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정부가 누진제 단계를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기요금개편안을 들고 나섰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은 22일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력 대책이 주택용 요금 누진제를 완화해 전반적인 에너지 효율을 높여 나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중산층 62%가 사용하고 있는 200kwh~600kwh 구간의 전기 요금을 인하하는 것이 가장 큰 핵심"이라고 밝혔다.
과연 그럴까?
물론 당정의 전기요금개편안으로 인해 에너지 효율에 일정부분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정작 가장 싼 값에 전기를 쓰고 있는 대기업의 전기요금에 손을 댄다는 얘기가 없다.
그동안 수출경쟁력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대기업 등에 대해 상대적으로 싼 전기요금을 부과해왔다.
실제 대기업은 한전에서 전기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원가보다도 더 싼 전기요금을 냈다. 그것이 한전 적자의 가장 큰 요인이 되기도 했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에 따르면, 산업용 전력 사용량으로 봤을 때 상위 20% 기업이 혜택을 본 액수가 작년 한해만 하더라도 7500억원에 달한다.
이 부분을 개선하지 않은 채, 현행 주택용 6단계 누진제를 3단계로 축소할 경우 서민들은 ‘핵폭탄 전기요금’을 납부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행 전기요금 부과제도는 6단계 11.7배율제로 되어 있다. 즉 누진단계는 6단계이고 최저 구간과 최고 구간 사이의 단위당 요금 배율이 11.7배라는 뜻이다.
그런데 한국전력은 지난해 6단계 11.7배율제를 3단계 3배율제로 바꾸자는 주장을 한 바 있다.
만일 당정이 이같은 방안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그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시민경제연구소 홍헌호 소장은 “현행 제도를 3단계 3배율제로 바꿀 경우 1단계인 한 달에 200kwh 이하를 쓰는 가구의 전기료는 평균적으로 6000원 이상 오를 것이고, 2단계인 200~400kwh를 쓰는 가구의 전기료는 1만 3000원 이상 오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면 한 달에 400kwh 이상을 소비하는 가구의 전기요금은 9600원 정도가 내려가고, 한 달에 500kwh 이상을 쓰는 가구의 전기료는 7만 4000원 정도가 내려가게 된다는 게 홍 소장의 설명이다.
중하위층이 주축을 이루는 1단계와 2단계 전기요금이 6000원에서 1만 3000가량 올라가는 반면에 중상위 계층의 전기요금은 9600원에서 7만 4000원이나 내려 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부자 감세, 서민 증세’와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만일 당정이 이같은 방안을 추진할 경우 서민들의 저항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의 경우 누진세 구간을 줄이면 줄일수록, 또 최고구간과 최저구간 단위당 요금 배율을 줄이면 줄일수록 ‘부자감세, 서민증세’의 성격이 강해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지난해 한전이 발표한 전기사용량 통계를 보면, 2011년 8월과 2012년 8월 사이 500kWh 이상을 소비한 고소득층이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에서 7.5%로 2배 이상 높아졌다.
반면 100kWh 이하를 소비한 저소득층 비중은 13.7%에서 13.4%로 되레 0.3% 포인트 낮아졌다. 전기 과소비의 계층이 중하위층이 아니라 중상위층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당정은 중상위 계층에게는 요금을 더 많이 받고, 대신 중하위 계층에게는 요금을 덜 받는 방향으로 재검토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특히 전력대란에 대비하기위해서도 중상위층의 전기사용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먼저 대기업에 대한 전기요금 혜택을 폐지하고 이것을 전기소비를 자제하는 계층에돌릴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당초 목표했던 전반적인 에너지 효율을 높여 나가는 일이 불가능하게 될 뿐만 아니라, 서민들에게 고통만 안겨주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