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14 (화) 권양숙 만나 "변호인 보고 울어"… 봉하 간 김건희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월 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KTX 열차를 타고 진영역에서 내려 미니버스로 환승한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후 2시 40분쯤 권양숙 여사가 머무는 사저 입구에 도착했다. 흰색 셔츠에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예를 갖췄다. 왼쪽 가슴에 흰색 손수건을 꽂았다.
봉하마을 방문을 환영하는 주민 등 인파 150여명이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라고 외치며 박수로 환대하는 가운데 김건희 여사는 이들에게 두세 차례 고개를 숙이며 묘역으로 향했다. 권양숙 여사 측에서 조호연 비서실장과 차성수 노무현재단 이사가 나와 김건희 여사를 안내했다. 김건희 여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헌화·분향하고 묵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묻힌 너럭바위 주변을 장식한, 지지자들의 메시지가 새겨진 박석에 관해 묻거나 주변 지리에 관해 설명을 듣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와 권양숙 여사의 환담은 오후 3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이어졌다. 권양숙 여사는 사저 현관까지 나와 웃으며 김건희 여사를 맞이했다. 김건희 여사는 환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좌천 인사로 힘들었던 시절 자신과 영화 ‘변호인’을 보며 눈물 흘린 기억을 먼저 꺼냈다고 강인선 대변인이 전했다. 이 영화는 인권 변호사로 활동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화를 각색한 내용이다.
이에 권양숙 여사는 “과거 윤석열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찾아 참배한 뒤 나와 만난 적이 있다”며 “정말 감사하게 생각했다”고 화답했다. 김건희 여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너(윤석열 대통령)는 통합의 대통령이 돼라’고 말해주셨을 것 같다”면서 “국민통합을 강조하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두가 좋아했다”고 말했다. 권양숙 여사는 김건희 여사에게 “몸이 불편해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가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정상의 자리는 평가받고 채찍질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많이 참으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현충원에서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빗물을 닦아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윤석열 대통령) 뒤에서 조심스럽게 걷는 모습도 너무 잘하셨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는 “여사님을 보고 많이 배웠다”고 답했다. 권양숙 여사는 김건희 여사에게 “먼 길을 찾아와줘 고맙다”면서 “영부인으로서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김건희 여사는 “자주 찾아뵙고 가르침을 듣겠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님께서 빵을 좋아하신다’고 했다”며 빵을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했다. 권양숙 여사는 지역 특산물인 ‘김해 장군차(茶)’를 대접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 어록집인 ‘노무현의 사람사는 세상’ 4권을 답례로 선물했다. 강인선 대변인은 “두 분이 대통령 배우자로서의 삶과 애환, 내조 방법 등에 대해 허물없는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설명했다. 김건희 여사는 이날 환담을 마치고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인 ‘깨어있는 시민 문화 체험 전시관’을 방문해 30분간 둘러봤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일대기를 살펴본 김건희 여사는 티셔츠와 우산, 에코백을 기념품으로 구입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국민 속으로'… 영화 ‘브로커’ 관람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6월 12일 배우 송강호가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작품 ‘브로커’를 관람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일반 관객들과 같이 영화를 즐겼다. 관람 후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영화인들을 격려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이날 서울 성수동 메가박스를 찾아 영화 ‘브로커’를 관람했다. 브로커는 미혼모나 미혼부가 키울 수 없는 아이를 두고 가는 ‘베이비 박스’를 소재로 한 영화다.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암거래하려는 두 남자와 아기를 되찾으러 왔다가 두 남자와 동행하는 미혼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연출을 맡았고 송강호 배두나 강동원 이지은(가수 아이유) 등이 출연했다. 브로커는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영화 상영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칸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영화라서가 아니고, 생명의 소중함과 생명을 지키는 일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는 그런 좋은 메시지를 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감상을 밝혔다. 취임 후 시민들과 자주 접촉하는 데 대해선 “시민들과 함께 어울려서 대통령으로서가 아니라 한 시민의 모습을 좀 가져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 송강호가 출연한 작품 ‘변호인’을 보고 깊이 감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여사는 지난 1월 한 매체가 공개한 녹취에서 “(윤 대통령이) 노무현 영화를 보고 혼자 2시간 동안 울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송강호는 2013년 개봉한 영화 변호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역할을 연기했다.
