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일대의 남한강 수계는 아우라지로 합수되는 ‘송천’과 정선군 북평면 나전리로 들어오는 ‘오대천’으로 갈라진다. 두 수계 모두 1급수를 유지하고 있는데, 송천 상류에 들어선 ‘도암댐’이 거대한 오염원으로 전락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4급수인 도암댐 물은 유역변경식 발전을 위해 15.6㎞의 지하터널을 지나 강릉 남대천으로 방류된다. 그 결과 남대천에서는 꺽지나 수달 같은 생물이 사라졌다. 강릉 시민들은 남대천 물을 먹지도 못한다. 환경연합 최준호 간사의 글을 통해 댐 건설 위주의 정책이 빚은 폐해와 그 대안을 들어본다.
편집자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4일 ‘제7회 세계 댐 반대행동의 날’을 맞아 “댐 건설 위주의 물정책을 개혁하고, 무용지물이 된 도암댐을 해체하라”고 주장했다. 도암댐 수질이 심하게 나빠져 영동지역 식수원을 오염시키고, 하천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나아가 “도암댐을 계기로 본격적인 댐 해체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도암댐을 관리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은 “도암댐 해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다만 취수장 폐쇄에 따른 피해보상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암댐은 강원 평창군 도암면 일대의 물줄기가 모여드는 송천 상류를 막고 있다. 댐 위쪽에는 삼양축산이나 한일농장 같은 70여개의 목장과 용평리조트, 1990년대 이후 엄청나게 늘어난 고랭지 채소밭 등 오염원이 널려 있다. 거대한 댐이 남한강 상류의 오염원을 막고 서 있는 꼴이다. 그 결과 도암댐 수질도 극심하게 오염돼 도암댐 물이 흘러드는 남대천에서는 꺽지와 수달이 사라졌다.
오염된 도암댐에 의해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영동·영서지역 주민들 역시 도암댐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정선군 수해대책위원회 이상규 위원장은 “주민들이 도암호에서 흘러나온 더러운 물을 먹고 있다”며 “도암댐 때문에 오히려 홍수피해가 늘어나고 하천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고 말한다.
도암댐 방류수가 흘러들어가는 남대천에서 평생을 살고 있고, 강릉경실련에서 ‘남대천 친구들’이라는 회원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최규식씨는 “도암댐이 생기기 전에는 남대천 지류에서 은어떼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1급수에서만 산다는 가시고기도 눈에 띄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런 친구들을 만날 수 없다”고 말했다.
도암댐 해체를 주장하는 이들은 도암댐이 한마디로 ‘쓸모없는 댐’이라고 지적한다. 동강살리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동강지기 엄삼용씨는 “댐이 주는 편익보다 그로 인한 환경파괴와 손실이 훨씬 크다는 것은 동강댐 백지화가 증명하고, 동강살리기 운동에 참여한 국민들이 잘 알고 있다”며 “필요없는 댐은 해체되어야 하는데 도암댐이 바로 그런 댐이다”고 주장했다.
도암댐은 동해안 최초의 수력발전소로서 91년부터 발전을 시작했다. 15.6㎞의 지하수로를 통해 남대천으로 유역을 변경시켜 국내 최대라는 640m 낙차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다. 일반적으로 댐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관리하는데, 도암댐은 발전용 댐이기 때문에 한국수력원자력㈜에서 관리한다.
하지만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도암호의 수질관리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춘천·의암·청평호 등 세 곳에 대한 관리를 진행하고 있지만, 도암호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조사도 하지 않았다. 한강 수계에 대한 수질조사를 책임지고 있는 환경부 역시 송천에 대한 수질조사는 실시하고 있지만, 도암호에 대한 자료는 갖고 있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느 누구도 나서서 도암호 오염에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은 “도암호 수질오염은 도암호 상류가 오염되었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에 돌렸다.
홍수 조절, 수량 확보, 전력 생산 등의 필요에 의해 건설된 댐이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를 낳고, 경제성과 효용가치를 잃어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그런데도 관련 기관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과 강과 호수를 말없이 지키고 있는 물고기와 나무들에게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