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카드면 OK', 명소 도는 시내버스 투어
하늘길 달리는 190번…내리는 정류장마다 부산의 진풍경
|
|
190번 버스 안에서 바라본 천마산과 산복도로 주택들 |
- 남부민동 해돋이로 종점 인근에
- 송도성당과 이태석 신부 생가
- 버스서 보는 풍광 하이라이트는
- 남항대교 펼쳐진 망양로 코스
- 영도 봉래시장 골목 안 구석
- 소문난 곱창전골 맛보는 재미도
화창한 가을날!
부산 서구 암남동 부산관광고등학교 버스정류장에서 사람을 기다린다.
오늘은 190번 버스를 타고 도는 시내버스투어다.
도심여행 좋아하는 영도 토박이 강혜민 씨와 동행하기로 했다.
◇ 이태석 신부 생가에서 출발
|
|
|
이태석 신부의 생가 |
오늘의 출발지는 남부민동 산복도로인 해돋이로의
190번·134번 버스 종점.
출발에 앞서 근처 송도성당 아래 고 이태석 신부 생가부터 찾아갔다.
'수단의 슈바이처'라 불린 신부님의 봉사와 나눔은
영화 '울지마 톤즈'로 잘 알려졌다.
서구는 최근 부산관광고와 송도성당 근처 신부님 생가를 복원하고
기념관을 준공했다.
골목을 따라 내려가니 작은 기념관 건물에
신부님 사진과 영상이 전시돼 있다.
1962년생인 신부님의 흔적이 고스란히 있다.
송도성당으로 다시 올라와 190번 시내버스를 타러 간다.
190번 버스 회차지점은 최근 새로 생긴 풀리페아파트 앞이다.
134번 버스도 이곳이 종점이다.
190번은 천마산 산복도로를 시작해서 영도 동삼삼거리까지 가는 긴 노선이다.
최근에 동구 산복도로를 달리는 미니 버스투어가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데, 교통카드 쥐고
시내버스를 타도 이와 비슷하게 한 바퀴 돌 수 있는 노선이 190번이다.
|
|
|
남부민동 천마로 인근의 송도성당 |
천마산 아래로 도로는 모두 4개가 지나간다.
맨 아래 해안쪽 도로가 충무대로(송도아랫길), 그 위쪽으로 천마로(송도윗길), 세 번째가 흔히 남부민 산복도로라 하는 해돋이로,
마지막으로 천마산 바로 아래로 둘러가는 천마산로이다.
등고선을 따라 4겹으로 난 도로 중 우리는 해돋이로에서 시작한다.
버스 타러 올라가는 길에 송도해수욕장에서 자주 보는
당고할머니와 솜사탕 할아버지 리어카가 보인다.
당고는 납작한 떡꼬치에 인절미 가루를 묻혀 먹는 것인데 요즘은 보기 힘들어졌다.
그래도 자그마한 할머니가 주말이면 송도해수욕장에 나가 팔고 있으니 시간 나시면 한 번 먹어 볼만하다.
오르막 도로를 따라 5분 남짓 걸어 버스정류소에 닿으니 190번 버스가 대기 중이다.
버스 오른쪽 의자에 앉는 게 좋다. 바다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버스투어를 시작한다.
남부민동에서 출발한 버스는 부산공동어시장이 내려다보이는 동천아파트를 지나
최민식갤러리에 갈 수 있는 아미초등학교 앞으로 간다.
풍광 좋은 최민식갤러리를 보고 싶다면 하차하면 된다.
◇ 부산 명소 곳곳을 거치다
순식간에 산을 내려와 동아대 부민캠퍼스를 지나면
교정에 전시된 옛날 전차가 보인다.
여기 내리면 전차와 동아대박물관을 보고 임시수도기념관으로 갈 수 있다. 이어 족발이 유명한 서대시장 정류소를 거쳐 구덕운동장 앞 문화아파트.
대신동 전차종점이 있던 곳이라 버스정류장이 전차 모양이다.
이제부터 부산 대표 산복도로인 망양로를 탄다.
대신여중~ 혜광고~ 부산디지털고~부산고로 이어지는
산복도로 학교투어 구간이다.
혜광고를 지나면 제대로 바다 조망이 보인다.
영도를 앞에 두고 오른쪽으로 바다를 가로지르는
남항대교 풍경이 시원하다.
