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만두는 보통사람들의 별미다. 특히 한겨울에 먹는 김치만두는 경기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이다. 어려서부터 맛을 깊이 익혀 왔던 터이기 때문이다. 나는 열광(?)급정도다. 요즘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맛을 찾는다. 지금도 어머니께서 해 주시던 만두, 특히 설날 김치만두는 앉은 자리에서 십여개라도 씩씩하게 해치울 수 있다.
정말 다행스럽기는 내 고향 광주에 수준급 맛집이 있다는 사실이다. 연화식당(031-767-0282)과 청산식당(031-768-0970)을 두고 한 말인데, 파발교 송정농협을 중심으로 뒷집과 옆집에 사이좋게 위치해 있다. 직선거리로 10m정도. 평일 점심에는 예약이 필수라니, 나름대로 주변에서 내린 맛에 대한 인정은 수준인 듯싶다.
허영만의 ‘식객’에도 만두예찬론이 나온다. “정성과 사랑을 듬뿍 넣고 빚은 만두를 먹는 것은 복을 함께 먹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쉽기는 ‘꿩만두’ 소개에 그치면서 전문만두집에서 고작 고기만두, 야채만두, 김치만두 정도밖에 맛볼 수 없다는 걸 억울해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김치만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김치만두가 별건가? 김치가 들어간 게 김치만두지...”라는 식이다. 이 말은 먹을 줄만 알지 만드는 과정을 전혀 모르는 남자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나도 한 때 이해가 부족했으니까. 하지만 50g정도의 음식-김치만두에는 김치만 들어가지 않는다. 김치는 필수이고, 이 외에도 두부 숙주 등 20여가지의 영양덩어리가 모아져 들어간다. 그래서 김치만두는 별이 다섯 붙은 웰빙식품이라 해도 과히 지나치지 않는다.
연하식당과 청산식당은 보잘 것 없는 작은 식당이다. 앉을 수 있는 상이 ‘청산’은 네 개이고 ‘연하’는 열 개가 모두다. 그러니 점심엔 늘 붐비고 불편할 수밖에. 그런데도 손님들은 솔솔하다. 그 이유는 왜일까? 웰빙재료를 고집해 써서 맛을 최고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김치만두의 생명은 김치를 비롯한 재료에 있다. 얼마만큼 웰빙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성패는 판가름 난다. 두 식당에서 쓰는 20여종의 만두소 재료는 김치부터 거의가 집에서 생산된 농산물이다. 외부에서 사오는 재료는 밀가루 돼지고기 한우사골 정도인데, 그것도 믿을만한 단골집에서 엄선을 해서 쓴다.
청산식당은 지난 해 2천여포기의 김장을 했다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양념 모두는 밭에서 직접 생산해 낸 것이다. 연하식당도 마찬가지다. 만두소에 들어가는 참기름 고추가루까지도 직접 생산품으로 쓴다. 지난 해 찬으로 나왔던 총각무(다 떨어졌다)와 요즘 이어서 나오는 나박김치에 대한 손님들의 평가는 환상적이다.
연화식당의 맛의 고향은 퇴촌면이다. 퇴촌에서 대대로 집에서 내려오던 맛을 상품화 했다. 대표인 염복수 씨가 친정과 시댁을 오가며 한 평생 입안에서 익힌 ‘퇴촌표’(?)김치만두국을 강영희(번천이 고향) 씨와 함께 끓여내고 있다. 한 때 퇴촌에서 만두집을 운영한 게 큰 경험인데 기본재료 5가지-김치 두부 숙주 잡채 돼지고기-는 청산식당과 같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만두피가 얇고 빵빵하며 화끈한 매운 맛이다. 대신 고소한 참기름 냄새를 약간 풍긴다.
청산식당은 만두피를 제과점 경험이 있는 아들이 직접 만들어 대는데 피를 약간 두껍게 하고 만두소는 들기름으로 버무리는데 상대적으로 덜 매운 맛을 즐기는 분들에게 맞을 듯싶다. 청산식당의 대표격인 안완심 씨는 서울이 고향이다. 실촌 봉현리에서 30여년 대가족 제사를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익히고 만들어 낸 작품이 바로 ‘봉현리표’(?)김치만두국이다. 지금도 90세 시모와 함께 4대 대가족사를 이룬다.
서울에 ‘가온’이라는 식당이 있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식당으로 지난 해 한식세계화의 첨병처럼 언론에도 수없이 소개되었던 유명음식점이다. 그러나 얼마 전에 경영상 이유로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얼마나 섭섭했는지 모른다. 차라리 큰 소리로 떠들지나 말지...그래서다. 진정한 우리 맛은 내겐 정말 소중한 가치다. 광주의 김치만두에는 그만한 한국의 맛이 충분히 담겨져 있다.
신동헌< 농촌정보문화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