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요즘 어린 친구들은 야구보다 e-스포츠를 더 좋아해요. 이번 도쿄 올림픽을 통해 야구에 관심 없는 분들도 좋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슈퍼 루키에서 이제는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자리잡은 이정후(23·키움)가 도쿄 올림픽 선전을 다짐하면서 한국 야구의 미래도 함께 걱정했다.
올해로 프로 5년차. 이제는 대표팀 단골 손님이 됐다. 2017년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그리고 이번 2020 도쿄 올림픽까지. 16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남자 야구 대표팀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이정후는 이날 고척 LG전을 마친 뒤 특별한 각오를 밝혔다.
이정후는 '올림픽을 앞두고 팬들, 그리고 미디어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사실 포스트시즌이 더 큰 압박도 크고 힘든 것 같다"고 웃은 뒤 "물론 지금도 어리지만, 과거 대표팀에서 뛰던 시절엔 제가 더 어렸다. 부담감이 아예 없었다. 항상 막내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번 대표팀 명단을 보니 또래 친구들이 많더라. 묘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인데…"라면서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국가 대항전은 온 국민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리는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다. 승리하면 모든 국민들이 에너지를 얻지만, 패할 경우에는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종목은 다르지만 축구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대표적인 대회다. 지역 예선부터 부족한 경기력을 노출할 경우, 예선 기간 도중 사령탑이 경질될 정도로 압박이 대단하다. 야구 역시 올림픽이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과 같은 큰 대회서 참사가 벌어질 때, 대표팀 사령탑과 선수들을 향해 온갖 비난이 고스란히 쏟아진다. 어찌 보면 태극마크를 단 이들의 숙명이기도 하다.
2020 도쿄 올림픽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키움 선수들 4명. (왼쪽부터) 이정후-김혜성-조상우-한현희.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하지만 이정후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이정후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하면 (올림픽서) 잘했을 때 더 스타가 될 수 있는 대회다. 좋은 성적을 거뒀을 때 더욱 많은 팬 분들이 생기고, 미디어에서는 좋은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또 야구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국가대표 경기다 보니 관심을 갖게 될 수 있다. 저를 몰랐던 분들도 올림픽을 통해 알게 될 수 있는 거다. 어린 친구들이 저를 보며 야구를 시작하는 꿈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담감이 있다기보다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과거 2008 베이징 올림픽 9전 전승 신화에 이은 금메달을 통해 한국 야구는 황금기를 겪으며 한 단계 도약했다. 이정후는 "베이징 올림픽 때 저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당시 코치님께서 경기가 있는 날에는 항상 함께했던 친구들을 다 모아놓고 경기를 보도록 했다. 그때 정말 선배님들이 멋있었다. 지금 함께 뛰고 있는 (이)용규 선배님도 정말 잘하셨고 멋있었다.그때 나중에 커서 꼭 국제 무대서 뛰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 당시 제가 마치 우승한 것처럼, 초등학교 야구부 선수라는 사실만으로도 기가 살더라"며 웃음을 선사했다.
그러면서 이정후는 최근 한국 야구계가 귀담아들어야 할 귀중한 한 마디를 작심한 듯 이야기했다. 이정후는 "베이징 올림픽 당시 학교에 가서 친구들한테 우리 야구가 우승을 했다고 자랑한 기억이 있다"면서 "그런데 요즘에는 야구의 인기가 사그라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야구보다) e-스포츠가 더 인기가 많다. 코로나19 상황도 있고, 최근 야구 인기가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이번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야구의 인기를 되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키움 이정후.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