩니다.
앞으로도 계속 카페 포스팅과 카톡을 통한 선교는 지속할 것이며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려 합니다.
결과는 그분께 맡기고, 나는 밭을 갈고 열심히 씨를 뿌려야지요.
혹시 저의 행동에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예수님의 유언인 세상 끝날까지 복음을 선포하라는 말씀에
저는 "예!" 하고 응답할 뿐입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가르쳐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으리라.
(마태 28,19 -20)
가만히 생각해보면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는
고향을 떠나 서울로 이사하신 후 하느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부터 새벽에 저에게 오늘 복음을 찾아달라고 하셨습니다.
새벽미사를 다니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리고는 형, 형수, 누님들, 외삼촌 등을 입교시키셨고
외숙모를 비롯 만나는 친지들에게 하느님을 알리셨습니다.
글도 모르시고 성경지식도 짧았지만,
기쁜소식을 제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신 것입니다.
당시는 어머니의 그러한 깊은 뜻을 몰랐는데
인생 후반기를 살고있는 이제야 깨달은 것입니다.
사랑자체이시고 우리를 구원하실 예수님 즉 기쁜소식을
가장 사랑하고 가까이 있는 이웃부터 전하렵니다.
나에게 주신 달란트를 적극 활용하여~~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입상을 했습니다.
작년에는 국내 성지 순례 중이라 참석을 하지 못한 아쉬움에
금년에는 아내와 함께 나눔의 시간 및 시상식에 갔다 왔습니다.
입상자 시상에 이어 사랑상을 받으신 자매님의 신앙생활 체험발표를 들었습니다.
이어 주교님 말씀과 담당사제 말씀을 듣고 회장인사도 있었습니다.
기념 촬영을 마치고 근처식당에서 친교 및 나눔의 시간을 했지요.
나눔시간도 모자라 평협(평신도 사도직 협회) 회장님을 비롯한
여러분의 임원들과 찻집으로 옮겨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도착하니 저녁 9시가 되었습니다.
주일 저녁 약간 피곤했지만 유익한 나눔의 시간이었습니다.
첫댓글 김성도 모이세신부님,,~♡
기억력이 좋군요.
나는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데~ 신장이 작은 신부님이라는 것 밖에는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