송강호는 ‘세 명의 대통령이 직접 영화관에서 출연작을 본 배우’라는 기록을 세웠다.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12월 서울 을지로에서 영화 ‘괴물’을 관람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8월 서울 용산의 한 영화관에서 ‘택시운전사’를 봤다.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6월 제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기생충’을 보기 위해 김정숙 여사와 함께 극장을 찾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영화 관람은 통치 철학을 우회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가 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1월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한 뒤 윤제균 감독과 배우 황정민에게 “감동적인 영화 정말 잘 봤다. 앞으로도 이런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제시장은 박 전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 재임 당시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과 가족의 소중함을 다룬 영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하고 “아직 광주의 진실이 다 규명되지 못했다. 이것은 우리에게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 6월 6일 현충일 추념식을 시작으로 3주 연속 윤석열 대통령과 주말 행사에 함께 참여한다. 그동안 ‘조용한 내조’를 강조해왔으나 공개 행보를 조금씩 늘리고 있다. 현충일에는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 옆에 앉아 빗물이 떨어진 양복을 닦아주는 모습이 포착됐고, 이후 중앙보훈병원에도 함께 가서 국가유공자들을 만났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오는 6월 19일에도 대통령실에서 용산 주민들을 함께 맞는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한 것을 기념해 지역 주민과 어린이들을 초대해 집들이 행사를 여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 주민맞이 행사는 6월 19일까지 열리는 용산 공원 시범 개방 행사와 용산 집무실 리모델링을 마무리하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尹 '연금개혁안' 손놓은 당·정·대… "盧정부는 바로 착수"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가량 지났지만, 연금개혁이 한 발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장기 공석도 이런 상황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장)은 "국민연금 개혁이 늦어질수록 부채(미적립 부채) 1500조원이 계속 늘어난다"고 경고했다. 국민 1인당 2900만원의 빚을 안고 있는 셈이다. 연금개혁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5월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새 정부의 3대 개혁 과제의 하나로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때 연금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지만 새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상생의 연금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올려놨다. 공적연금 개혁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개혁의 첫 단추는 공적연금 개혁위원회이다. 그러나 이를 구성하려는 움직임이 전혀 없다. 정부도, 국회도, 대통령실도 모두 그렇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진도를 낸 게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당장 액션을 취한 게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 후 한 마디 거들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권성동 대표는 지난달 5월 17일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특위) 같은 걸 만들어서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정부·국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선거 공약집에서는 개혁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것과 결이 다르다. 국회가 주도한 것은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이었다.
하지만 국회 공전이 이어지면서 연금개혁은 실종했다. 어느 누구도 입에 올리지 않는다. 국회에 개혁 특위를 두려면 여야가 위원 구성, 인원, 배분 방법, 전문위원회 등 따질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여야가 논의해 합의안을 만들어서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해야 한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때 그리했다. 당정대(여당, 정부, 대통령실)나 당정 논의도 없다. 대선 공약대로 개혁위원회를 대통령실 직속기구로 둘지, 권성동 대표말대로 국회에 둘지, 총리실 산하에 둘지 등이 논의된 적이 없다. 정부 관계자는 "여러 가지 안의 장단점을 검토하고 있지만, 공식 협의가 아직 진행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정의당도 연금 개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관계자는 "공무원연금은 대상자가 많지 않은 데다 연금액이 높아서 이걸 깎는 데 큰 부담이 없었지만, 국민연금은 차원이 다르다"며 "국회에 특위를 만들어봐야 책임 있게 보험료를 올리자고 나서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5년동안 국민연금 개혁에 손을 대지 않았다. 국민연금 4차 재정재계산을 한 뒤 소위 '4지선다 개선안'을 국회에 보낸 게 전부다. 지난 대선 당시 가장 파격적인 개혁안을 냈던 정의당도 별 다른 움직임이 없다. 국회 공전이 이어지면서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장관이라도 있어야 개혁위 구성을 추진할 텐데 그럴 상황이 아니다. 국민연금공단 김용진 이사장이 지난 4월 사퇴하고 민주당 김동연 경기지사 캠프로 옮긴 후 공석 상황이 두 달째 이어진다. 후임자 공모 절차를 진행하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김승희 후보자는 자유한국당 원내부대표이던 2018년 8월 “문재인 정부는 노후 소득보장이라는 그럴싸한 말로 보험료를 올려 국민 지갑을 먼저 털겠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한 적이 있어 논란에 휩싸여 있다. 보건복지부는 "보험료율 인상만을 주요 대안으로 검토하던 당시의 연금 개혁 방안을 비판한 것이며, 노후소득보장 및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의 구축을 위하여 종합적인 개혁 방안이 사회적 합의 속에 마련돼야 한다는 현재의 국정과제 추진방향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제5차 국민연금 재정재계산 준비는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인구·경제성장률 등의 경제변수 변화를 고려해 5년마다 국민연금 향후 재정을 다시 따져보고 개선하는 절차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연금 개혁의 로드맵을 제시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니 무책임하기 그지없다"며 "취임하자마자 연금 개혁에 착수했고 임기 내 완수한 노무현 정부를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명 위원은 "우선 국민연금·공무원연금의 재정 안정화가 급하니 이것부터 먼저 착수하는 게 바람직하다. 퇴직연금·주택연금 등을 섞어놓으면 죽도 밥도 안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원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도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 개혁을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현 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 같다"며 "한두 달 지나면 새로운 사안이 생길 것이고, 그러면 연금 개혁의 초심과 판단력이 자꾸만 흐려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런 상황에서 개혁을 한다 해도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종원 교수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일이 효과적으로 진행될 텐데, 어디서 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서로 나서는 걸 주저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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