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28. 나무날. 날씨: 바람이 부는데 햇살은 따갑다.
학교살이 아침 밥 ㅡ설거지와 정리ㅡ3학년 몸놀이(자유놀이, 밧줄놀이, 야구와 농구)ㅡ택견ㅡ점심ㅡ청소ㅡ설장구ㅡ숲 속놀이터 그네 달기ㅡ마침회ㅡ6학년 영어ㅡ교사회의ㅡ신입교사 면접
[학교살이 몸놀이]
6시 30분에 일어나 아이들을 보니 곤하게 자고 있다. 아침밥은 선생이 하고, 7시30분에 모두 깨워 아침을 먹는다. 인웅이가 7시에 일어나자 남자 아이들이 깨어난다. 아이들이 잠주머니 개고 씻는 동안 반찬 데우는 것 까지 선생이 하고, 아침 밥 당번이 설거지와 상 정리를 했다. 모두가 강당을 쓸고 책정리도 했다. 학교살이 계획으로 몸놀이를 관문체육공원으로 하기로 했는데, 다른 학년이 학교 오기도 전에 간다고 좋아한다. 수학 셈 안하는 재미도 있다. 새참이 넉넉해 아침 새참까지 든든하다. 단희는 약 먹는 게 귀찮다며 한 번에 두 개 약을 한 병에 담아 마신다.
든든한 새참과 몸놀이 도구를 챙겨 관문체육공원에 닿으니 햇살이 따갑지만 바람이 살랑거리고 놀기 좋다. 저마다 자유롭게 노는데 야구와 농구로 갈린다. 여자 어린이들과 농구 한 판 하는 동안 남자 어린이들은 야구를 한다. 한참 자유놉게 놀더니 서연이와 유민이는 야구를 같이 하고, 단희와 지후는 농구를 한다. 자유놀이가 시들할 때쯤 모두 모여 새참 먹고 밧줄놀이를 했다. 그네달기와 거미집 만들기다. 밧줄만 있으면 여러 놀이를 할 수 있으니 좋다. 매듭을 짓고 힘을 합쳐 연결하는 과정이 그대로 우리 삶을 닮았다. 다 함께 하는 놀이 두 번째로 농구와 야구 가운데 골라서 하기로 하는데 야구가 많다. 하기 싫은 사람은 농구를 하고 선생도 끼어서 야구를 한다. 어릴적 논에서, 학교 운동장에서 참 많이 했던 기억이 났다. 야구 장갑을 종이로 만들던 것도, 야구 장갑을 사던 날 흥분한 것도, 다른 동네 아이들과 시합해서 야구 장비를 모두 넘겨준 것도 모두생각난다.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고교야구가 대단한 인기를 누리던 때였다. 약한 편에 선생이 들어가 투수를 했는데 두 타자를 삼진과 땅볼로 잡은 뒤 줄곧 홈런을 세 방이나 맞았다. 시우와 유민이가 투수 바꾸잔다. 5점을 내주고 가까스로 수비를 마치고 공격했는데 아이들처럼 홈런을 못 치고 안타다. 유민이와 지후가 야구 규칙과 낱말 뜻을 물어 자세히 풀어주었다.
11시 학교로 돌아와 택견을 했다. 홀새김 석단을 완성하는데 연습이 필요하다. 택견할 때 어제 밤에 아이들과 반죽한 술빵 발효를 확인해 찜솥에 앉혔다.
누룩을 만들어 막걸리를 빚고, 줄곧 관찰하며 과학으로 교과통합을 찾아낸 뒤, 익은 막걸리로 술빵을 만들어 전교생이 새참으로 먹으니 참 좋다. 잘 부풀어 막걸리 발효 힘을 느낀다.
점심 시간인데 단희가 들어오지 않아 아이들에게 까닭을 물으니 택견 피구 놀이 시간에 1학년 동생이 던진 풍선공에 얼굴이 맞아서 그런단다. 짐작이 가는지라 찾아보니 밧줄놀이터에 있다. 속상한 까닭을 물으니 얼굴 맞은 것 때문이 아니고 남자 동생들이 뭐라 해서란다. 감기약을 먹어야 해서 마음 진정되면 밥 먹자 그러니 밥 생각도 없고 약은 써서 먹기 싫단다. 간지럼 장난을 받아주는 걸 보니 곧 괜찮겠다. 술빵이 있으니 새참먹고 약 먹기로 했다. 밥을 다 먹은 여자 동생들과 동무들이 단희랑 논다며 밧줄놀이터로 달려가는 걸 보니 금세 풀리겠다 싶다.
낮 공부로 설장구를 두 번만 치고 숲 속 놀이터에서 같이 그네를 새 밧줄로 바꾸어 달며 학교살이를 마무리한다. 새밧줄로 바꾸어만 달아도 갑자기 그네가 인기가 있다. 줄을 서서 서로 타려고 한다. 새로움에 민감한 아이들답다. 낡은 줄 대신 깔끔한 새 밧줄이라 탄력도 좋고 보기도 좋다. 둘이 타는 밧줄도 새로 달아봤다.
3학년은 학교살이 뒤라 일찍 마침회를해서 3시에 집에 가도록 했다. 푹 쉬어야 내일 우면산에서 놀 수 있어서다. 가을 학교살이도 즐거운 추억을 쌓았다.
저녁에는 신입교사 면접이 있었다. 이럴때면 늘 대안학교 선생이 되고 싶다던 첫 마음을 생각해본다. 그 마음 잊지 않고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