보수아파트~중구종합사회복지관을 지나면 이번에는 날렵하게 생긴
부산항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부산디지털고 정류장에 내리면 대청동공영주차장 위에 있는
금수현의 음악살롱에 갈 수 있고, 아래로는 부산디지털고와 연결된
영주동 모노레일을 타 볼 수 있다.
혜민씨는 "벌써 모노레일을 2번 타 보았다"며 자랑한다.
이 구간에 내리면 어디서든 망양로 걷기여행을 즐길 수 있다.
'학교구간'이 끝나면 아파트들이 잠깐 시야를 막는다.
영주동 금호아파트~동아아파트를 지나면 중앙공원·민주공원 입구다.
민주공원 전시관이나 중앙공원 충혼탑으로 걸어갈 수 있고 봉수대가 있는
구봉산 등산도 시작할 수 있는 지점이다.
버스는 시민아파트를 지나 영주삼거리로 나오는데 이때쯤 오른쪽에 '역사의 디오라마라'는 표석이 보인다.
지금부터는 동구가 시작된다.
벌써 서구, 중구를 지나 동구까지 넘어왔다.
동일파크맨션 버스정류장에는 이바구공작소 표석이 보인다.
산복도로의 이야기(이바구)를 수집하는 아카이브센터로 만든 곳이다.
여기에는 산복도로 특징인 계단식 집들이 잘 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버스가 부산의 '하늘길'을 달려 초량 화신아파트를 지나 금수사 앞에 닿으면 초량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간다.
순식간에 맛있는 먹거리가 가득한 초량시장이다.
초량시장을 매력 있는 여행 코스로 잡을 수 있다.
다음 내리실 곳은 부산역.
부산역에서 한 무더기 손님이 내리고
버스는 중부경찰서, 부산세관(세관박물관), 부산항연안여객터미널을 거쳐 부산대교로 오른다.
이제 영도다. 출출해진 참이라 영도 봉래시장에 내린다.
여기선 요즘 한창 유명세를 타는 어묵 베이커리 삼진어묵에 가거나, 동진아파트 골목으로 들어가
이제는 2개밖에 남지 않은 곱창전골집에 들르면 좋다.
◇ 영도의 매력을 한가득
|
|
|
봉래시장 골목길 곱창전골집 |
곱창전골집은 영도에서 소문난 맛집이지만
워낙 구석에 있어 처음 가는 사람은 지나치기 일쑤다.
곱창버섯전골 2인분에 가락국수 사리를 주문했다.
배부르게 먹고 볶음밥을 또 시켰다.
전골이 좀 많이 남으면 밥을 좀 넉넉하게 볶은 뒤 이걸 포장해서
집에 가져가 피자치즈를 얹어 데워 먹으면 또 별미라고
주인아주머니가 알려주신다.
다시 190번 버스에 오르자 이번엔 봉래교차로를 지나
동삼삼거리 종점에 세워준다.
정면에는 오륙도, 아래로는 부산국제크루즈터미널과
국립해양박물관이 보인다.
해양박물관 쪽으로 방향을 잡자 삼거리에 말 모형이 있고
이걸 타볼 수 있다.
그림자(影)를 끊고(切) 달렸다는 그 옛날의 유명한 영도 명물 절영마를 상징한다.
국립해양박물관까지 가볼 수도 있다.
돌아오는 길에는 해양박물관을 지나는 유일한 노선버스인 66번을 타기로 한다.
중간에 내리지 않고 내내 달리면 편도로 1시간30분정도 걸리는
남부민동~영도 노선이 190번인데, 산복도로와 시내를 지나고 부산대교를 건너며
오르락내리락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매력이 있다.
출발지인 이태석 신부 생가와 마지막 국립해양박물관을 연결하면 근사한 반나절을 코스다.
가족과 함께 버스 뒷좌석을 차지하고 앉아 가다 보면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왕복으로 잡는다면 적어도 3시간을 버티는 체력이 필요하니 꼭 참고하시기 바란다.
청년사회적기업 핑크로더 대표
※ 190번 버스 도심투어
이태석 신부 생가 ~ 남부민동 종점 ~ 해돋이로 ~ 망양로 ~ 부산역 ~ 봉래시장 ~ 국립해양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